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묻은 것" 주장…法 "고의로 마스크 안 타액 묻혀"
"강제추행 같은 불쾌감 줄 수 있는 행위, 죄질 좋지 않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택시를 기다리던 여성에게 접근해 머리카락에 침을 묻히고 도망간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수연 판사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6)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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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6월 6일 오후 10시 30분 경 서울 강남구 한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20대 여성 B씨에게 접근해 어깨로 B씨의 등을 부딪히고 손으로 자신의 타액을 B씨 머리에 묻히고 도망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측은 좁은 길에서 피해자 옆을 지나다가 우연히 타액이 묻었을 수 있고 재채기를 해 마스크 밖으로 침이 일부 튀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판사는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고의로 마스크 안쪽에 있는 침을 손에 묻혀 피해자의 머리에 바르고 지나갔다고 인정하기 충분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A씨가 B씨를 지나갈 때 인도 폭에 여유가 있었고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던 점, 마스크를 쓰고 있던 A씨가 재채기를 하거나 침을 흘렸다 하더라도 마스크 밖으로 나오기는 어려운 점, A씨가 B씨에게 사과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친 점, A씨가 마스크 쪽으로 손을 올려서 들고 있다가 B씨를 지난 후에야 아래로 손을 내린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조 판사는 "야간에 젊은 여성의 머리카락에 침을 묻히는 행위는 일반 폭행과 달리 피해자에게 강제추행과 유사한 심한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위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럼에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당시 충격을 받아 그 후로 3개월 동안 그 근처에 가지 못했고 항상 호신용품을 지니고 다닌다고 진술하면서 피고인과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 양형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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