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녹색어머니회 아르바이트' 구인 게시글 잇따라
"학부모에게 부담 전가" vs "당연한 의무"
[뉴스핌=오채윤 기자] “8시30분부터 9시까지 녹색어머니 대행해주실 분 계신가요. 사례하도록 하겠습니다” 12일 한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의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란에 올라온 글이다. 녹색어머니회 봉사활동을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녹색어머니 대행서비스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하다. 자녀를 위해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든 맞벌이 학부모는 이렇게나마 녹색어머니 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통 하루 30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대행하면 사례로 1만~3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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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커뮤니티 구인 게시판에서는 녹색어머니를 구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녹색어머니회는 초등학교 등하굣길 교통지도를 맡는 민간 자원봉사단체다. 주요 임무는 등하굣길에 횡단보도에서 차량을 통제함으로써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녹색어머니회를 운영하고 있다.
녹색어머니회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 가운데 지원한 사람을 대상으로 참여하는 것이지만, 참여를 의무화하는 학교도 있다.
A 학부모는 “직장 때문에 아침에 마음대로 시간을 뺄 수 없는 처지다. 사정을 해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해도 동료 눈치가 보여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본래 결혼식 하객 대행, 배달 대행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업체지만, 최근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녹색어머니회 대행’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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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 서비스 <사진=온라인블로그캡처> |
B 학부모는 “사정상 참여를 못 할 때 괜히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눈치 보인다”며 “사람이라도 구해서 참여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녹색어머니회 활동 의무화가 경찰, 학교 등의 공권력이 담당해야 할 일을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린이 교통안전지도인 만큼,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교 밖의 안전은 경찰이나 지자체 등이 나서서 담당하는 게 맞다”며 “현재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교통안전 문제를 전가하는 녹색어머니회 운영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녹색어머니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C 학부모는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서는 어머니들의 봉사가 절실하다”며 “참여하는 인원이 적어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대신 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먼저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D 학부모는 “녹색어머니회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강제성을 갖고 할 만한 조직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맞벌이 부부를 위한 대행서비스지만, 봉사 활동 조차 돈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이라며 혀를 찼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