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홍철 의원 "세입자 점유·전입신고 당일 대항력 발생" 법안 발의
현행법, 전입신고 다음날 대항력 발생…세입자 보증금 보호 '한계'
작년 같은 법안 발의됐지만 임기만료 폐기…"통과 여부 지켜봐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등 수도권 전세대란이 심해지는 가운데 전월세 세입자의 보증금을 더 강력하게 지켜주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법에서는 세입자가 주택 인도(입주 또는 점유)와 주민등록(전입)를 한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발생하는데, 이를 '당일'로 바꿔서 세입자의 임차보증금을 보호하자는 내용이다.
다만 작년 5월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폐기된 적 있는 만큼, 이번에 해당 법안이 통과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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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여의도 국회의사당. 2019.12.19 leehs@newspim.com |
◆ 민홍철 의원 "세입자 점유·전입신고 당일 대항력 발생" 법안 발의
9일 국회에 따르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1명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세입자가 주택에 입주(점유)하고 주민등록 및 주택임대차등록(전입 및 확정일자)을 하는 경우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즉시 발생하게끔 하는 내용이다.
'대항력'이란 세입자가 자신이 사는 집에 거주할 권리를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법률상의 힘을 말한다. 대항력을 갖는 것은 세입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세입자가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월세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가 '대항력'이기 때문.
대항력 없는 세입자는 보증금을 잃을 위험이 크다. 낙찰받은 사람은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어서다. 이 세입자는 종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해야 하는데, 이미 집주인이 파산한 상태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세입자들이 이를 방지하고 보증금을 좀더 안전하게 지키려면 '우선변제권'을 갖춰야 한다. 우선변제권이란 경·공매로 팔린 주택의 매각대금에서 세입자가 후순위권리자 또는 다른 채권자들보다 먼저 법원에서 돈(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우선변제권이 성립되려면 4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대항요건(전입신고를 하고 해당 주택을 점유)을 갖출 것 ▲확정일자를 받을 것 ▲배당요구종기일(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까지 배당 요구를 할 것 ▲배당요구종기일까지 대항요건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 현행법, 전입신고 다음날 대항력 발생…세입자 보증금 보호 '한계'
이 중 첫 번째 요건인 '대항요건'이 이번 법안에서 개정하려는 부분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세입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전입신고를 마치고 입주하면 당일 밤 자정(0시)부터 대항력을 갖게 된다. 사실상 세입자가 주택의 인도(점유)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친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생기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같은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만약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주택을 인도한 당일 근저당권(담보대출)을 설정하면 세입자가 권리분석상 은행(근저당권자)보다 후순위에 놓이기 때문이다.
근저당권 설정이란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등기부등본에 얼마를 빌렸는지 적는 것을 말한다. 만약 근저당권 액수가 큰데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싼 금액에 낙찰되면 후순위에 있는 세입자는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법원에서는 집을 경매로 팔 경우 선순위 채권자부터 돈을 준다. 후순위 채권자는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받거나 못 받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세입자가 주택에 입주(점유)하고 주민등록 및 임대차등록(전입 및 확정일자)을 마친 즉시 대항력이 즉시 발생하게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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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2020.08.26 kilroy023@newspim.com |
◆ 작년 같은 법안 발의됐지만 임기만료 폐기…"통과 여부 지켜봐야"
민 의원의 법안은 앞서 전북 완주군이 행정안전부의 '2019년 민생규제 혁신과제 공모'에 제안해서 선정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민생규제 혁신 공모전을 개최했다. 국민이 일상생활 및 경제활동에서 겪고 있는 각종 규제(법령, 제도, 규정 등)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민생규제혁신심사단(일반인, 전문가 등 12명)이 심사한 결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개정을 통한 임차인 보호 강화'가 장려상을 받았다고 작년 10월 밝혔다.
다만 부동산업계에서는 민 의원의 법안이 이번 21대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5월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인은 작년 5월 3일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작년 5월 7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수개월째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됐다.
이 법안은 발의된 지 1년 넘게 지난 5월 29일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았다. 폐기는 법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고유법안 1947건 중 대다수에 해당하는 1572건(80.7%)이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입자가 전입과 점유, 확정일자 신고를 마친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발생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전세계약 때 주의사항으로 알려져왔다"며 "행안부도 대항력 효력을 전입신고한 당일로 앞당기도록 하는 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 폐기됐다"며 "이번에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내 통과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