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복권, 26일 연금복권 추첨 생방송 현장 공개
총 2번 추첨…1등 당첨시 20년간 700만원 수령
연금복권, 로또 대비 인지도 낮아…선택권 부족
홍덕기 대표 "당첨금 안정성 크고, 세금 혜택도"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로또 1등'의 꿈을 꿔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주중에 산 로또 한 장은 일주일을 보다 희망차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이리저리 치이는 직장 생활에서 잠시나마 마음을 너그럽게 해주는 작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물론 당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또 다른 한 주가 시작되면 새 로또를 사면 그만이다. 단돈 5000원으로 살 수 있는 희망은 중독적이다.
통상적으로 로또는 '일확천금'의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고 1등 당첨금은 약 33억원. 드림카를 사겠다거나, 크루즈를 사서 세계 여행을 떠나겠다거나 등등 사람들의 당첨금 활용 계획도 주로 '한 탕' 위주인 경우가 많다. 이에 로또 1등에 당첨된지 불과 몇 년 만에 패가망신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사람들은 혀를 차지만, 내심 속으로는 크루즈를 사면 어느 나라를 먼저 갈지를 생각한다. '일확천금'과 '한 탕'은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로또의 이미지로 인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복권이 있다. 1등 당첨시 20년간 매달 7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이다. 초창기에는 로또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는 점에 힘입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1등 당첨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해 결국 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현재로서는 '사는 사람만 사는 복권'이란 인식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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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기랑 기자 =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관계자들이 '연금복권 720+ 추첨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2025.06.26 rang@newspim.com |
소수의 사람들 사이 조용히 판매되고 있는 연금복권은 어떻게 추첨될까. 지난 26일,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이 최초로 마련한 연금복권 추첨 생방송 현장을 찾았다. 앞서 동행복권은 로또 추첨 조작 논란이 불거진 후 두 차례 생방송을 공개한 적이 있지만, 연금복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취지였던 앞선 사례와 달리, 연금복권 추첨 현장 공개는 국민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에 취재진들이 모였다. 연금복권 추첨 생방송은 매주 MBC 사옥 내 3층 스튜디오에서 촬영한다. 생방송 시간은 오후 7시 5분이지만, 방송에 앞서 취재진들에게는 추첨 장비 설치와 점검 등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날 추첨에 사용된 연금복권 추첨기의 이름은 '토파즈'. 로또 추첨기인 '비너스'와 같은 회사에서 제작했다. 두 추첨기의 내부 추첨 방식은 동일하지만, 외형은 사뭇 다르다. 추첨기는 총 10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7대는 메인 추첨기고 나머지 3대는 예비용이다. 만일 생방송 중 메인 추첨기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예비 기계로 교체된다.
추첨기는 고장 방지를 위해 일정한 온도(22.9도)와 습도(65.5%)가 유지되는 전용 창고에 보관되다가 추첨 당일에 꺼내진다. 스튜디오 밖으로 추첨기를 옮긴 뒤에는 정전기 방지제를 이용해 표면을 깨끗이 닦아내고, 추첨 시스템을 통제하는 PC와 연결해 시범 테스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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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기랑 기자 =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관계자들이 연금복권 추첨기 '토파즈'를 사전 점검하고 있다. 2025.06.26 rang@newspim.com |
시범 테스트는 10대의 추첨기를 모두 작동시켜 각 기기의 부속품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먼저 '로더'라 불리는 장치가 공의 진입을 막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후 '캡처 트랩'이 공을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는지도 점검한다. 마지막으로는 내부 송풍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한다. 공은 강한 바람에 의해 섞인 뒤 캡처 트랩으로 빨려 올라가는데, 이 과정을 위해서는 각 부속품들이 모두 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이날 사용할 추첨볼 세트는 총 5개. 각각 봉인 상태로 보관돼 있다가, 추첨 시작 전에 방청객과 동행복권 관계자 등이 함께 봉인을 해제한다. 공의 무게와 둘레 등도 현장에서 모두 확인한다.
연금복권 추첨은 총 두 차례 이뤄진다. 첫 번째 추첨에서는 1등부터 7등까지의 당첨번호가 결정되는데, 1등은 총 7개의 숫자 조합이 모두 일치해야 한다. 이후 2등은 숫자 6자리, 3등은 숫자 5자리 등만 일치하면 당첨금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진행되는 보너스 추첨에서는 6개 번호 자리만 추첨한다. 보너스 추첨의 당첨자는 2등과 동일한 당첨금(10년간 월 100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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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기랑 기자 =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관계자들이 연금복권 추첨기 '토파즈'에 넣을 추첨볼을 사전 점검하고 있다. 2025.06.27 rang@newspim.com |
이날 만난 홍덕기 동행복권 대표는 연금복권이 인기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 '선택권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또는 구매자 마음대로 번호를 고를 수 있지만, 연금복권은 이미 만들어진 500만개의 조합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또 로또는 구매자가 많거나 전달 당첨금이 이월되면 수령액이 대폭 늘어나는 반면, 연금복권은 각 등수에 따라 당첨금이 정해져 있다.
홍 대표는 "연금복권은 스스로 번호를 통제할 수 없고, 무한정 구매할 수도 없고, 당첨금이 상향될 가능성도 없으니 사행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로또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하다고 느끼다 보니까 인지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연금복권은 로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흔히 말하는 극단적인 패가망신의 사례들이 구조적으로 나올 수 없는 구조라 이로 인한 만족감과 안정감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로또는 당첨금이 3억을 초과할 시 33%의 세금을 부과하지만, 연금복권은 월 수령액인 700만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22%의 세금만 내면 된다. 세금상의 이익이 훨씬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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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홍덕기 동행복권 대표가 연금복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동행복권] 2025.06.27 rang@newspim.com |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연금복권은 월에 정해진 금액을 20년간 수령하는 방식이라 이에 맞춰서 재정 설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첨금의 안정성이 (로또보다) 훨씬 큰 것"이라며 "당첨금 규모 면에서도 만약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1등이 당첨될 시 총 43억을 받게 된다. 특이한 방법이지만, 이를 이용하면 많은 당첨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로또를 사는 행위가 정당한 노동 없이 요행을 바라는 모습처럼 비춰지면서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 등이 복권 구매액의 약 40%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면서 이런 문제는 점차 완화돼 가는 추세다. 하지만 로또에 비해 연금복권의 구매자층이 제한적이고 관심도가 부족하다는 점 등이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홍 대표는 "연금복권 당첨자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연금식으로 지급받는 게 더 좋고 노후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연금복권은 그 자체가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희망복권'이다. 개인에게는 생활 안정과 노후 대비를, 공공에는 사회 복지를 실현한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