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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루종일 폐지 주워도 7000원··· 노인은 끼니를 걸렀다

기사입력 : 2018년08월22일 15:21

최종수정 : 2018년08월22일 15:23

폐지값 폭락에 생활은 어렵... 1kg에 40원 수준
"일자리 경쟁에서 밀려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 70대 노인 김씨는 폐지로 가득 찬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이날 서울의 최고 기온은 31도. 가랑비가 내린데다, 최근 살인적인 더위는 잠시 가라앉아 찜통더위는 한풀 꺾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노인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김씨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손수레를 이끌고 거리로 나섰다고 했다. 손수레는 길이 약 2m에 폭 1.5m 크기다. 무게는 비었을 때 기준 60kg 정도다. 폐지가 가득 차면 100kg을 넘을 때도 있다.

비둘기가 길바닥에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를 해치우듯, 김씨는 시장 곳곳부터 인근 주택지의 폐지를 보이는 대로 수거했다. 손수레를 끄는 모습이 뒤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노인은 폐지를 가득 실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수거한 폐지 끌고 가는 노인. 2018.08.21. sunjay@newspim.com.

노인을 신경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김씨는 자연스럽게 가게에서 폐박스를 가져와 수레에 싣고, 말없이 떠난다. 간혹 같은 골목에서 동병상련의 노인을 만나도 그저 한 번 흘겨볼 뿐, 알은체하지 않는다. 

이따금 말을 거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요구르트 배달차를 끌던 한 중년여성은 "아저씨 연금 나오지 않아요? 그냥 편하게 살아요. 왜 이렇게 더운 날에 고생해"라고 말했다. 노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때도 있다. 차도를 넘나들면서 이동할 때가 대표적이다. 큰 손수레 탓에 인도에서는 이동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차도를 이용한다. 차도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김씨가 답답했는지 한 차주는 경적을 '빵' 울리고 지나갔다. 

실제로 2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작년까지 폐지수집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의 수가 서울에서만 21명에 달한다.

손수레를 가득 채운 노인이 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폐기물 처리업체다. 이날 노인은 대림중앙시장에서 약 1.5km 떨어진 신대방역까지 가서야 손수레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폐지값을 받으러 돌아가는 길까지 계산한다면, 왕복 3km 정도를 걷는 셈이다. 

노인은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하루 세 차례 이러한 일을 반복한다. 약 10km 거리다. 이는 여의도역에서 서초역까지의 거리와 맞먹는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수거한 폐지의 무게를 보는 노인. 2018.08.21. sunjay@newspim.com.

폐기물 처리업체에 따르면 폐지는 1kg당 40원이다. 비에 젖은 폐지는 상대적으로 무게가 더 나가는 탓에 값을 정할 때 일정 무게를 빼고 계산한다.

플라스틱은 폐지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알루미늄 캔은 가격이 꽤 세다. 알루미늄 캔 1kg을 가져가면 700원가량을 벌 수 있다. 단, 고철로 된 캔은 값어치가 떨어진다. 구리 역시 1kg에 5000원 정도로 비싼 축에 속한다.

폐기물 처리장에 모여든 노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김씨는 폐기물의 계통을 가리지 않고 수거하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값비싼 알루미늄과 구리만을 챙기는 노인들도 있다.

이들은 보통 손수레가 아닌 자전거를 이용한다. 구하기 어려운 만큼 꽤 먼 거리를 쏘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등은 폐지에 비해 가벼워 자전거로도 충분히 운반할 수 있다.

무게 계산 과정엔 빈틈이 없다. 바닥에 설치된 계근대(대형 저울)를 통해 가져온 손수레 무게를 재고, 빈 손수레 무게를 빼는 식이다. 무게는 업체 외벽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업체 관계자는 "누구든 고물을 가져오면 무게에 맞춰 값을 쳐주기 때문에 많은 노인들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정오께 노인의 손수레는 110kg이 넘었고, 노인은 3000원가량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 2018.08.21. sunjay@newspim.com.

끼니때가 넘었지만, 김씨는 그저 막걸리를 마시면서 목만 축였다. 점심을 안 하냐고 물으니 "막걸리면 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폐지를 수거하는 또 다른 노인 최모(72)씨는 "폐지값이 형편없는 데다가 폐지를 줍는 사람도 많아졌다"면서 "돈을 벌려면 조금씩이라도 더 혹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번 돈을 쌀값이나 약값 등으로 쓴다고 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폐지 수거 노인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기업이 늘었다. 영등포구는 올해 폐지수집 노인에게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쿨스카프, 쿨토시 등 폭염 대비 물품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한 사회적 기업은 폐지 수거 손수레를 광고판으로 활용, 손수레를 끄는 노인과 광고 수익을 나누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과 삶'(소준철·서종건)에서는 "임금노동 시장과 공공근로 일자리에서 배제된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재활용품 수거노동"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의 개념이 붕괴되며 노인 보호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노인 부양의 주체가 어느 순간부터 자녀에서 국가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6.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사회에서 배제되고 가족에게 외면받은 노인들은 여전히 끼니도 거른 채 폐지를 줍고 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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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엑시노스 부활' 이 기사는 5월 21일 오전 10시0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 공개 예정인 폴더블 신제품에는 '엑시노스 2500·2400',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2나노 공정의 '엑시노스 2600'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과 제품 포지셔닝에 따라 퀄컴 칩셋과 병행 탑재하는 이원화 전략이 병행된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2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폴더블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칩셋을 일부 탑재한다. 삼성은 또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2600을 부분 탑재할 계획이다. 해당 칩셋은 2나노 공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Z 플립7에 엑시노스 2500, 보급형인 Z 플립7 FE에 2400이 각각 탑재될 예정"이라며 "상위 기종인 Z 폴드7에는 S25와 동일하게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경우 북미·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는 퀄컴의 새로운 칩(스냅드래곤8 엘리트2)을, 유럽 및 기타 글로벌 시장에는 자체 칩셋인 엑시노스 2600을 교차 탑재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며 "단, 고성능이 요구되는 울트라 모델은 전량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에는 3나노,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 S25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Z 폴드7과 S26 시리즈의 칩셋 탑재 방식 차이는 제품 포지셔닝에 따른 것이다. 폴드 시리즈는 플립 보다 상위 라인업으로 분류돼 퀄컴 칩셋을 적용하고, 유럽 등에서는 엑시노스를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울트라 모델의 경우 상위 기종인 만큼 지역에 관계없이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엑시노스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정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1분기 두 사업부는 각각 1조원대 적자를 낸 바 있다. 시스템LSI는 주요 고객사에 플래그십 SoC(System on Chip)를 공급하지 못했고, 파운드리는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인한 가동률 정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자체 칩셋 적용은 내부 수요를 통한 생산 가동률 확보, 공정 검증 및 설계-제조 일원화 구조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민감도가 낮은 시장을 중심으로 엑시노스 경쟁력을 확보하며 중장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엑시노스의 성공은 사업부 실적은 물론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엑시노스 탑재와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aykim@newspim.com 2025-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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