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공석 1년 넘어… 상임이사도 1명 공석
'낙하산 인사' 오명 벗으려면 상당한 시일 걸릴 듯
제주항공 참사 등 대형사고, 경영평가에 영향 미칠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전 사장 퇴임 1년이 지났음에도 후임자를 들이지 않으면서 경영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음달로 예정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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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신임 사장 임명 '지지부진'… 대선 이후로 미뤄지나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항공사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1년이 넘었다. 윤형중 전 사장이 지난해 4월 돌연 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이정기 부사장 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신임 사장 공모에서 5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9월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지낸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국토부 차관으로서 6개월도 채 복무하지 않아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며 낙마했다. 이후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장 공모 작업은 중단됐다.
지난해 12월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수습 또한 이 부사장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아직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이나,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고장이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으로 인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아직 원인 탐색과 공항 복구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 만큼 신임 사장으로 항공 전문가가 임명돼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항공사는 이전에도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국공항공단에서 한국공항공사 체제로 전환된 2002년 이후 6명의 사장이 거쳐갔는데 이 중 경찰 출신이 4명, 국가정보원 출신이 1명이었다. 내부승진 사례는 성시철 전 사장 한 명이 유일했다.
비전문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안전 의식은 물론 리스크 대응에도 미흡한 모습이 자주 노출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올 3월 국회에는 한국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임원을 추천할 때는 설립 목적과 관련된 분야에서 5년 이상의 전문적으로 근무한 사람만 그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을 정도다.
사장뿐만 아니라 임원의 빈자리도 컸다. 공항공사 이사회는 상임이사 6명(사장·부사장·감사·본부장), 비상임이사 7명으로 총 13명이다. 올 초까지 상임이사 3명이 결원 상태로 있다가 지난 2월과 3월 충원됐다. 이 중에선 항행안전시설 업무를 총괄하는 건설기술본부장도 포함돼 있었다. 회사 경영을 일선에서 지위하고 경영상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사진 다수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불안정한 대외적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공사 관계자는 "사장 임명은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등이 주관하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 사이에선 공사의 성과 달성을 위해 직위에 걸맞은 직무 능력을 갖춘 사장 임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자는 "공공기관 사장 선임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 문제는 단순히 특정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후보자의 선정부터 검증, 임명까지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형사고에 신공항 건설 차질까지… 경영평가 'D등급' 탈출 묘연
올 6월 예정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발표가 다가오면서 공항공사 내 긴장감도 커져가는 모습이다. 지난달 공사 실사가 마무리됐다.
공항공사는 2023년도 평가에서 전년 대비 한 계단 하락한 D등급(미흡)을 받았다. D등급을 받은 공공기관 직원에겐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낮은 직원들 입장에선 상실감이 큰 부분이다. 2년 연속 D등급을 받았거나 최하인 E등급 평가가 내려진 기관에 대해선 기재부가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공사 사장 자리가 공석이라 이 같은 인사조치의 대상이 없는 상황이다.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르면 SOC형 공기업인 공항공사의 경영관리 평가(배점 55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표는 재무성과 관리(21점)이다.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과 재정건전화 계획 등을 조사한다. 영업손실이 났거나 부채비율이 과중한 공기업은 낮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항공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9341억원으로 전년 대비(8502억원) 대비 9.9%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15억원으로 2023년(560억원)보다는 개선됐으나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당기순손실은 1345억원으로 전년(1311억원) 대비 2.6% 늘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항공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선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경영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며 "이후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매출액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부채 수준도 2021년 28.7%에서 지난해 40%대로 올라온 것으로 보아 이 같은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국제선 인바운드 수요 확충과 공항시설사용료 체계 개선, 신규 임대수익원 발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통한 수익 증대를 추진하겠다"며 "UAM(도심항공교통) 상용화 등 혁신 모빌리티(IAM) 전략 산업화, 항행안전장비 판매와 해외사업 확장 등을 통한 매출 다각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제주항공 참사를 비롯해 올 2월 진에어 긴급회항, 3월 에어부산 기내 화재 등 안전 불감증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공항공사는 지난해에도 안전·재난 관리 분야에서 가장 낮은 E+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2023년 군산공항 승객 보안검색 미실시 등 안전 의식 부재와 지상조업 근로자들의 안전 부주의와 위반 행위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지적했다.
지지부진한 신공항 사업 추진은 재무 리스크 증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울릉공항은 자재 수급 불균형과 현장 사고로 인해 개항을 기존 2025년 12월에서 2년 미뤘다.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네 차례의 유찰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공사 기간과 비용 문제에서 국토부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새 사업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처지다.
공항공사 측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경상 경비 등 비용 절감 노력을 바탕으로 신공항 사업을 둘러싼 손실 폭을 줄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