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가 정말 내향적인데,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캐릭터나 희극 연기를 통해 배출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즐거워요."
'린자오밍', '슈블리맘', '백두장군', '육즙수지' 등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개그우먼 이수지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8년 SBS 1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2012년 재도전해 KBS 27기 공채 개그맨이 됐다. 그리고 최근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 예능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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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개그우먼 이수지. [사진=씨피엔터테인먼트] 2025.05.27 alice09@newspim.com |
"백상예술대상은 제가 3년 연속 후보로 올라갔어요. 첫 회에는 연예인을 가까이서 봐서 놀라고 왔고, 두 번째는 제가 패러디했던 김고은 씨를 봬서 놀랐고요(웃음). 세 번째에는 상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는데 다른 선배들도, 같은 회사 식구이자 예능에서 활약 중인 지예은 씨도 후보로 올라서 감이 안 오더라고요. 그리고 예은 씨가 상을 받을 수도 있으니 리액션도 연습을 했었어요. 하하. 감사하게도 상을 받고, 회사에서 파티를 열어주셨는데 그날은 뭔가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후에는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웃음 드리기 위해 계속 콘텐츠도 짜고 있고요."
이수지가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던 것은 KBS '개그콘서트'의 '황해' 코너에서 어눌한 한국어로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기꾼 '린쟈오밍'을 하면서부터다. 당시 관련 보이스피싱 범죄가 많을 시기에 이수지가 선보인 린쟈오밍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함께 웃음을 선사했다.
"저한테 제일 애착 가는 캐릭터이기도 해요. 제가 그 캐릭터로 공채 시험을 봤거든요. 린쟈오밍은 사실 KBS 앞 김밥집 이모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PD님은 그 식당에 자주 가니까 공감대가 있어서 재미있어 해주셨거든요. 이후에 공채 시험 본 개인기로 코너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해주셨고요. 린쟈오밍이 대중에게 이수지라는 코미디언을 알려 준 캐릭터라 애착이 가요. 가장 오래돼 정이 들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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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개그우먼 이수지. [사진=씨피엔터테인먼트] 2025.05.27 alice09@newspim.com |
린쟈오밍 이후 이수지는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를 개설하며 선보인 캐릭터들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강남 일대 학부모들의 상징인 명품 패딩과 가방을 그대로 착용하며 패러디한 '제이미맘'은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했다. 이외에도 인플루언서 '슈블리맘'과 무속인 '백두장군' 등을 선보여 내놓는 캐릭터마다 사랑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주변 대화가 너무 잘 들렸어요. 그때 재미있는 말투나 캐릭터를 보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성대모사를 하게 된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선생님이 '나와서 웃겨볼 사람'이라고 말하면, 늘 나가서 다른 과목 선생님을 따라하면서 '내가 재능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이 너무 큰 도움이 되고 있죠."
다양한 부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뜻하지 않는 질타도 받았다. 학부모로서 아이들을 픽업하며 차에서 시간을 보낸 한가인이 일상을 공유했던 시기와 이수지가 강남 학부모를 패러디한 '제이미맘' 시기가 겹치면서 한가인을 희화화했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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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개그우먼 이수지. [사진=씨피엔터테인먼트] 2025.05.27 alice09@newspim.com |
"창작자로서 콘텐츠나 캐릭터를 만들 때 오해를 받으면 아쉬움도 있죠. 하지만 반대로 미안함이 더 큰 것 같아요. 데뷔한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때 늘 신경 쓰고,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창작자의 몫인데 그걸 놓쳤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불편함 없게, 웃으면서 보실 수 있게 하려고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특정인을 겨냥한 건 없어요. 제가 추구한 건, 캐릭터와 상황을 통해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보여드리는 거예요. 그게 코미디라고 생각하고요. 저도 4세 아이를 둔 엄마로서,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모습도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과장하고, 개그로 비유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비슷한 공감대를 과장하는 게 코미디라고 생각하거든요. 단, 불편함은 드리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고 고민해야죠."
이수지는 제2의 전성기를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 토종 OTT 쿠팡플레이에서 '직장인들'과 'SNL 코리아'에서 활약하고 있고 최근 드라마 '신병3'에도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영리하게 넓혀가고 있다.
"연기에 대한 갈망은 계속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제 꿈인데, 나중에 50살이 넘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엄마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개그도 연기의 일부분이지만, 시청자들에게 감동이나 눈물을 주기 위해선 엄청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시간을 쌓아서 대한민국을 울리는 엄마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웃음). 또 기회가 된다면 예능은 다양하게 다 해보고 싶고요. MC로 토크쇼도 해보고 싶고, 버라이어티도 마찬가지고요. 에너지가 된다면 개인 코미디 쇼도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여러 영역에 도전해도 변하지 않는 건 제 본질은 희극이라는 거예요. 나중에도 '지독하다', '웃기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