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전국 지자체

속보

더보기

[기고] 항일 영웅 양세봉, 잊지 말아야 할 양시봉(2)

기사입력 : 2025년03월11일 10:39

최종수정 : 2025년03월11일 10:39

2. 잊지 말아야 할 양시봉

이제 더 중요한 점은 양세봉 장군의 동생 양시봉에 대한 평가라는 점이다. 양세봉은 그나마 남북이 기리는 항일 영웅이지만, 동생 양시봉은 역사 속에서 은폐된 독립군이기 때문이다. 형 양세봉이 가장으로서 생계를 걱정하며 머뭇거릴 때, 양시봉이 나서서 자신이 집안을 책임지겠으니 마음 놓고 독립군 활동을 하라고 밀어주었다.

양세봉과 독립군들이 마을로 내려올 때마다 일본 측의 동향을 살피는 일, 독립군에 군량과 자금을 공급하는 일, 총을 숨기고 공급하는 일, 독립군들의 옷과 양말 등 군수물자 등을 제공하는 일은 양시봉이 맡았다. 청원현 공안국의 조직도에는 양시봉이 한국독립당 동북지당 청원지역의 재무부장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는 그가 자금과 군수물자 등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양세봉 기념공원 가족사진. 앞 좌1 양의찬, 좌2 양의관, 좌3 양철수, 좌4 김봉련, 좌5 양정봉, 좌6 둘째아들 양동섭. 둘째줄 양시봉 딸 양의복 부부.[사진=정연수 박사] 2025.03.10 onemoregive@newspim.com

양세봉을 오래도록 연구한 차오웬치(曹文奇)는 "1932년 8월 청원현성을 공격하기 전에 양세봉은 비밀리에 청원현 교외에서 살고 있는 동생 양시봉에게 연락원을 보내 청원현에 있는 일본군, 괴뢰군, 주둔군의 군사배치, 화력, 무기 상황과 지형, 지도 등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양시봉은 김성산, 이영준에게 부탁하여 일본군의 주둔 현황에 대하여 정밀한 조사를 진행한 후에 이영준에게 군사지형, 지도를 그리도록 했다. 그 후에 양시봉은 아내 김화순을 통해 목숨을 걸고 중요한 정보를 양세봉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이는 요녕민중자위군이 청원현을 진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항일명장 량세봉』, 193쪽)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본군이 물러가고 중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양시봉은 '민족주의 분자'로 몰려 청원현 감옥에 갇히고, 중국 내 지역사회에서도 배척을 받았다. 항일 운동이 조선독립의 민족주의자로 변질되면서 양시봉 가족 전체가 멸시와 천대의 수모까지 감당해야 했다.

또 1970년대 들어서는 문화대혁명 기간에 양세봉은 다시 감금되면서 그의 등에는 '반혁명 분자'라는 글자까지 새겨지고, 살던 집까지 뺏기고 말았다. 정부는 멀리 있는 맏아들과 연락을 차단시켰으며, 교편을 잡던 둘째 아들은 아버지를 때려 죽이는 들던 사람에 맞선 죄로 감옥에 갔으며, 셋째아들은 아버지 양시봉을 몽둥이로 때리라는 강요를 받았다.

이를 거부하던 고통 끝에 셋째 아들은 철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일본제국주의 때문에 조선이라는 고국을 떠나야했고, 일본군과 맞서는 항일 투쟁으로 맏형을 잃은 양시봉은 민족분자로 낙인 찍혀 다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 고통은 연좌제처럼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되었다.

양시봉의 둘째아들 양의관은 2000년부터 한국보훈부에 아버지를 독립유공자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수차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증빙자료 미비로 번번이 탈락되면서도 아버지의 공적을 기리겠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2022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마음을 양시봉의 외손녀 김춘련이 잇고 있는데, 이제는 증언할 수 있는 이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고 있어 안타까움만 더 커지고 있다. 김춘련 교수와 2007년 양세봉 장군 동상에 참배하러 간 이후부터 그간의 사정을 종종 듣고 있었다. 들을 때마다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안타깝고, 그 후손들의 삶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친일파 후손들이 더 잘사는 것에 비춰보면, 더욱 속상한 일이다. 김춘련 교수가 던지던 말들을 모아 아래에 정리하는 것으로 은폐된 우리 시대의 독립군 양시봉을 기리고자 한다. 은폐된 독립군 외손녀의 마음을 통해 양시봉이 '잊지말아야 할 독립군 양시봉'이 되는 그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춘련: 외삼촌양의관이 신청했던 서류와 보훈처의 답장을 보면서, 내가 유공자 신청서를 작성한 것과 보훈처의 탈락 답장들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새로운 자료가 보충되어야 한다고, 양의관 외삼촌이 손으로 쓴 것이 어설픈 거 같아서 컴퓨터로 작성하고, 자료를 찾으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조국 독립투사 차명기 항일 투쟁기>에서 "1944년도 양시봉, 양정봉"이란 글을 보면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광복 전의 연도에 양시봉·양정봉 두 분의 독립운동 활동을 찾아야 했으니 말이다. 이걸 더 보충하기 위해 청원현 당안국에서 발행한 당원표도 구하였습니다. 그렇게 애쓰시던 양의관 외삼촌마저 돌아가셨습니다.

2022년에 유공자 신청할 때 심양총영사관 보훈 담당 김용민 영사가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자료를 보여드렸더니 곧바로 『밀양의 독립운동사』 책 복사본도 구해주셨습니다. 확실히 한국 정부에서 나서면 저보다 훨씬 쉬울 거 같아요.

독립운동가 집안은 일본군을 피해 떠돌며 살았기 때문에 족보 하나 간수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제가 가족들을 조사해서 '양시봉 최근친 족보'를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이걸 만들던 2023년 무렵 양시봉의 큰 며느리 김옥순, 둘째 딸 양의순(제 어머니), 둘째 외삼촌 양의관, 막내 외삼촌 양의찬까지 모두 다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양시봉의 자녀들이 생존할 때 독립유공자로 지정하여, 그분들이 유공자의 자녀라는 보람을 얻게 하려고 시간을 다그쳤는데도 부족했습니다.

제 능력의 한계로 그분들은 영광을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현재 생존해 계신 자녀는 이모 양의복뿐입니다. 그리고 양시봉의 둘째, 셋째, 막내며느리가 생존해 계실 뿐입니다. 이분들이 살아 계실 때라도 양시봉이 유공자로 지정되면 좋겠습니다.

가족의 삶으로만 존재하던, 당대 함께 하던 이들의 증언으로만 존재하던 외할아버지 양시봉의 삶이었습니다. 이 삶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진주알을 실로 꿰매는 작업이며, 일본제국주의에 맞서던 독립운동가 양시봉 외할아버지의 삶을 밝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양세봉의 친손자 양철수와 주고받은 편지를 공개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는 참 두려웠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 한국과 북한의 관계,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그 두려움 속에서도 양철수 오빠와의 편지를 공개하는 것은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저는 영사관으로부터 양세봉의 후손이라는 것을 의심받기까지 했습니다. 또 족보를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들은 들을 때마다 참으로 모욕적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족보는 없었지만 양세봉의 친손자인 양철수 오빠와 편지를 주고받은 증표들이 있습니다. 그 편지들을 통해 그 당시 생존해있던 부모와 조부모의 삶을 서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그 편지들을 공개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세상이 무서웠던 것입니다. 2010년에 양철수 오빠가 저한테 친필로 쓴 편지도 있고, 그 이후 오빠가 두 차례 중국에 와서 모든 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도 찍었습니다.

양철수 오빠가 중국에 방문했을 때는 저의 이모와 삼촌이 함께 만나 양세봉과 양시봉의 직계 후손이 서로 만나 혈육을 확인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전설이 아니라, 생존한 이들이 직접 경험한 것을 서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이제는 양세봉의 후손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보훈부가 수여했다는 양세봉의 훈장을 누구에게 발급한 것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직도 보훈부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우리 후손들은 훈장 복사를 요구받을 때마다, 누가 가져갔는지 모른다는 대답만 해야 했습니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 어떤 한국의 공직자는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김춘련 교수도 양세봉의 후손이라는 거 입증한 거 없잖아요"

제대로 된 국가가 없어 외할아버지가 고통 속에 돌아가셨듯, 그 입증 역시 국가가 하지 못하고 삶마저 버거운 후손 개인이 감당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친일매국노 후손의 삶보다 항일운동가 후손의 삶이 고달픈 것은 해방 이후에도 여전하다는 것이 참 서럽습니다.

내가 한국의 한 공직자에게 커피를 사던 날 들은 질문은 아직까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족보는 있어요?"

그렇네요. 우리에게는 족보라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 족보를 만들지 못해 우리는 아직까지도 아프답니다. 더는 아프지 않겠다면서, 저는 아직 살아있는 친척들에게 전화를 돌려가면서 족보를 만들었습니다.

거창한 족보책이 아니라, 가계도를 만드는데도 몇 달이 걸렸습니다. 한국, 조선(북한), 중국, 대만, 미국, 일본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양세봉의 친손자 양철수 오빠가 중국에 왔을 때 조선(북한)에 돌아가서 족보를 만들어 놓으라고 부탁했습니다. 오빠가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오래도록 소식이 끊겼는데, 그사이에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만 최근에 들었습니다.

더는 우리들이 서럽지 않도록 양시봉 외할아버지의 삶도 기억해주세요.

정연수(문학박사, 장소문화연구센터 소장)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 파기환송' 향후 재판 절차는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다시 받게 되면서 향후 절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1일 오후 3시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10(파기환송)대 2(상고기각) 의견으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소송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부하면 배당 절차가 진행된다. 단 기존 2심을 진행한 재판부는 배당에서 제외되며, 재판부 배당 후 본격적인 심리가 재개된다. 재판부 배당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될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원심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한 사건이다. 대법원판결은 기속력(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만한 중대한 증거가 새롭게 제기되지 않는 이상 파기환송심은 대법원판결 취지에 따라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앞서 1심은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사자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이 후보의 형이 확정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파기환송심 심리와 선고 자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파기환송심이 선고를 단시간에 낸다고 해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온다면 이 후보가, 반대의 경우엔 검찰이 재상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상고이유서는 20일 안에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이 후보가 재상고를 결정하는 상황이 온다면 최소 20일은 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고려했을 땐 이 후보의 형 확정은 '6·3 조기대선' 전까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후보에 대한 유죄 확정이 대선 이후로 넘어가고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헌법 제84조'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범위를 임기 도중 기소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당선 전 기소된 사안도 포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국 이에 대한 해석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hyun9@newspim.com 2025-05-01 18:12
사진
과기부 "SKT 신규 모집 중단" 촉구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SK텔레콤의 이용자 신규 모집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SK텔레콤에 해킹사고 발생에 따른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보다 강도 높은 해결책 추진을 촉구했다. 먼저 국민이 상황을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일일 브리핑 등을 통해 현 상황을 국민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토록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 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SKT 로밍센터에서 고객들이 유심교체를 위해 줄을 서 있다. 2025.04.28 choipix16@newspim.com 유심 교체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 신규모집을 전면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SK텔레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밝힌 일부 계층에 대한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적용 방안의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이번 해킹사고에 따른 이용자 피해발생 시 100% 보상을 책임지는 방안도 국민에게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설명토록 했다. 각계 소비자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위약금 면제, 손해배상, 피해보상 시 입증책임 완화 등을 검토하고, 이용자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 이행토록 했다. 최근 SK텔레콤의 잦은 영업전산 장애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 장애 발생시 즉각적인 상황공유와 신속한 복구를 통해 번호이동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이달 초 연휴기간 출국자들이 공항에서 유심 교체를 위해 오래 대기하는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인력도 대폭 확대토록 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05-01 16:2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