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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 사회 - 나의 인격과,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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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8월 8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던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사망했다. 1970년대에 방공호 목적으로 건물 신축 시 의무화된 지하실이 1980년대가 되어 반지하 '주택'으로 쓰이게 된 것은, 어떤 사악한 사람의 사악한 발상의 결과가 아니다.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고, 가장 열악한 사람들이 월세를 낼 수 있는 곳은 반지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보다 이 상황을 잘 묘사하는 표현이 있을까? 이번의 반지하 참사는 폭우의 잘못도, 거주자의 잘못도 아니다. 사회과학은 이것을 '구조적' 문제라고 부른다. 결국 우리 사회가 이들을 죽인 것이다. 흔히 '주거 빈곤'의 상징으로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를 말한다. 우리나라 고시원에는 고시생이 살지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모텔, 여관도 주택이고, 쪽방도 주택이고, 심지어 비닐하우스도 주택이다.

2020년 12월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영하 20도의 날씨 속에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노동부는 간경화에 따른 혈관파열이라며 '개인 질병'으로 축소하려 했지만, 499일이 지나서야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산재로 승인되었다. 난방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혈관의 급격한 수축에 의한 파열을 일으킨 이 비닐하우스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월세 25∼45만원 짜리 '주택'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E-9 비자로 입국하여 농어촌에서 일하게 된 이주노동자들은 추가 시간을 일해도, 휴일 없이 계속 일해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63조가 '예외규정'을 두었기 때문이다.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식재・재배・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 동물의 사육, 수산 동식물의 채취・포획・양식 사업, 그 밖의 축산, 양잠, 수산 사업" 등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찬휘 대표

가뭄이 극심한 상황에서 공연을 강행하여 물의를 빚은 '흠뻑쇼' 강릉 공연이 끝나고, 콘서트장 구조물 철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15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했다. 그 노동자는 몽골 국적의 노동자였다. 작업은 하도급 외주업체가 진행하고 있었고 작업 중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작업자는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구조물 위에 올랐다. 같은 업체의 한국인 노동자는 모두 땅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구조물 위는 외국인 노동자들만 올랐다. 안전의 구조도 사회의 구조와 마찬가지로 '중층적'이다.

업무 중 사망자가 발생했으니 이 업체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처벌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의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의 경우는 2025년부터 법이 시행된다. 법은 힘센 사람들 편이라 약자들을 보호해 주지 못하고, 약자를 위한 법이 만들어져도 도망갈 구멍은 숭숭 나 있다.

작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의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인의 '부주의'조차 구조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공기를 단축해야 업체의 이익이 느는 구조, 몰아붙여야 업체의 이익이 나는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는, 안전시설과 용구가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 일상화된다. '주의 산만'은 사실 작업 환경의 어떤 측면과 뒤얽혀 있다. 그리고 '부주의'가 사망으로 귀결되는 현장 자체가 불의라고 해야 한다.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해 우주 로켓 발사국이 되었다고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전자회사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어떤 가수가 미국의 유명 음악상을 수상했다고 대한민국의 수준이 한 없이 높아졌다고도 말을 한다. 하지만 나라의 국격이 정말 그런 것으로 올라갈까? 한 사회의 삶의 수준은, 한 나라의 '국격'이란 것은 그 사회의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로운가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위'의 높이가 아니고 '아래'의 높이가 중요한 것이다.

몰염치한 현장이 목격되고, 마음속에 분노와 부끄러움이 차오를 때, 우리의 인격과 자긍심은 한없이 추락한다. 결국 모두가 안전한 사회,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은 고귀한 이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의 인간됨과 나의 평화로움에 대한 열망만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동인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한 '사회적 비용'은 따라서 하나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인격'과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적 전환을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20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강사의 삶을 접고 29개국을 배낭여행 후 젊은 날의 꿈을 다시 찾는 새 여정에 올랐다. 현재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이자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교육홍보위원장이며 기본소득 강연을 100회 이상 진행했다. 선거제도개혁연대 공동대표로서 다당제 정치 개혁에 힘쓰고 있다. 유튜브 '김찬휘TV'의 진행자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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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돈봉투' 윤관석·임종성 등 2심 무죄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관석·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과 허종식 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명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라며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18일 정당법 위반으로 기소된 윤 전 의원과 임 전 의원, 허 의원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전 의원에게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임 전 의원과 허 의원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 형 확정시 의원직을 상실하는데, 이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한다.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 DB]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 제기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이정근 녹취록'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의제출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르면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이정근 녹취록에는 윤 전 의원은 이 전 총장과의 통화에서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돈봉투를)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버젓이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뺏겼어"라고 언급했다. 검찰은 윤 전 의원이 언급하는 '3개'가 돈봉투였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 내 자동 녹음 파일이 3만여 개에 달해 정확한 개수나 내용을 파악하고 있기 어려운 사정, 이 전 총장이 원심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휴대전화 내 이 사건 관련 내용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죄 증거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또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는 그의 알선수재 사건 관련 수사 중 제출한 것인데, 이 사건과는 무관하므로 검찰이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전자정보 탐색 과정에서 별도 범죄혐의에 대해서 의견 갈리는 경우엔 추가 증거 수집 중단하고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라며 "압수에 관한 절차를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봤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 DB] 한편 민주당 돈봉투 의혹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박용수 전 보좌관이 사업가 김 모 씨에게 6750만원 상당의 돈을 받고 여러 의원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윤 전 의원은 박 전 보좌관으로부터 2021년 4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6000만원을 전달받고, 28일 국회 본관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송 전 대표를 당대표로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좌장 자격으로 참석해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임 전 의원과 허 의원은 이날 윤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알려진 현역 의원 중 일부다. 즉 돈봉투는 사업가 김 씨→박용수·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윤관식 전 의원→현역 의원 20명으로 전달됐다. 관련 인물들은 1심에서는 대부분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로 판명돼 2심에서 뒤집혔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송 전 대표는 1심에서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돈봉투 살포 의혹인 정당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받았다. 역시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로 판명되면서다.    100wins@newspim.com 2025-12-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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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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