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5000억원·CP 1.5조 순상환...금융위기 때도 순발행
주담대, 6.3조원 증가..."서울 비고가 아파트 매매 거래 지속"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기업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지속함에 따라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중 기업대출은 18조7000억원 증가한 90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6월 속보 통계가 발표된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자료=한국은행] |
기업 대출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힌 탓이다.
회사채는 5000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기업어음(CP) 역시 1조5000억원 순상환을 나타냈다. 회사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순발행을 지속했으나, 최근 회사채 시장 유동성 경색이 심해지면서 순상환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3월중 회사채가 소폭의 순상환을 나타냈으나 이는 계절적 요인, 최근 신용경계감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아직은 회사채 발행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도 자금수요가 증대된 가운데 정부의 정책지원,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 등으로 상당폭 확대됐다.
3월중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9조6000억원 증가한 910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증가한 672조원을 기록했다. 주택매매 전세 관련 자금수요, 비은행 대출 대환수요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한은 관계자는 "12.16대책 이후 서울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매매가 상당히 줄고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가계 대출 증가 규모가 앞으로 줄 것"이라면서 "다만, 서울 비고가 아파트 및 인근 수도권 지역의 거래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폭 축소정도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타대출은 전월 1조5000억원에서 3월 3조3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주택자금 수요에 주식투자자금 수요가 가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공포 속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폭이 커지자, 국내 증시에선 개인 투자자들의 우량채 중심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개인 주식 순매수는 2월 6조원에서 3월 12조7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모니터링 결과 사업·생계 관련 가계대출 증가압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3월중 은행 수신은 직전달(35조9000억원)에 이어 33조1000억원 증가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시입출식예금이 기업 배당금 지급에 대비한 자금 유입 등으로 큰 폭 증가했다. 정기예금도 기업의 단기예금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30조3000억원 줄면서 감소세로 전환했다. CP 등 단기물을 묶어놓은 머니마켓펀드(MMF)가 CP금리 상승 영향으로 큰 폭 감소했다.
채권형 펀드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금리 상승, 채권시장의 신용 경계감 부각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