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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시시콜콜] "나는 로마인이다" vs. "나는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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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스의 폭주를 막아낸 키케로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약 8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수퍼 리치이자, 세계적 게임사 에픽게임즈의 창업자인 팀 스위니(Tim Sweeny)가 트위터에서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선언하는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물론 한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인앱(In App) 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된 것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그런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이 또 한 차례 올라갔다는 자부심을 준다. 팀 스위니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오픈 플랫폼의 선두주자"라며 "전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약 2천년 전 가장 자부심 넘치는 자랑은 '나는 로마인이다'라는 것이었다"라면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3년 독일 서베를린을 방문해 "자유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단연 '나는 베를린인이다'일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오늘날 자유 세계에서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단연코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케네디 전 대통령의 '나는 베를린인이다'와 스위니의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말 '나는 로마인이다'는 처음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라틴어 '시비스 로마누스 숨(civis romannus sum)' 즉 '나는 로마시민이다'라는 말은 로마 시민의 법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BC 106–BC 43)가 했던 유명한 연설문에 등장한다. 나중 그의 연설문집인 '인 베렘(In Verrem)'에 실렸다.

변호사, 웅변가였던 키케로가 로마의 '국부(國父, Pater Patriae)'라는 영예로운 호칭까지 얻는 위대한 정치가로 성장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한 국면이 바로 가이우스 베레스(Gaius Verres, BC 120–BC 43)를 기소한 재판이었다. 이 재판에서 키케로는 시칠리아 시민들도 로마 시민임을 역설하며 승리를 이끌어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로마 옛 법무부 궁전 앞에 있는 키케로 흉상. 2021.09.02 digibobos@newspim.com

베레스는 BC 74년 상당한 뇌물을 사용하여 법무관(praetor) 직위를 얻어냈고, 그 지위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도모했다. 그 대가로 원로원은 그를 로마의 주요 곡물 생산지역 중 하나였던 시칠리아(Sicily) 총독으로 보냈다. 

그가 오기 전까지 시칠리아 주민들은 번영 속에서 매우 만족스런 삶을 살았지만, 베레스가 총독이 된 다음부터는 가혹한 폭정과 수탈에 비참한 지경으로 내몰렸다. 베레스는 스파르타쿠스에 의한 검투사전쟁(Gladiator War, BC 73-BC71) 혹은 3차 노예전쟁(Third Servile Wars)의 비상시국을 이용해 부정한 재산을 축적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부유한 지주들의 주요 노예들을 골라 그들이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에 가담했다고 하거나, 지역에서 폭동을 일으켰다고 거짓 혐의를 만들어내 기소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그는 노예에게 십자가 처형을 선고하고, 노예 주인들에게 뇌물을 바치면 죄와 형량이 면제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었다. 또한 베레스는 존재하지도 않는 노예의 이름을 만들어내서, 그 노예가 반란을 획책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지역 유지가 그를 숨기고 있다고 죄를 뒤집어 씌었다. 그렇게 기소된 유지가  '날조한 정체불명의 노예'를 내놓지 못하면 뇌물을 받을 때까지 석방하지 않고 감옥에 가두곤 했다. 참으로 악랄한 수법이었다.

이밖에도 그는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거나 부당한 계약 취소로 밀 재배업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시라쿠스(Syracuse)의 신전과 민가의 예술품을 강탈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로마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무시했다.

베레스는 총독으로 부임하면서 테르티아(Tertia)라는 여자를 자신의 정부로 삼았는데, 공개적인 장소에 테르티아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 그녀가 안주인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한편, 지역 고위층과 귀족들에게 그녀를 연결해주는 뚜쟁이 역할도 했다. 심지어 자신이 데리고 놀던 그녀와 지역 유지 한 명과의 결혼을 주선하기도 했다.

당시 로마에는 젤리돈(Chelidon)이라는 고급 매춘부가 고위층 유력인사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으면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젤리돈에게 베레스를 연결시켜준 사람도 바로 테르티아였다. 젤리돈은 나중 베레스가 집정관으로 임명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처럼 악랄한 포악행위를 일삼던 베레스는 기원전 70년 로마로 돌아왔다. 그러자 같은 해 시칠리아 사람들이 그의 처벌을 요청했는데, 베레스를 기소한 사람이 바로 당시 신진 정치인이었던 키케로였다. 키케로는 BC 75년 시칠리아에서 검찰관으로 근무했었기 때문에, 시칠리아 사람들과 밀접한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해서 시칠리아의 로마 시민들이 베레스의 범죄에 대해 기소할 것을 키케로에게 요청한 것이었다.

베레스는 자신이 기소되자 당시 로마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법률가인 퀸투스 호르텐시우스(Quintus Hortensius)에게 변론을 맡겼다. 그렇게 유력한 법률가로부터 변호를 받으면서 주요 귀족들도 베레스를 지지하는 등 그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지만, 키케로가 기소 연설을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키케로는 베레스의 범죄, 그리고 재판을 탈선시키려는 베레스의 시도를 상세히 설명했다. 재판부가 키케로의 연설을 들은 직후, 호르텐시우스는 베레스에게 현 시점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했고, 베레스가 자발적으로 망명함으로써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그리하여 베레스는 그 해에 마르세유로 망명을 떠나고, 재판은 키케로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재판이 끝난 다음에도 키케로는 시칠리아에서 베레스의 범죄를 다루는 두 번째 연설이 될 내용을 수집해서 마치 법정에서 실제로 연설한 것처럼 발표했다. 이 첫번째와 두번째 연설이 바로 '인 베렘', 즉 '벨레스에 맞서서(Against Velles)'이다. '인 베렘'은 나중 출판된 키케로의 연설문집 <베레네 오레이션스(Verrine Orations)>에 포함됐다.

베레스와의 싸움은 키케로의 인생에 정말 중대한 변화를 주었다. 당시 로마의 법 체계는 기소에서 승소한 원로원 의원이 피고의 원로원 직책을 맡을 자격을 주었다. 이는 키케로의 경력에 당연히 매우 큰 힘을 주었다. 왜냐하면 새로 등록된 원로원 의원은 발언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키케로는 베레스의 지위를 물려받아서 발언을 마음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팀 스위니와 미국 상원의원 리챠드 블루멘탈의 트윗. 리챠드 의원은 "한국이 보다 나은 앱 경제의 경쟁을 조성하는 발걸음을 떼었다. 미국도 뒤질 수 없다"고 썼다. 2021.09.02 digibobos@newspim.com

 

팀 스위니에 이어 미국 상원의원 리챠드 블루멘탈도 자신이 트윗에서 "한국이 보다 나은 앱 경제의 경쟁을 조성하는 발걸음을 떼었다. 미국도 뒤질 수 없다"고 썼다. 글로벌 플랫폼 거대 기업의 수수료 정책에 제동을 거는 전 세계 첫 사례를 만들어낸 한국 국회는 이를테면, '베레스의 폭주를 막아선 키케로'와 같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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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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