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취소로 구속…피해자 명예훼손 혐의 10대는 집유
"죄질 좋지 않고 피해자 고통 상당…실형 선고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성폭행을 당한 여중생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 2명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8부(배형원 부장판사)는 14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 등 혐의를 받는 강모(20) 씨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 등 혐의를 받는 김모(18) 군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6월을 선고하고 실형 선고에 따라 보석을 취소했다.
아울러 이들에게 각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서울=뉴스핌] 법원 로고. 윤창빈 기자 =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강 씨와 김 군 모두 이 사건 범행 당시 소년으로 판단이 미숙했고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면서도 "강 씨는 피해자와 유사 성행위를 하고 김 군은 피해자가 성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약점 삼아 위계로 간음을 해 죄질이 매우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고 이후 피고인들이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 부모는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강 씨가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생일까지 알기 어려웠고 피해자의 나이를 만 13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 대신 '13세 이상'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죄를 적용했다.
또 김 군에 대해서는 "강간죄에서 규정하는 '범행 당시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피해자 나이와 처한 상황을 보면 위력에는 해당한다"며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인정했다.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 안모(19) 군에 대해서는 "범행을 자백한 점, 소년이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강 씨와 김 군은 구금에 대한 의견이 있냐는 재판부 질문에 각각 "너무 억울하다",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면해달라"고 했다.
반면 피해자 측 아버지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말 원했던 판결은 우리 딸을 살려내는 것인데 어떻게 해도 우리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1심보다 적은 형이 선고돼 아쉽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강 씨는 지난 2016년 9월 중학교 1학년이던 13세 A양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김 군은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강 씨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A양의 말을 듣고 이를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A양의 전 남자친구였던 안 군은 SNS에 A양이 김 군과 강 씨로부터 입은 피해를 성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지난해 김 군에게 징역 장기 6년에 단기 4년, 강 씨에게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3년6월을 선고했다. 안 군에게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양은 2018년 7월 19일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3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A양의 유족은 강 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폭행과 학교 폭력으로 숨진 딸의 한을 풀어달라'는 글을 올려 이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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