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라이브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컬처톡] '내 집 마련'이 꿈이 된 사회의 민낯…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영화감독 이창동 단편소설 원작 무대화
평범한 소시민의 빈곤·상실감에 대한 질문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최근 2년 전 분양된 아파트 한 가구가 취소되면서 약 5만명의 신청자가 몰리는 소동이 일었다. 당시 분양가로 청약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단 1명을 위한 로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고, 청약 홈페이지가 아예 마비되기도 했다. 2019년인 현재에도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의 꿈은 '내 집 마련'이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성공의 척도다. 집을 소유한 것에 따라,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얼마나 풍족한 생활을 하는지 가늠하게 되고, 집 자체가 일종의 과시가 된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할까. 내 집 장만을 목표로 열심히 살지만,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될 수 있을까. 집이 꿈이 된 사회는 과연 정상인가.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연출 신유청)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1992년 한국일보 창작문학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이창동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DAC Artist의 윤성호 작가가 각색을 맡았으며, 연출가 신유청이 원작의 부조리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무대에 그려낸다.

주인공 준식은 어린 시절 홀로 상경해 갖은 고생을 거쳐 급사로 일을 시작해 야간대학을 나와 교사가 된 인물이다. 아홉 번 실패 끝에 당첨된 23평 아파트에 입주한다. 그의 아내 미숙은 남들에게 번듯하게 보이기 위해 비디오와 오디오 세트, 수족관으로 집을 꾸미는게 소원이다. 철없는 예쁜 딸까지 1980년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 가정이다.

어느날 갑자기 십여 년간 만나지 못했던 이복동생 민우가 집에 찾아오면서 평온했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민우와 친해진 미숙이 갑자기 화장을 하고 꾸미기 시작하면서 준식의 의심과 불신이 커져간다. 위태롭게 이어지던 불편한 동거는 결국 부부싸움과 민우가 떠남으로써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은 각각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되묻는다.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파장을 일으키는 존재 민우는 악질 운동권으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지만, 어렸을 때부터 매우 정의로운 캐릭터다. 그러나 준식의 입장에서는 민우의 정의감 때문에 손해를 보고 상처를 입었다. 그를 통해 미숙은 꿈과 이상을 생각하게 되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해온 준식은 그동안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정의가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된다면, 무엇이 옳은 것인가. 그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울부짖는 준식의 모습이 절절하게 공감되고 안쓰럽다.

준식이 살게 된 아파트는 쉽게 상상하는 화려하고 멋있는 장소가 아니다. 주변은 공사장이고 화장실이 없어 길가에는 쓰레기와 똥이 널부러져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파트가 사실은 거대한 쓰레기 퇴적층 위에 지워졌다는 사실처럼, 준식의 가정 역시 허울뿐 민우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민낯을 드러낸다. 극 초반 "진짜 우리 집"이라며 행복해하던 미숙이 극 후반 "더이상 이 집에서 살 수 없다"고 소리칠 정도로.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허상, 사상누각, 버블 같은 이들의 삶은 시각과 청각으로도 잘 전달된다.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넓은 거실, 외부와 경계에 위치한 변기 등 무대는 녹천의 한 아파트를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갑자기 푸른 조명과 물방울 소리를 통해 마치 거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숙이 쓸고 닦던 화장대 거울이 깨진다거나, 그토록 원했던 수족관에 들어갈 금붕어의 죽음 역시 허무한 기분을 전한다.  

2019년에도 유효한 메시지는 가슴 아프지만, 사실 스토리는 매우 익숙하고 전형적이다. 그러나 '소리들'(송희정, 박희은, 이지혜, 우범진, 하준호)이라는 멀티 캐릭터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이들은 극의 내레이션을 맡는가 하면 극중 딸, 준식의 동료 교사들, 술집 종업원 등 다양한 인물을 소화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들의 움직임과 몸짓, 개성 가득한 연기가 작품의 신선함과 유쾌한 매력을 더한다.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주인공 준식을 연기한 조형래, 아내 미숙을 연기한 김신록, 동생 민우를 연기한 김우진 또한 열연을 선보인다. 특히 조형래는 책임감 강한 1980년대 전형적인 가장부터 분노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모습까지, 너무나 현실적인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에너지와 감정 소모가 큰 역할임에도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는 오는 6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광주도서관 현장 매몰자 추가 수습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붕괴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상태다. 11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 2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안전 사고를 대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2025.12.11 bless4ya@newspim.com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명이 이날 오후 2시 52분에 의식 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 1분을 기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 53분쯤 지하층에서는 또다른 작업자 1명이 구조물에 깔린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이 8시 13분쯤 잔해를 치우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는 총 97명이며 사고를 당한 이들은 미장 및 철근, 배관 관련 작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대형 크레인 2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2마리, 열화상카메라, 드론 등을 활용해 나머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밤샘 수색 작업에 대비해 한국전력의 협조를 구해 조명도 설치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의 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광주 서부소방서] 사고는 콘크리트 타설 중에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발생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단계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연면적 1만1640㎡,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총사업비는 516억원이다. 완공 시점은 내년 4월 13일까지였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2시 40분을 기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하고 철근이 집중돼 있어 구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less4ya@newspim.com 2025-12-11 21:26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