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컬처톡] 류가양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창극 '산불'

기사입력 : 2017년10월27일 17:23

최종수정 : 2017년10월27일 17:23

국립창극단 '산불'은 오는 10월 25일부터 29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된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뉴스핌=최원진 기자] 때는 1951년 겨울 한국전쟁. 남자는 없고 과부들만 사는 어느 마을에는 한 남자가 숨어들고 두 여자의 마음에 뜨거운 불덩이가 인다.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라 손꼽히는 차범석의 '산불'이 국립창극단에 의해 새롭게 탄생했다. 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두 번째 무대에서는 더블캐스팅 규복 역의 박성우, 점례 역 이소연, 사월 역 류가양이 스테이지를 장악했다. 전쟁이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깊은 내면에 초점을 맞춘 원작은 현대적인 사운드와 세련된 무대 장치를 통해 친근하게 관객들을 찾아갔다. 특히, 움직이는 타원형 무대와 천 그루가 넘는 실제 대나무로 채운 구성은 관객들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전쟁에 죽은 남자 귀신들, 점례의 남편 등 새로운 등장인물이 추가돼 원작과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국립창극단의 재해석에는 코믹한 요소가 있어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살짝 띄우는 역할을 해냈다. 점례의 시누이 귀덕은 전쟁 중 폭격소리에 정신을 놓아버린 캐릭터. 시도 때도 없이 까마귀를 내쫓고, 싱글벙글 웃으며 내뱉은 천진난만한 말이 웃음을 자아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까마귀들도 웃음 포인트였다. 특히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든 건 노망난 점례의 시할아버지, 김 노인. 마을 과부들이 무거운 이야기로 심각한 상황일 때 "어미야 배고프다" "어미야 요강 어디 있느냐"라고 분위기를 깬다. 마을 과부들을 보고 "모두 내 여자! 내 세상이로구나"란 대사에서 관객들은 속수무책으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국립창극단 '산불'에서 사월 역 류가양이 자신을 비난하는 마을 과부들에 소리치는 장면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릴 이렇게 만든 세상이 죄지. 내가 왜 죄요."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가수들의 가창력과 명연기였다. 특히 사월 역은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갓난아이가 있지만, 모성애보다 본능적 욕망이 우선인 인물이다. 규복을 숨기고 보호하는 점례에게 하룻밤씩 번갈아 가며 공유하자고 요구하는 당돌한 여자다. 어떻게 보면 사월의 태도가 이기적이고 행동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이란 비이상에서 정상적인 사월의 생각과 행동을 바라는 것 역시 모순일터. 류가양은 호소력짙은 목소리와 세심한 연기 톤으로 사월의 솔직한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사월은 규복의 아이를 배고 마을 과부들에 질타를 받는 장면에서 류가양은 허스키한 창극 톤으로 절규한다. 이어 자신을 "차라리 죽어라"라며 매질하는 어머니 최씨에 "남편 잃은 젊은 과부가 사내를 그리워하는 게 죄요?"라고 반문한다. 초점 잃은 눈빛과 자신은 억울하다며 소리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최씨는 뒤돌아선 자신의 딸에게 "다들 참고 사는데 왜 너만 그래"라고 되묻는다. 전쟁은 남자들이 저질러놓은 비이상적인 '불장난'이라고 한다면 마을은 과부들이 참고 참으면서 지켜온 이상적인 사회다. 만약 사월의 남편이 죽지 않았다면, 마을에 다른 남자가 있었다면 사월은 자신이 목격한 점례와 규복의 밀회를 눈감아줬을지도 모른다.

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국립창극단 '산불'에서 양씨 역 유수정이 며느리 점례 이소연에 대밭을 지키라고 당부하는 장면 <사진=국립극장 제공>

'산불'의 주인공은 규복 역의 박성우와 점례 역 이소연, 사월 역 류가양이지만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한국전쟁 당시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적인 연출에 있다. 어느 날은 산도적떼가, '빨갱이'가, 왜놈들이 마을을 찾아와 먹을 걸 다 뺏어가고 마을 과부들은 먹을 게 없어 봄에는 대나무 죽순을 팔아 연명한다. 점례는 힘든 살림에도 불평불만 없이 시어머니와 시할아버지를 모시고, 마을에 남자가 없어 매일 죽창을 깎는 모습은 픽션이 아닌 195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이었다.

창극으로 재탄생한 '산불'. 과거 한국전쟁에서 힘들고 어려웠던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훌륭한 가창력과 연기력도 단연 돋보였던 무대다. 한편 25일에 열린 국립창극단 '산불'은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가덕도신공항 시공사 교체되나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장기간 표류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교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공사가 전면적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2029년 개항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국토부가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공사측은 공사기간 연장, 공사비 증액을 포함한 게약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공사 입찰 당시에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수의계약으로 결정된 만큼 국토부가 재입찰을 진행해도 대체 시공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국 양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상당기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가덕도신공항 공사 개요 및 국토교통부, 현대건설 컨소시엄 간 부지조성공사 기본설계 조건 입장 차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현대건설 "국토부 공기·공사비 못 맞춰… 안전 1순위"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기본설계안 변경 사유를 담은 시공단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 취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개항 연기는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주 중으로 정부에 공사기간을 기존 7년에서 9년으로 연장해야 하는 사유를 담은 설명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지난주 국토부에 기본설계도서를 제출하면서 공사기간을 108개월로 제시했다. 국토부는 즉각 입찰공고에 제시된 공기(84개월)보다 2년이 더 필요한 구체적 사유와 설명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건설하는 10조5300억원의 규모 사업이다. 당초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 국면을 맞아 5년 이상 당겨졌다.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후에도 정부의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방침은 그대로 유지됐다. 현대건설은 최대 깊이 60m에 달하는 대심도의 연약 지반을 매립해야 하는 공항 부지 특성상 지반 개량을 위해 해상 구조물인 케이슨을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슨은 육상에서 만든 뒤 해상으로 옮겨 바다에 가라앉힌 다음 안에 흙이나 모래를 채우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이 과정에서 약 7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업지 주변은 태풍이 발생하면 파도가 12m에 이르는 먼바다에 해당하는 지역이기에 높은 파도에 대비한 안전 시공법도 적용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도 "파랑의 영향을 크게 받는 12월~2월이나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7월에는 해상작업일수가 한 달에 10일 미만"이라며 "해상운반, 거치, 케이슨 속채움 등의 해상작업이 어렵다"고 적혀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6개월간 25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설계하려면 108개월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현재로서는 기본설계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공사비 역시 정부가 내놓은 10조5000억원보다 최소 1조원을 증액해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 형평성 안 맞아 시공단 바꾼단 국토부… 업계 반응은 "글쎄" 부산시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적정 공사 기간과 현장 여건, 시공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건설 계획을 제시해달라"며 "지역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신속히 착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국토부도 강경한 입장으로 맞섰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 기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재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즉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구성해 차회 입찰방식 등을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또한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건설이 국토부가 내건 조건에 맞춰 기본설계를 보완해온다면 그에 맞춘 조치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재입찰 검토에 힘을 실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공기 준수를 주요 요건으로 내세운 만큼 현 컨소시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입찰 의사를 보였다가 포기한 타 건설사와의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실격 처분(DQ)을 내리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보다 공기 협의를 하는 방향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에 더욱 유리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항 건설 자체가 고난도인데다 해상 매립까지 수반하는 공사임에도 주어진 기간이 과도하게 짧다 보니 선뜻 손을 드는 회사를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서다. 최초 입찰 때도 이 같은 이유로 네 차례나 입찰이 유찰된 바 있다. 당시 공동도급 제한 조건이 과도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사 규모가 10조원 이상인데 10대 건설업체 중 2개 업체를 초과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어 공사를 마치기 위한 위험 부담과 비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토부는 3개사까지 참여 가능한 것으로 조건을 수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가 당초 계획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데다 해안가 공사라 지반 침하 문제도 있어 난도가 매우 높다"며 "금액을 떠나 이런 공사는 위험 부담이 커서 참여하려는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강 동의대 명예교수는 "파도가 많은 외해에 속하는 가덕도 앞바다에 플로팅(해상에 부유하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과 같은 획기적인 공법을 적용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훈구 KDI 재정투자평가실장은 "해외 유사공항 사례에서 보듯이 해상공항은 사업기간이 6~9년 정도 소요된다"며 "통상 매립공사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연약지반 처리, 호안공사(매립지 테두리를 만드는 공사) 등에도 다수의 인력이 장기간 사용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5-08 06:00
사진
콘클라베 첫날 교황 선출 실패...검은 연기 [뉴욕 런던=뉴스핌]김근철· 장일현 특파원=새 교황 선출을 위해 7일(현지시간) 시작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 회의)에서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쯤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는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33명의 첫 투표에서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었다는 의미다.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예배당의 지붕 굴뚝에서 7일(현지시간) 밤 교황 선출 실패를 알리는 검은 색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kckim100@newspim.com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단의 3분의 2 이상 지지로 새 교황이 선출되면 교황청은 투표 용지를 태워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우고, 아니면 검은 연기로 투표 결과를 알린다. 첫날 회의에 새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 계속 머물면서 8일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 하루 최대 네 차례 투표해 제267대 교황을 뽑게 된다. 지난 2013년에는 다섯 번째 투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다. 콘클라베는 가톨릭 규정에 따라 교황이 선종한 뒤 15∼20일 사이에 시작한다. 콘클라베 방식의 교황 선출은 1274년 그레고리오 10세가 정립했다. 정치적 외압이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추기경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차기 교황을 뽑을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시스티나 성당은 19세기 후반부터 콘클라베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콘클라베에서는 모든 추기경이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이다. 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은 채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적어 내며,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벽화가 있는 제단 앞에서 비밀 투표를 반복한다. kckim100@newspim.com 2025-05-08 04:5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