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추사와 맞닿은 한국 현대미학, 시간과 동작을 머금다

기사입력 : 2021년07월02일 13:49

최종수정 : 2021년07월03일 09:40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서울 성수동 서울숲의 더페이지 갤러리(대표 성지은)가 추사(秋史)에서부터 현대를 가로지르는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형영(形影), 시방(十方)'이라는 타이틀로 개막한 이 전시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150여년 전 추사의 글씨와 오늘날 우리 현대미술가들의 회화, 드로잉, 조각이 시대를 건너뛰어 서로 조응하고, 공명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는 특별전이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추사 김정희의 작품 '매화시옥'에 이우환의 회화 '조응', 최인수의 무쇠조각 'At the Edge of Sound'가 어우러진 '형영 시방'전 전경.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2021.7.1 art29@newspim.com

전시타이틀 중 '형영'은 형체와 그림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형과 영은 분명 따로이지만 동시에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마치 150년 이 땅에서 미술이론가이자 학자, 예술가로 살았던 추사 김정희와, 지금의 작가인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의 관계가 바로 형영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대선배인 추사와 현대의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바로 형체와 그림자인 동시에, 넓게 보면 한 덩어리이기도 하다. 또한 전시제목 중 '시방세계'란 불교에서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에, 상하의 열 방향을 아우르는 개념인 이 말은 전세계, 곧 우주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는 추사의 '매화시옥(梅花詩屋)'이라는 예서 현판과 초서로 된 서간문이 나왔다. 전시를 큐레이팅한 김용대 전 대구시립미술관장은 오래 전부터 추사에 주목해왔다. 추사가 추구한 초월적 세계의 정신성이야말로 '한국 모더니즘 미학'의 시작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추사의 작품 '매화시옥'이 단순히 서예 작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작품은 완벽한 공간구성과 회화적 조형성을 드러낸 '회화'라는 것이다.

추사의 '매화시옥'은 봄이 찾아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매화를 마주하며 옛 선비들이 시회를 열었던 곳에 걸렸던 현액이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단아한 자태를 드러내는 매화를 찾아 탐매(探梅)여행을 떠났던 선인들의 마음을 담은 추사의 작품을 기획자는 '한자의 의미를 배제한 채 회화적 결구를 이뤄낸 작품'이라고 봤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과 그 영으로서의 글씨가 하나로 조응하며 이뤄낸 놀라운 시방적 세계라는 것이다.

추사의 작품에 내재된 이 같은 초월적 예술세계에 화답하며 한국미술은 유구한 궤적을 이어왔고, 오늘날 담담하면서도 밀도있는 현대적 조형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게 기획자의 기획논리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최명영의 회화 'Conditional planes', 최인수의 조각 'From a Distant'가 추사 글씨와 어우러진 '형영 시방'전.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2021.7.1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는 따라서 추사의 인문학적 세계, 시방세계에 닿는 태도에 주목한다. 거기에 더해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의 정신적 공간을 살펴보는 기획이다. 추사를 중심에 두고, 그의 시방적 세계관을 우산처럼 펼쳐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 이 세 작가의 작업이 그림자, 곧 영(影)처럼 공명함을 확인해보는 전시인 것이다.

'형영 시방'전에는 추사의 작품 두 점이 중심축을 이루는 가운데, 이우환의 추상작업 '조응'과 최명영의 지문 연작및 종이작업, 최인수의 무쇠및 나무조각이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일찍이 추사의 회화적 결구가 이뤄낸 자유롭고도 초월적인 세계가 오늘의 한국미술에 어떻게 흐르고, 어떻게 조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우환의 '조응'은 작가의 '바람' 연작이 변화된 단계로, '바람'시리즈의 회화적 요소가 해체 재구성되며 바둑의 화점처럼 점들이 지긋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조응'은 대형 화폭에 네 개의 점만 찍은 그림이다. 그 점들은 너무도 단순해 무심한 듯하지만 아주 예민한 고려를 통해 그 자리에 위치하며 '균형과 파격'을 이룬다. 기획자는 이 작품이 추사의 시방적 결구가 이우환식 평면성으로 환원된 것으로, 미학적 균형과 관계의 세계라고 평한다. 추사가 한 획, 한 획을 더할 때마다 놀라운 '공간의 확장'을 보여주듯 이우환 또한 점을 더할 때마다 화면 속으로 침잠하며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명영은 이번에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작업한 '지문' 연작을 출품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작가는 캔버스에 구획과 선을 구상한 뒤, 자신의 생각을 물감에 침투시켜 손가락으로 마치 지휘하듯 리드미컬하게 화폭을 채워간다. 매일 매일의 사유와 시간이 캔버스에 씨앗처럼 뿌려지며 무채색의 캔버스에는 음악이 흐른다. 무덤덤한 흰색의 물감덩이들은 멈춘 듯하나 떨림을 머금은 채 에너지와 리듬을 선사한다. 마치 수행에 빠진 듯한 작가의 끝없는 핑거 스트록은 회화적 테크닉을 무화시키며, 의외의 미학을 드러낸다. 이번에 최명영은 한지를 여러 겹 겹쳐 배접한 뒤 먹색 또는 붉은색을 켜켜이 입힌 장엄한 종이작업도 내걸었다.

조각가 최인수는 거대한 무쇠조각을 전시장에 덩그라니 던져놓았다. 추사와 이우환의 작업과 대화하듯 놓여진 그의 검붉은 무쇠덩이는 점토를 한없이 굴리고 굴린 끝에 탄생한 '환원의 조각'이다. 인간의 사유 에너지를 점토에 이입시킨 뒤 그것을 석고로 뜨고, 다시 그 것을 전통기법의 무쇠 조각으로 탄생시킨 작품은 고고학자가 원시의 무덤에서 발굴한 유물처럼 보인다.

김용대 큐레이터는 "최인수의 가로로 누운 무쇠오브제는 추사의 품격과 원시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듯하다"고 평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최인수는 느티나무로 만든 수직의 나무조각을 제작했다. 추사의 서간문 옆에 세워진 예각의 날선 조각은 나무의 나이테는 그대로 살린 채 무수한 끌질과 망치질로 거친 표면을 소거한 '뺄셈의 오브제'다.

김용대 전 관장은 "세 작가의 작업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겉으론 비슷해 보이나 확연히 다르다. 즉 시간과 동작을 머금고 있으며, 형과 영이 공존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는 추사의 시방적 세계가 사연을 유지한 채 현대의 개념적 언어로 환원되었기 때문이다. 이우환, 최명영, 최인수의 몸과 정신의 융합을 통한 현대미술은 그래서 독자적인 언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최명영의 한지작업 'Conditional planes'.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2021.7.1 art29@newspim.com

이 전시는 10여년 전부터 기획되고 준비됐다. 최신의 트렌드를 쫓는 급하고, 요란스런 전시들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보기 드문 전시기획이라 하겠다. 김용대 큐레이터는 지난 2010년 추사의 작품과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엮어 '수행(修行)과 시방(十方)'전(공간 퍼플)을 개최한바 있다. 또 2011년에는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주제전으로 '기(氣)가 차다'라는 전시를 디렉팅하기도 했다. 그리곤 이번에 그 문맥을 잇는 전시를 10년 만에 선보인 것이다.

더페이지 갤러리 또한 큐레이터와 의기투합해 오랫동안 기획을 숙성시켜왔다. 추사 김정희의 '매화시옥'이 지난 2016년 국내 경매에 나오자 전시의 핵심작이라 판단하고, 5천만원에 낙찰받는 등 꾸준히 준비해왔다.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이 독특한 전시는 오는 7월18일까지 계속된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사진
이재명, 범진보 대권주자 적합도 '압도적 1위' 질주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이재명 대표가 범진보 진영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압도적 1위를 질주했다. 여의도에 입성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위, 김동연 경기지사가 3위, 김부겸 전 총리가 4위로 뒤를 이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범진보 진영 인물 중 차기 대권주자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어본 결과 이 대표 35.4%, 조 대표 9.1%, 김 지사 8.5%, 김 전 총리 6.5%로 나타났다. 뒤이어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8%,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6%로 집계됐다. 기타 인물은 16.7%, 적합 후보 없음 15.1%, 잘 모르겠음 5.2%였다. 이 대표는 전체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60대 이상에선 다소 차이가 좁혀졌다. 만18세~29세에서 이 대표 35.4%, 조 대표 12.1%, 김 지사 10.1%, 김 전 총리 5.8%였다. 30대에선 이 대표 38.7%, 김 지사 6.5%, 김 전 총리 6.2%, 조 대표 5%순이었다. 40대의 경우 이 대표 50.6%, 조 대표 12.6%, 김 지사 5.9%, 김 전 총리 5.1%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50대에선 이 대표 41.1%, 조 대표 10.2%, 김 지사 8%, 김 전 총리 5.6%였다. 60대에선 이 대표 23.9%, 김 지사 10.4%, 조 대표 7.8%, 김 전 총리 6.4%순이었다. 70대 이상의 경우 이 대표 19.5%, 김 지사 10.8%, 김 전 총리 10.5%, 조 대표 6%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전체 지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수도권 및 호남에서 격차를 벌렸고 영남에선 차이가 다소 좁아졌다. 서울에서 이 대표 32.9%, 조 대표 9.2%, 김 지사 8.2%, 김 전 총리 4.4%였다. 경기·인천에선 이 대표 43.8%, 김 지사 9.9%, 조 대표 7%, 김 전 총리 4.8%순이었다. 광주·전남·전북의 경우 이 대표 42.9%, 조 대표 9.2%, 김 전 총리 11.5%, 김 지사 6.8%였다. 대구·경북에선 이 대표 21%, 김 전 총리 11.6%, 조 대표 10.3%, 김 지사 8.8%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은 이 대표 27.1%, 조 대표 9.9%, 김 전 총리 7.2%, 김 지사 5.6%였다. 대전·충청·세종에선 이 대표 32.3%, 조 대표 13.5%, 김 지사 10.9%, 김 전 총리 4.4%였다. 강원·제주에선 이 대표 36.2%, 조 대표 8.4%, 김 지사 7.8%, 김 전 총리 7.3%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 대표 74.6%, 조 대표 5.7%, 김 지사 4.5%, 김 전 총리 1.7%로 이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김 지사 12.4%, 김 전 총리 9.5%, 이 대표 8.5%, 조 대표 3.4% 순이었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의 경우 이 대표 45.9%, 조 대표 38.5%, 김 지사 4.7%, 김 전 총리 2.2%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이 대표는 '과반 의석 달성'과 함께 원내 1당을 지키며 대권주자 위상이 더욱 강화했다"며 "조 대표는 비례대표 12석을 얻으며 단숨에 경쟁력 있는 차기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별·연령대별·지역별 인구비례할당 후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9%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지역별 셀가중값을 부여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결과 등록현황을 참고하면 된다. hong90@newspim.com 2024-04-18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