총 5건의 챌린지 중 4건 번복
로버츠 감독 "전략적 활용도 필요할 것"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2025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총 5건의 챌린지 중 4건이 번복되며, 심판의 판정을 뒤엎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번에 시범 운영된 ABS는 KBO리그처럼 전 구간을 기계가 직접 판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MLB는 '챌린지 제도' 형태로 ABS를 운용하며, 판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타석에 있는 타자만이 챌린지를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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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로이터=뉴스핌] 아메리칸 리그 선발 투수로 나선 타릭 스쿠발이 1회 역투하고 있다. 2025.07.16 wcn05002@newspim.com |
요청 방법은 간단히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는 제스처다. 신청이 들어가면 호크아이 시스템의 결과가 전광판에 즉시 표출되며, 감독이나 코치, 다른 선수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각 팀은 경기당 두 차례 챌린지를 가질 수 있고, 성공 시에는 기회가 유지된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AL)는 세 번의 챌린지를 모두 성공시켜 100% 적중률을 기록했고, 내셔널리그(NL)는 두 차례 중 한 번만 판정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회말에 나왔다. 볼카운트 0-2 상황에서 아메리칸리그 선발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의 3구째 시속 144km의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떨어졌다는 이유로 볼 판정을 받았다. 포수 칼 롤리(시애틀)의 신호에 따라 스쿠발은 머리를 두드리며 챌린지를 요청했고, 판독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이 바뀌었다. 타자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는 그대로 삼진 아웃됐다.
스쿠발은 경기 전까지만 해도 ABS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 "원래는 챌린지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 공만큼은 확실히 스트라이크라고 느꼈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중요한 장면이었다"라며 "ABS는 결국 메이저리그에 정착할 시스템이라고 본다. 누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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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로이터=뉴스핌] 내셔널리그 리그 불펜 투수로 나선 클레이튼 커쇼가 2회 0.2이닝을 소화했다. 2025.07.16 wcn05002@newspim.com |
이후에도 아메리칸리그는 두 번의 챌린지를 추가로 성공시켰다. 5회초 제이콥 윌슨(오클랜드)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볼로 번복시켰고, 9회말에는 알레한드로 커크(토론토)가 채프먼(보스턴)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바꿨다.
반면 내셔널리그는 50%의 성공률을 거뒀다. 8회말 카일 스타워스(마이애미)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챌린지를 걸었지만, 판정은 그대로 유지되며 삼진 처리됐다. 9회초에는 투수 에드윈 디아즈(메츠)가 던진 바깥쪽 공이 원래 볼로 선언됐지만, ABS 판독을 거쳐 스트라이크로 변경되면서 타자 랜디 아로사레나(시애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타석을 떠났다.
경기 후 내셔널리그 감독이자 LA 다저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데이브 로버츠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ABS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심판 판정도 대체로 정확했지만, 챌린지를 통해 명확한 판단이 이뤄졌다고 본다"라며 "팬들과 선수들 모두 새로운 시스템을 즐긴 것 같다. 정규 시즌에 도입된다면 전략적 활용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MLB는 ABS의 정규 시즌 도입을 앞두고 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지난달 "2026년 도입을 목표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올 하반기 중으로 경쟁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도입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스프링캠프 중 실시된 팬 설문조사에서도 ABS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MLB에 따르면 팬의 72%가 ABS에 호감을 나타냈고, 69%는 정규 시즌 도입에도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번 ABS 도입은 챌린지 기반의 시험 운영이었지만,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본 시스템은 내년 정규 시즌부터 본격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