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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우주산업③] '브레이크 많은 우주산업'…발목 잡는 규제 여전

기사입력 : 2021년07월05일 07:00

최종수정 : 2021년07월05일 21:57

민간기업 발사체 시험 인프라 구축 절실
어민보상·우주청 설립 등 현안 해결돼야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민간 기업이 마음놓고 기술을 개발할 여유도 없습니다. 민간 발사장을 만든다지만, 정작 민간에서 필요한 것은 발사 실험장입니다. 지역민에 대한 보상도 골치거리가 될 겁니다."

우주산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불만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최근 한·미 미사일 지침(Revised Missile Guideline)이 폐기되면서 우주산업에 대한 정책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으나,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한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게 항공우주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뛰어넘어야 할 난관이 수없이 나올 수 있어, 한껏 기대를 높여놓은 우주산업을 멈춰세울 '브레이크'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100km 이상 상승해야 할 발사체, 실험은 3km 이내(?)

한·미 정상회담 효과로 미사일 지침이 폐기되고 미국의 달탐사 프로그램 협력을 위한 아르테미스 조약(Artemis Accord) 서명 등이 연이어 진행됐다. 심우주 탐사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까지 가능해질 정도로 표면적으로는 한국 우주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주산업에 대한 장밋빛 기대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재 국내 우주기업들은 국내 규제로 우주기술 개발에 다소 소극적이다. 국제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랑할 정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연구·개발(R&D)에 국내 우주기업들이 당장 팔을 걷고 나서기에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일 '제19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고체연료 발사체엔진에 대한 민간 개발 활성화 전략과 민간 발사장 구축 계획을 내놨다. 오는 2024년까지 프로젝트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민간 전용 발사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에 일단 발사체 개발업체들은 기대를 높였다. 국내에서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새로 구축한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완성된 발사체만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과기부도 완성된 발사체를 대상으로 발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발사체를 완성하기 위한 시험발사 등을 하기 위해서는 발사장이 구축되더라도 국내에서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9년 이노스페이스가 시험발사한 발사체 모습 [자료=이노스페이스] 2021.07.04 biggerthanseoul@newspim.com

국내 발사체 전문 우주기업인 이노스페이스의 경우, 2019년께 전북 새만금 유역에서 시험 발사를 추진했고 이후에는 부지 개발 이유로 추가 시험발사장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노스페이스는 내년에 브라질 알칸타라우주센터에서 추가 시험발사를 할 예정이다. 2년간의 끈질긴 협의 끝에 이뤄진 성과다.

국내에서 시험발사가 가능한 부지를 찾는다고 해도 상공 이용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허가 고도가 최대 3km에 그친다"며 "이마저도 특수한 상황일 뿐, 통상적으로 1km 정도밖에 허가를 얻을 수 없다"고 푸념했다. 우주의 시작인 100km 고도를 넘어서야 할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험 데이터를 1~3km 고도 안에서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발사체 기업의 엔진 실험장 등 구축도 여의치 않다. 고체연료 자체가 폭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당한 소음과 폭발 위험성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소음, 안전, 화재 위험 등의 요인으로 건축물 건설 자체를 지역민들이 반대한다는 얘기다. 환경단체의 감시도 적잖은 부담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주산업을 위한 다양한 기술에 대한 R&D 과제에도 민간 기업의 어려움은 뒤따르고 있다. 우주산업 관련해서는 한국한공우주연구원이 기업에 전수한 기술에 대해 기업이 기술료를 지급해야만 한다. 그동안 민간의 상업용이 아닌, 정부 부처가 활용하는 위성 프로젝트가 많았던 만큼 민간 기업은 막대한 기술료를 지급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연구 목표를 달성하지 않은 R&D에 대한 지체상금 비율 역시 연구비의 30% 수준이어서 기업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이용하는 정도로 R&D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우주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어려웠던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그나마 최근 정부는 지체상금 비율을 10%로 낮추는 방안을 연말께 개정된 우주개발진흥법 정부안에 포함시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엔진 시험장 등은 재사용 기술 개발 등을 하는 데 필요한 공간인데, 해외에는 열린 공간이 많다보니 실험이 수월하다"며 "국내에서는 건축법 등 조건에 맞춰가면서 이를 수행하기가 어렵고 법 검토시간 역시 길어 사업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민간주도 우주산업, '가보지 않은 길'...예측불허 변수 리스크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산업은 정부에게도, 국내 우주기업에게도 '가보지 않은 길'로 평가된다. 그만큼 신산업에 대한 길을 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보니 극복해야 할 사안이 끊임없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부도 민간도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은 바로 발사체 발사에 따른 주민 보상문제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추진했던 나로호 발사 등과 관련, 이미 인근 해역에 대한 어업 금지에 따른 주민을 대상으로 보상이 진행돼 왔다. 다만, 향후 민간 발사장이 구축될 경우, 보상 주체가 현재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민간 발사장 구축 등 인프라 마련에 대한 대책만 내놓았을 뿐 이후 발생할 문제까지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한 시험발사체 발사 모습 [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1.07.04 biggerthanseoul@newspim.com

4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그동안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 1·2·3차,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등 총 4회에 걸쳐 지역 어민에게 어업 중지에 따라 총 10억400만원을 보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사체의 예기치 못한 폭발이나 낙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민간 발사대가 마련된 이후 상업목적의 발사에 따른 주민 보상을 누가 해줘야 할 지는 이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포대에서 그동안 보상 기준에 대한 용역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보상 기준 역시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우주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우주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대책을 추가로 만들어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분 감사한 부분도 있다"면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과정을 헤쳐나가는 것인 만큼 각계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혹여 빠트린 부분이 없는 지 디테일을 잘 살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보상 관련 회의에 군에서도 참석을 해왔는데, 발사할 때마다 조업을 하지 못한 기간에 당시 어종에 따라 복합적으로 보상기준을 따져 항우연에서 주민에게 보상해준 것으로 안다"며 "사실 지역주민들은 10여년 동안 발사로 인한 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했으나 실망이 컸던 만큼 우주 인프라 건설이 지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도 중앙 정부에서 함께 살펴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주청 등 콘트롤타워는 차기 정권의 몫(?)

우주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우주개발 및 산업 전반을 지휘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10여년 전부터 이미 우주청 설립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아직도 우주청에 대한 정부 논의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국가우주위원회 개최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발언 후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2021.06.09 yooksa@newspim.com

정치권에서도 우주청 설립과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년 10월 31일 우주청을 국무총리 산하에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우주개발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세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앞서 10월 15일 독립적인 행정기관으로 우주개발 사무를 관장하는 '우주처' 신설안을 내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앞서 9월 6일 대통령 직속 우주청 설립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현재 폐기된 상태다.

우주청에 대한 항공우주학계나 업계의 요구는 빗발쳐왔으나, 정작 정부조직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지적됐다. 우주청 설립에 대한 법안이 나왔으나, 관련 1개 국와 2개 담당 과 정도로 운영되고 있었던 만큼 청 규모의 조직 확대에 대해 과기부 스스로도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부조차도 우주청 설립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만큼, 정부 조직을 조정하는 행정안전부는 이보다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우주청 관련 요구도 없었을 뿐더러 이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산업을 향한 갈 길이 아직 멀지만, 우주산업을 총괄 지휘할 기관 설립은 차기 정부에 맡겨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변화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의 문제인데 그런 차원에서 우주청이 필요하다"며 "우주청 등 정부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 예산 등을 늘리는 등 재정적인 지원을 키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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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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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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