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파트 직원 폭로…법정 최저시급 절반도 못 미쳐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사람 잡는 노동강도로 뭇매를 맞고 있다. 1개월간 무려 393시간을 일하게 해놓고 지급한 월급은 고작 19만엔(약 194만원)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한다.
슈칸분슌은 22일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매드하우스’ 제작파트 직원 A씨가 폭로한 부당한 노동현장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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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하우스가 제작했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진=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메인포스터] |
TV판 애니메이션 제작 일정과 스태프, 소재 등을 관리하는 A씨는 “30분짜리 TV애니메이션 한 편에 300컷이 들어가는데 제작기간은 대략 3개월이 걸린다”며 “저 같은 제작진행자 4~5명이 2~3화씩 담당한다. 차이는 있지만 최대치로 일할 땐 노동시간이 1개월에 393시간”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노동법으로 1주일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한다. 1개월로 따지면, 매드하우스는 무려 230시간이나 근무시간을 초과한 셈이다. 230시간을 잔업으로 치더라도 엄연한 불법이다. 일명 ‘과로사 라인’으로 통하는 1개월치 잔업 80~100시간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격무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출근길에 쓰러지고 말았다.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과로 진단을 받았지만 회사에선 단 하루 휴가를 허락했다. 마감이 촉박했던 그는 다음날 바로 회사로 가 일에 매달렸다.
A씨는 “마감이 촉박해질수록 노동강도가 세진다. 감독이 최종단계에서 그림의 질을 지적하면 제작진은 몸을 쥐어짜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작화붕괴’란 말을 듣지 않는 수준에서 겨우 품질을 맞춘다. 위에서는 ‘어떻게든 또 되네’라고 쉽게 생각한다. 때문에 작업현장이 매번 개선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결국 A씨는 심장에 무리가 왔다. 치료를 받으면서 2개월간 약을 먹었다. 이래저래 돈이 들어갔지만 월급이라고 손에 쥔 돈은 19만엔(약 194만원). 393시간 일했다고 치면 시급은 약 484엔(4935원)이다. 법으로 정한 도쿄도의 시급(2018년 기준) 985엔(약 1만44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A씨는 결국 '블랙기업연합'에 가입, 매드하우스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랙기업'이란 월급을 적게 주거나 갑질, 혹독한 근무 등을 요구하는 악덕업체를 말한다. A씨는 매드하우스가 잔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할 것,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스태프의 직장 내 갑질에 사과할 것을에 요구하고 있다.
‘매드하우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가 설립한 프러덕션 출신들이 독립해 1972년 만들었다. ‘로도스도 전기’ ‘야와라!’ ‘카드캡터 사쿠라’ ‘디지캐럿’ ‘사쿠라대전’ ‘런그레이브’ ‘우주해적 캡틴 하록’ ‘고쿠센’ ‘블랙라군’ ‘데스노트’ ‘데빌 메이 크라이’ ‘헬싱’ ‘원펀맨’ 등 숱한 TV판 및 OVA를 선보였다. ‘천년여우’ ‘썸머워즈’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굵직한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
현재 직원이 70여명으로 알려진 매드하우스는 니혼테레비 주식의 9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소멸도시’ 등을 제작하고 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