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라이브
KYD 디데이

감성어사전 16 [ 가을 예감 ]

기사입력 : 2024년08월30일 15:12

최종수정 : 2024년08월30일 15:59

느닷없이 오는 가을, 가을을 예감하는 시편
가을 편지와 우체국...사라진 가을의 낭만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을은 느닷없이 온다. 작열하던 땡볕이 주춤하는가 싶을 때 기습적으로 가을은 온다. 맹렬하게 울어대던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잦아들 때 그 사이를 뚫고 여치와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하면 가을은 온다. 신새벽 활짝 열어놓은 창문을 타고 넘는 선선한 기운 때문에 걷어 찬 이불을 끌어당길 때 가을은 온다. 대추나무 가지에 달린 대추에 붉은빛이 감돌고, 감나무에 달린 푸른빛의 땡감이 노르스름 해지면 가을은 온다. 손에 잡힐 것처럼 여름 하늘을 빠르게 지나던 구름들이 저만치 손에 닿지 않는 높이로 올라갔을 때 가을은 온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손에 잡힐 것 같던 구름이 아득히 멀어질 때 느닷없이 가을이 온다. [사진 = 오광수]  2024.08.30 oks34@newspim.com

이런 가을의 문턱에서 시인들은 가을을 예감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 날'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보다 더 뛰어난 가을 시편을 찾기 힘들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해주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해 주소서….'

이렇게 느닷없이 온 가을엔 미친 듯이 더웠던 여름의 기억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올해는 더욱더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읊조리며 지냈던 최악의 여름이었다. 송창식의 '철 지난 바닷가'는 여름을 보내는 송가로 더없이 훌륭하다. '철 지난 바닷가를 혼자 걷는다/ 달빛은 모래 위에 가득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러운데/ 어깨 위에 쌓이는 당신의 손길/ 그것은 소리 없는 사랑의 노래/ 옛일을 생각하며 혼자 듣는다.'
이와 맥을 같아하여 만든 노래가 한 곡 더 있다. '딩동댕 지난여름 바닷가서 만났던 여인/ 딩동댕 하고픈 이야기는 많았지만'으로 시작하여 '딩동댕 딩동댕 말이나 해볼 걸 잊지 말자고/ 딩동댕 딩동댕 여름은 가버렸네 속절도 없이'로 끝나는 '딩동댕 지난여름'이 그 노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 그 더웠던 여름날의 하루하루가 아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사진 = 오광수] 2024.08.30 oks34@newspim.com

가을을 예감한 노래 중에서 손꼽는 노래는 아무래도 이문세를 따라잡기 힘들다. 이문세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귀뚜라미가 베갯머리 근처에서 운다.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그대의 맑은 숨결이 향기로워요…'.
이문세의 노래는 이영훈이 만들었거나 그렇지 않은 곡으로 나뉜다. 이 곡은 이영훈이 써서 1987년 3월 발매된 4집 음반에 수록됐다.

이 땅의 시인이나 가객들의 시나 노래에는 가을과 함께 우체국이나 편지가 자주 등장한다.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는 시대지만 빨간 우체통이나 편지지에서는 가을냄새가 물씬 난다. 시인 문정희는 '가을우체국'에서 우체부를 꿈꾼다. '가을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인보다 때론 우체부가 좋지/ 많이 걸을 수 있지/ 재수 좋으면 바닷가도 걸을 수 있어/ 은빛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낙엽 위를 달려가/ 조요로운 오후를 깨우고/ 돌아오는 길 산자락에 서서/ 이마에 손을 동그랗게 얹고/ 지는 해를 한참 바라볼 수 있지….'
젊은 우편배달부와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이야기를 그린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이제 우리에게 편지나 우체부,우체통은 너무나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됐다. 사진은 간절곶에 세워진 소망우체통. [사진 = 오광수] 2024.08.30 oks34@newspim.com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가을 편지)은 고은의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였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는 어니언스의 임창제가 작사·작곡한 곡이고, '편지를 썼어요. 사랑하는 나의 님께/ 한 밤을 꼬박 새워 편지를 썼어요'는 이장희가 만들고 불렀다. 동물원도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서 가을과 편지를 불러낸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나 오래 남을까'라는 윤도현 노래 소의 질문이 부질없어 질 정도로 우리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 = 오광수] 2024.08.30 oks34@newspim.com

윤도현은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가을 우체국 앞에서)라고 노래하면서 속도의 시대를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조용필의 노래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누군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서울 서울 서울)이 보낸 편지를 받고 싶은 오늘이다. 

시인이나 가객이 아니더라도 이런 가을의 초입엔 가을의 예감을 글로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 보면 어떨까. 모든 언어들이 문자로 전 지구를 떠도는 지금 빨간 우체통을 열어서 기다리던 편지를 만나서 기쁘게 뜯어 읽던 시절이 그립다.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하메네이 어디있는지 알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서 이란을 향해 조건 없는 항복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우리는 이른바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지금 그곳에 있는 한 안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즉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민간인이나 미군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게시글에는 "조건 없는 항복!"이라고 적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를 제거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저지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후 나왔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며 그 차이를 일축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4일(현지시간)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 아야톨라 사망 36주년을 맞아 테헤란 남부 호메이니 기념관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mj72284@newspim.com 2025-06-18 02:05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 '포용복지' 문진영 수석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복지 철학을 가장 가까이서 이해하고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해 온 대표적인 정책 참모다. 복지국가 구상에서 구체적 설계, 제도 실행까지 전 과정을 함께해온 핵심 브레인으로, 현 정부의 사회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문 수석은 연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영국 헐(University of Hull) 대학에서 사회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성공회대학교 조교수,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정책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문과 정책 현장을 오갔다. 그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당시 시민사회단체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등 복지제도 확충에도 깊숙이 참여했다. 문 수석이 '정책형 학자' 또는 '현장형 브레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경력에서 비롯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연구와 실무를 두루 거친 이력은 책상 위 이론을 넘은 정책 설계의 밑바탕이 됐다.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 [사진=대통령실] 아동수당 도입 논의 초기부터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 왔고, 이를 '아동청소년수당'으로 개편해 지급 연령을 만 18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설계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복지 정책의 핵심 방향 중 하나로, 문 수석이 실질적인 설계자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취임 직후 인수위에 참여했고, 이후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2년간 청년·여성·중장년 대상 맞춤형 고용·복지 정책을 추진하며 '현장 중심 정책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장과 학계, 캠프와 정부를 아우르는 경험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사회정책 전반에 녹여낼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포용복지국가위원회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의 복지 공약을 총괄 설계하며 아동수당 확대, 돌봄 국가책임제, 육아휴직 부모 할당제 등의 정책을 이끌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복지 제도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아동수당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 온 분으로 대통령의 복지 국가 비전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문 수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 수석 임명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사회, 복지국가 기조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향후 아동·청소년,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 일과 돌봄의 국가 책임 확대, 사회안전망 정비 등 주요 복지과제를 설계·집행할 실무 총괄자로서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문 수석은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정책가로, 정부가 말하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복지국가' 실현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1962년 서울 출생 ▲연세대 사회복지학 ▲영국 헐대 사회정책학 박사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 전문위원회 위원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 문화복지분과 위원장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 분과위원장 parksj@newspim.com 2025-06-18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