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교육

속보

더보기

[기고] 지정학(地政學)에서 기정학(技政學)의 시대로

기사입력 : 2024년06월14일 14:23

최종수정 : 2024년06월14일 14:23

국회 보좌관 윤미혜

지리적·공간적·지형적 한계를 뛰어넘어

포르투갈의 엔히크는 서아프리카와 대서양 개척을 이끌며 포루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연 사람이다. 엔히크는 해양 탐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면서 천문대를 세우고, 연구소 안에 항해사와 천문학자, 지도제작자, 조선업자 등을 모아 과학적인 탐사를 시작했다.

그 전의 포루투갈은 서유럽의 변방국가로 사방이 막혀 있어 지정학적으로 영토 확장과 대외 무역 등에 불리한 조건을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엔히크 덕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지리적·공간적·지형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과거 포르투갈의 역사가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 역시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작은 반도국가에 태어나 외세의 잦은 침략을 받아온 민족이다. 다만 나의 자손들만큼은 강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기를 갈망한다.

국회 보좌관 윤미혜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번영을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날 힘과 지혜는 '기술'에서 나온다. 지정학(地政學) 시대에서 기정학(技政學)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기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관계가 재편되면서 이에 맞춰 글로벌 연합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21세기 가장 강력한 주권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이제는 과학기술이 안보이자 외교인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글로벌 반도체 공장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과연 전쟁이 일어났을까. 대만에 TSMC가 없었다면 대만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미국 바이든과 독일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방한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였다. 대한민국의 세계 1위 반도체 기술이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 기술식민지가 아닌 기술패권국으로 우뚝 서야

영원한 1등은 없다. 과거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상위 10개 기업 절반 이상은 일본 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개의 일본 기업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강력한 힘을 가진 강대국들이 앞다퉈 막대한 지원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부으며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해외 기업을 불러들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비록 지금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 최고라곤 하지만, 언제든 1등 자리는 뺏길 수 있다.

아시아의 작은 반도 국가가 또다시 신기술식민지로 전락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인 것이다.

일본 구마모토에 들어선 대만 TSMC 공장은 당초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0개월만에 초스피드로 완공됐다.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공장은 2년 만에,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전자 공장은 불과 1년 만에 완료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은 어떠한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부지 선정부터 가동까지 7년이나 소요됐다. 정부의 무관심과 주민 간 갈등이 조정되지 못하면서 하세월을 보내야 했다.

경쟁국들은 직접 정부가 나서 각종 인센티브로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 공장을 지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은 사상 최대 금액인 64조원의 3차 반도체투자기금을 발표했는데 이는 1차와 2차를 합친 금액을 뛰어넘는다.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맞춰 이미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한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파격적 지원과 투자로 과학기술패권국가 비전 보여줘야

바야흐로 과학기술패권전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사회의 전장이 기정학(Tech-Politics)으로 재편되면서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비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각국이 이렇게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뒷걸음질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우리 의원실에서 발의하고 추진했던 <K-칩스법(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면서 세제 지원이 확대되었고 정부의 역할도 강화되었다. 또한 국회 첨단산업특별위원회가 상설화되면서 정쟁이 아닌 국익을 위해 여야가 힘을 합칠 수 있는 운동장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국회에서 K-칩스법의 연장을 위한 논의가 미뤄지며 그나마 있던 세제 혜택마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첨단산업특위 역시 1년간 회의 시간이 채 5시간이 되지 않는 등 유명무실한 특위로 전락했다.

약 600여 년 전 포르투갈이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로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강대국이 되었듯이, 우리나라도 과학기술패권 전쟁에서 반드시 승자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과 정부,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께 간곡히 요청한다.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해 '대화와 타협, 공존과 통합'이라는 정치 본령을 되살려 주시길 부탁드린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국회에서는 제발 '정쟁'이 아닌 '정책'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국회 윤미혜 보좌관은=정치외교학과 북한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국회 보좌관으로 근무 중이다. 주로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 국회 상임위에서 활동했으며, '과학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신념으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wideope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 국정 로드맵 짤 이한주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정부의 5년 국정 로드맵을 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30년지기'인 최측근 인사다. 이 원장과 이 대통령의 인연은 '성남'에서 시작됐다. 이 원장이 가천대 교수이던 시절 경기 성남시에서는 신도시 개발 문제, 광주대단지 사건 등 여러 문제가 터졌다. 두 사람은 시민운동에서 마음이 맞아 현재 인연으로 이어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지난해 민주연구원장 시절 뉴스핌과의 인터뷰. 2024.06.11 pangbin@newspim.com 이 원장은 지난해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상세히 털어놨다. 그는 "필요하면 서로 불러대고 하는 관계"라며 친밀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계기로 더욱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는 "성남시에서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을 100개 이상 만드는 데도 같이 했고 기본소득의 원조라고 얘기할 수 있는 청년 기본소득도 성남에서 민선 5기, 6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회 실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메인 정책으로 꺼낸 '기본소득'도 이 원장의 작품이다. 당시 대선 패배로 기본소득 정책은 다소 후퇴했지만, 대신 '기본사회'를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이던 시절 당대표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를 구성해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기본권 강화 등에 주력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기본사회 공약을 강조했으며, 대통령 직속의 기본사회위도 꾸릴 예정이다. 이처럼 '기본 시리즈'를 고안한 인물로 이 대통령의 꾸준한 신임을 얻고 있는 셈이다. 두터운 의리로 민주당의 공약 개발을 하는 민주연구원장에 이어 국정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현 정부·여당이 전국민에게 25만원을 줄지 선별적으로 지급할지에 논의 중인 데 대해서도 지난해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부는 예산이 많이 들고, 선별적으로 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정 그렇다고 한다면, 가난한 사람한테 더 주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당시 야당 입장에서였다.  이 원장은 선별 지급이 기본소득의 고유 이념에 대해서는 후퇴한 것이라고 했지만 "전국민 지급을 끝까지 우겨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이 원장은 16일 출범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 조직개편과 국정과제를 정리하며 이재명 정부의 5개년 국정 밑그림을 약 50일간 짤 예정이다.  ▲195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생물학 학사, 경제학 석·박사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연구원 원장 ▲민주연구원 원장 ▲2025년 대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장  ycy1486@newspim.com 2025-06-16 06:00
사진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송언석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16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 당원 여론조사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혁신의 논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의원들의 견해가 다르고 김 비대위원장 스스로 상임고문님들이랑 얘기할 때도 몇가지 부분은 곤란하단 의사 표현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6.16 pangbin@newspim.com 그는 당 혁신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아무래도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차적이고, 그런 점에서 특정 계파에 편향적으로 알려진 분들은 이번 인선에서 2차적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문제와 전당대회 시기를 묻는 질문엔 "조속히 정리해 특별한 반대가 없으면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할 수 있게 하겠다. 실무적 절차가 있어서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6월 말 이후에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발생할 건데 만약 비대위의 임기를 더 가져가야 할 일이 있으면 이헌승 전국위원장과 상의해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한 질문에는 "헌법 질서 속에 있었던 탄핵 결과에 승복하고 모든 것이 끝난 상태"라며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반성 할 용의가 있고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같은날 선출 직후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그는 "변화와 쇄신을 통해서 앞으로 성장하도록, 미래에 갈 수 있도록 우리 당이 국민의 마음을 더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로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또 투쟁할 것은 투쟁하면서 의원님들의 총의에 따르겠다"고 했다. 상법개정안과 관련해선 "주주 충실의무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가 필요하다"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선 "국민들께 소상히 밝히는 게 먼저 우선순위로 해야 할 도리"라며 "김민석 후보자를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도 지명 철회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리 고민을 해 두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5-06-16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