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대본을 보면서 정말 힘든 연기가 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처음으로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욕심이 났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조명가게', '멜로무비' 등의 작품을 통해 글로벌 OTT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왔던 배우 박보영이 오랜만에 tvN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얼굴 빼고 모든 것이 다른 쌍둥이 자매의 성장 드라마를 담은 '미지의 서울'을 통해 박보영이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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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5.06.26 alice09@newspim.com |
"생각해보니까 방송을 통해 매주 공개되는 드라마를 정말 오랜만에 했더라고요. 저도 시청자 입장으로 매주 방송을 챙겨보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니까 재미있었어요(웃음). 예전에는 작품에 대한 반응을 찾아보기가 겁났는데 이번에는 시청률도 좋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많이 보내주셔서 열심히 찾아보고 있어요. 대본도 워낙 좋았지만 함께 한 배우들, 감독님, 스태프들이 '미지의 서울'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신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너무 행복해요."
작품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박보영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 '유미지'와 '유미래'를 연기했다.
"쌍둥이로 1인 2역을 연기해야 해서 걱정이 많았어요. 시청자들이 저를 미지와 미래가 아닌 '박보영 1', '박보영 2'로 봐주시면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초반에는 단순하게 미지와 미래를 구분해놓고 연기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두 명이 한 장면에 담기는 경우에는 다른 배역 분들이 도와주셨는데 시선이 안 맞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스탠드에 제 눈높이를 체크해서 허공에 혼자 연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시청자들이 미지와 미래로 구분해 봐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극중 유미지는 단거리 선수로 주목 받아 '천재소녀'로 불렸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은퇴한 인물이다. 아픔이 있지만 밝은 에너지로 '유캔디'로 불린다. 반면 유미래는 선천적 심장병으로 유년기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지만 엘리트의 길을 걸은 완벽주의자이다. 박보영은 전혀 다른 성향의 일란성 쌍둥이를 연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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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5.06.26 alice09@newspim.com |
"감독님이 저한테 너무 차이를 두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대신에 작은 디테일로 차이점을 두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목소리 톤으로 차이를 주려고 했어요. 미지는 밝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친구라 제가 원래 쓰는 톤으로 말을 하려고 했고, 미래는 일하지 않을 때 인간 박보영의 모습을 투영했죠. 가족들은 미래의 모습에서 저를 보고, 친구들은 미지의 모습에서 저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극중 박보영은 일란성 쌍둥이를 통해 각기 다른 아픔을 연기해야만 했다. 미지를 통해서는 가족의 관심으로 처음으로 받았던 단거리 선수로서의 길이 끝났을 때 세상과 단절했던 아픔을, 그리고 미래를 통해서는 직장생활에서 원치 않는 스캔들에 휘말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제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컸던 인물은 미지였어요. 미지는 밝지만 그만큼의 아픔도 있거든요. 본인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밝은 척을 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저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미지가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세상과 단절을 한 채로 방 밖으로 나가지 않잖아요. 특히 방 밖으로 나오지 않던 미지가 할머니랑 대화하는 장면을 읽는데 눈물이 너무 나더라고요. 그 장면은 너무 잘하고 싶어서 욕심을 많이 부렸는데 실패도 했죠(웃음). 생각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아서 재촬영을 했던 장면이기도 한데, 정말 잘 살려서 작가님과 시청자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은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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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5.06.26 alice09@newspim.com |
OTT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영화 '콘크리트' 등을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을 주로 해왔다. 그리고 이번 '미지의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박보영은 이번 작품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 드라마는 진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대본을 받았을 때 감독님, 방송사도 정해지지 않았을 때였는데 이 대본을 다른 사람이 보게 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모든 게 세팅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던 작품이기도 해요. 대본을 읽으면서 정말 쉽지 않겠다고 느꼈지만, 유일하게 처음으로 이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가도 갖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정말 '내 것'으로 만들고 싶더라고요. 1인 2역도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생각했고요. 특히 각 인물들이 핸디캡이나 결핍, 소수자들에 대한 내용을 갖고 있는데 거부감 없이 잘 담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그 모양이 좋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도 좋았고요. 저한테는 너무 귀한 대본이었어요. 최근에 메시지가 위주인 작품을 주로 하다 보니까 이제는 밝은 걸 하고 싶어요. 굳이 제가 메시지를 드리지 않아도, 재미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