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미 달러화 지배력 약화 추구하지 않아"라며 선 그어
모디 총리, 룰라 대통령과 양국 무역 확대 등에 합의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 인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인도는 브라질과 함께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의 회원국으로, 브라질과의 무역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브라질 수입품에 50%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에 대한 새로운 관세는 지난 4월 발표했던 10%에서 5배로 높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브라질에 대한 높은 관세가 브릭스에 대한 보복성 관세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브릭스는 지난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17차 정상회의 뒤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의 상호 관세에 비판했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브릭스 정상 회의에서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 새로운 관세를 통보하기에 앞서 "브릭스의 반미(反美)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 예외 없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 위협은 브라질에서 이틀간 진행된 브릭스 정상회의 이후 나온 것"이라며 브릭스에 대한 경고로 미국과 무역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던 인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반면 인도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며 "이는 인도가 미국과의 관계 유지에 있어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 약화는 인도의 목표가 아니라며, 인도는 브릭스 통화에 대한 어떤 움직임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전 인도 특사를 역임한 모한 쿠마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기축 통화에 대해 논의해 온 일부 브릭스 회원국들에 불만을 품고 있다"며 "다만 인도는 자국 통화 거래와 탈달러화를 거듭해서 구분해 왔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인도는 수년간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세력이었지만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 간 휴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뒤 미·인 관계가 경색됐다며, 수개월간의 노력 끝에 협정 체결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 위협은 인도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브라질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정상회의가 끝난 뒤 8일 수도 브라질리아로 이동해 룰라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향후 5년 동안 양국 간 무역액을 현재 대비 약 70% 많은 200억 달러(약 27조 5000억원)까지 늘리고, 방위 협력을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페리아사미 쿠마란 브라질 외무부 차관은 "모디 총리와 룰라 대통령은 국방 및 안보, 에너지 및 디지털 혁신, 인공지능 등 광범위한 협력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인도와 브라질 간 양자 무역은 2022년 168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19억 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도는 브라질에 64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고, 브라질의 대 인도 수출액은 55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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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 로이터=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8일(현지 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5.07.10 hongwoori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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