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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통일오디세이] 우울한 '5월 사모곡' 부른 北김정은...6월의 선택은?

기사입력 : 2023년06월07일 11:47

최종수정 : 2023년06월08일 11:04

생모 고용희 19주기에 위성실패까지
체면 구겼지만 당장 만회할 카드 없어
"9월 항저우 AG 맞춰 개방" 관측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에게 5월은 우울한 달이다. 무엇보다 생모 고용희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려올 수밖에 없다. 19주기를 맞은 지난달 24일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28년 간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살며 세 아이를 낳고, 그 가운데 하나인 정은이 후계자 지위를 거머쥘 수 있게 기반을 닦아준 고용희는 퍼스트레이디로 공식 대우를 받지 못했다. 철저하게 은둔을 강요받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한 고용희. 김정은 집권 이후 노동당 고위 간부들에게 상영된 비공개 영상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사진=뉴스핌DB] 2023.06.07

고용희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195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 조총련 간부인 아버지 고경택을 따라 북송선을 타고 원산에 도착했다. 자본주의 물을 먹은 재일동포는 '째포'라 불리며 천대받던 시절이다.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발탁돼 김정일의 여자로 자리했지만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이었다. 김정일의 첫 여자인 영화배우 성혜림과 그 사이에 낳은 장남 김정남의 존재는 늘 고용희와 슬하의 아이들에게 그늘을 던졌다.

평양 안방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여인들의 암투는 시기와 질투 수준을 넘어 사할을 건 싸움이었다. 내 소생을 후계자로 만드느냐 아니냐에 따라 최고의 권력을 누리거나 몰락 혹은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고용희 탄 스위스행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에 국정원 요원 따라 붙어"

고용희는 그가 낳은 아들 정철과 정운, 딸 여정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셋 모두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 조기유학을 한 때문이다. 가끔 아이들을 보러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한미 정보 당국의 대북 첩보전쟁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웠다.

대북 정보당국 최고위급 인사는 "고용희가 스위스로 향할 때는 우리도 여성 정보요원을 같은 비행기 퍼스트클래스 바로 뒷자리에 앉혀 동향을 파악하곤 했다"고 귀띔했다.

국가정보원장 C씨가 김정일과 고용희가 나눈 남녀 사이의 농밀한 대화를 청와대 기자들에게 발설했다가 김대중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받은 것도 당시 한미 정보 당국이 프랑스에 관광 차 머물던 고용희와 평양의 김정일이 통화한 걸 감청한 1급 첩보 사항이었다.

조카들을 돌보겠다며 스위스에 머물던 여동생 고용숙이 1998년 남편 리강과 함께 현지 미 대사관에 뛰어들어 망명한 건 고용희에게 또 하나의 가슴 속 옹이다. 재일교포 핏줄인 게 알려져 혹여 '백두산 줄기 아닌 후지산 줄기'란 입소문이 날까 노심초사 했는데, '탈북자 집안'이란 얘기까지 번질까해서였다.

지난 2019년 12월 4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방문 모습. 북한은 김정은을 '백두혈통'으로 선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2019.12.04

고용희는 유선암으로 2004년 5월 24일 사망했다. 그때 나이 52세로, 아들 김정은이 20살 되던 시기다. 프랑스 파리의 병원까지 찾아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못했고 결국 현지에서 숨졌다.

여느 국가 같았다면 '국모(國母)의 사망'이라며 성대한 장례를 치르고 추모행사가 이어졌겠지만 '은둔의 지도자' 김정일의 숨겨진 여인은 그렇지 못했다.

북한은 항공편으로 은밀하게 관을 운구했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대성산 기슭에 묘를 만들어 안장했다. 기자는 우리 정보기관이 확보한 묘지 사진을 '비공개' 조건으로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묘비와 봉분, 묘를 둘러싼 소나무 등 여느 묘지와 별로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모양새였다.

생모의 이런 삶의 굴곡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김정은은 2011년 12월 아버지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권력을 넘겨받자 유선암센터 건립을 서둘렀다. 사실상 집권 첫해인 2012년 5월에는 "매년 11월 16일을 어머니 날로 정하자"며 공휴일로 선포했다.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부인 리설주' 알리며 퍼스트레이디 대우

그리고 그해 여름 부인 리설주를 공개석상에 동반하면서 관영매체를 통해 사진을 공개했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퍼스트레이디임을 알렸다. 마치 평생 은둔의 세월을 보내야했던 생모 고용희에 대한 회한을 드러내 보이려는 듯 했다.

하지만 김정은도 생모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한다. 집권 초기 노동당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어머니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기록영화 형태로 만들어 돌려보게 했지만 곧 거둬들였다. 재일교포 출신 등의 배경이 드러나는 걸 북한 지도부가 여전히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고용희에 대한 김정은의 애틋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생모의 묘지를 참배하는 김정은과 정철⋅여정 삼남매의 모습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 5월19일 평양 외곽 애국열사릉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묘비 앞에 장미꽃을 바치고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5.23

하지만 지난달 19일 평양 외곽 신미리 애국열사릉을 찾은 김정은의 모습에서 일부 엿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군부 스승'으로 여긴다는 현철해 원수(북한군 최고계급)의 1주기를 맞아 참배했다. 국방상만을 대동한 그는 해질녘으로 보이는 시간이 묘비에 장미 한 송이를 바치고 무릎을 꿇은 채 비장한 표정을 나타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현철해에 대해 군부 스승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김정은 후계옹립을 위해 고용희 편에 서서 군부의 지지를 이끌어낸 인물로 볼 수 있다. 김정일과 고용희가 함께한 영상에는 현철해가 바로 뒤에서 후견역할을 하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기구한 삶을 살다간 생모와 후계권력 장악에 각별한 기여를 한 현철해가 모두 떠난 외로움이 5월을 보내는 김정은의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했을 수 있다.

◆우울했던 5월 날래보내려던 김정은의 정찰위성 카드 실패로 끝나 

이런 우울함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카드가 군사정찰위성 발사였다.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정찰위성 발사를 제시한 김정은은 올 들어 유난히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18일에는 국가우주개발국(NADA)를 찾아 조속한 발사를 채근했다. 또 지난달 16일에는 위성발사준비위를 방문해 "절박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5월 25일 한국이 자체 기술로 만든 로켓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고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목표궤도인 550km 상공에 정확하게 올려놓음으로써 선수를 빼앗긴 모양새가 됐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김정은은 누리호 성공 엿새 만인 5월 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했다는 로켓 '천리마-1형' 발사버튼을 눌렀다. 그렇지만 2단계 엔진이 점화되지 않고 서해상에 추락하면서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새벽 '군사정찰위성 1호기' 를 발사했다. 북한을 당일 발사 실패를 인정하며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6.07

국정원은 31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발사장인 평북 철산군 동창리 해안 쪽 기지에서 1.3km 떨어진 지점에서 김정은을 위한 관측대와 천막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번 발사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김정은으로서는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핵과 미사일에 이어 군사정찰위성까지 갖춘 '완전체'로서의 모습을 과시하려 했을 공산이 크다. 5월의 우울함을 마지막 날 완전히 날려 보내려 한 것이다.

국제사회에 스타일을 구긴 김정은이 이를 만회하는 길을 하루라도 빨리 재발사를 성공하는 길이다. 하지만 서두르다가 또 다시 실패하면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위성발사 실패 하룻만인 지난 1일 담화에서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 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북한의 후속 움직임이 없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2012년 4월 위성을 내세운 발사체를 쏘았지만 실패했고, 8개월이 지난 그해 12월에야 추가 발사를 했다.

◆김여정 "머지않아 우주궤도 진입" 주장했지만 이른 시일 재발사 녹록치 않아

김정은으로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추가로 쏘아대며 화풀이성 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평화적 우주이용'을 내세운 정찰위성에 맞춘 자신들의 목표를 스스로 흐트러트리고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이 제한된다.

다만 6월 숨고르기를 거친 뒤 내달 27일 이른바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거나 추가 위성발사를 위한 움직임을 드러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북한이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6.25 전쟁 휴전협정 체결 70주를 맞아 대대적인 반미, 반제국주의 선동을 펼치는 방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내각-국방성 간 체육경기를 관람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월 17일 보도했다. 김정은 뒷편으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6.07

북한이 올 가을을 기점으로 유화국면으로 선회하거나 국제무대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도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확산사태로 2020년 1월 북중 변경을 비롯한 외부와의 문을 닫아걸었던 북한은 최근들어 개방을 조심스레 모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스포츠 국제교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안게임에 북한은 선수단 파견을 통보했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국제경기에 참가를 추진 중인 동향이 파악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당초 베이징이나 단둥을 비롯한 중국 내 북한 소식통들의 입에서 관광객 유치와 전세기 운항을 비롯한 '6월 북한 개방' 소문이 올 봄부터 돌았다"며 "북한의 떠보기 차원인지 아니면 실제 도발국면에서 전환을 꾀하려는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7차 핵 실험이나 추가 ICBM발사, 정찰위성 재발사 같은 도발 국면을 위해 스피드를 더 올려나갈지, 아니면 스포츠를 앞세운 국면전환을 꾀할 것인지를 놓고 김정은의 선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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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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