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의 일방 행정 강제이행금까지 부과
헌인마을 원주민의 절규…"살 곳도, 말할 곳도 없다"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헌인마을 개발 사업 위해 내 땅, 내 집에서 강제 퇴거 시켜놓고, 우리는 아직도 '종전 소유자'라며 세금만 부과합디다. 정작 내 땅에 농막 하나 짓는 것도 불법이랍니다."
11일 뉴스핌이 헌인마을 개발사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인근에서 만난 A씨(74)는 격앙된 목소리로 서초구청의 '이중 행정'에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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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헌인마을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원주민 A씨가 서초구청으로부터 강제퇴거 당한 이후 자신의 밭에 농막을 짓고 살고 있다. 2025.07.11 1141world@newspim.com |
그는 헌인마을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원주민으로, 마을 강제수용 후 터전을 잃고 지금은 농지 한쪽에 조립식 농막을 짓고 지내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서초구청이 적치물까지 포함하면 불법이라며 강제이행금 부과를 통보해 왔다.
◆ "누구 땅이냐 묻자 세금부터 부과"...사라진 권리, 남겨진 책임
A씨의 설명에 따르면, 헌인마을 일대는 아직 '환지 예정지' 상태다. 즉, 토지 소유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초구청은 특정 사업자에게 건축허가와 착공허가를 내주었고, 현재 해당 부지에서는 아파트 공사와 분양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린 토지 승낙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지자체가 건축허가를 내줬고, 사업자는 분양까지 끝냈다더군요. 그런데 종전 토지 소유자라고 해서 우리한테 자산세를 때리더라고요. 이게 말이 됩니까?"
A씨는 "도대체 이 땅이 누구 땅이냐, 왜 구청이 먼저 착공허가를 내줬느냐고 따졌더니, 돌아온 건 세금 고지서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내가 지은 건 농막 하나인데...불법이라니"
강제퇴거 이후 제대로 된 이주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A씨는 밭 가장자리에 임시 농막을 설치해 생활 중이다. 그러나 서초구청은 해당 농막과 주변 적치물까지 포함하면 불법 건축물이라며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다른 데 갈 데도 없어요. 그럭저럭 참아왔는데, 그것마저도 철거하라고 하네요. 집도, 땅도, 목소리 낼 데도 없어요"라고 한숨을 지으며 "마을에 교회도 쫓겨났고, 이웃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이제는 헌인마을이라는 이름조차 지워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 구청은 지장물 철거 허가...원주민은 퇴거 조치
헌인마을 개발은 수년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서울시와 서초구는 해당 지역을 개발 예정지로 지정하고, 건설사와 협약을 체결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들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허가가 먼저 이뤄졌고, 지금도 환지 절차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 사이 공사는 진행됐고, 민간분양은 사실상 완료 단계에 접어든 반면, 원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강제 퇴거, 과세 통보, 불법 농막 경고였다.
◆ "공공은 어디에?"...사라지는 공동체·반복되는 행정 폭력
헌인마을의 원주민들은 이제 남은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일부는 행정소송에 나섰고, 일부는 구청에 항의 민원을 넣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은 "불법"이라는 단어뿐이다.
A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교회도 없고, 마을도 없고, 사람도 다 떠났어요. 그런데 나는 아직 여기에 있잖아요. 나 같은 사람 보고 '불법'이라면, 도대체 그 법은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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