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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상처받은 아이와 펼치는 팽팽한 진실공방…연극 '엘리펀트송'

기사입력 : 2017년10월16일 12:00

최종수정 : 2017년10월16일 13:35

[뉴스핌=황수정 기자] "'사랑한다'라고 했으면 진짜 최고였을 텐데, '미안하다'라고 했어도 눈물이 났을 거에요. '도와달라'고만 했어도 이해했을 텐데, 엄마가 뭐라고 한 줄 알아요? 음정 세 개를 틀렸어."

연극 '엘리펀트송'은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마지막 목격자인 환자 마이클, 그의 담당 수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국내에서는 배우 자비에 돌란의 주연 동명영화로 먼저 알려졌으나, 연극이 원작으로 2015년 국내 초연 이후 올해 삼연을 맞았다.

극은 처음부터 긴장감이 팽팽하다. 로렌스 박사의 행방을 알아내려는 그린버그와 마이클에 대해 경고를 하는 피터슨의 대화로 시작, 처음부터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경쾌한 콧노래로 등장을 알린 마이클은 천진난만한 모습과 달리 그린버그와 팽팽한 기싸움을 펼친다. 관객들은 결말에 이를 때까지 숨 한 번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마이클은 세 가지 조건 '진료기록을 보지말 것, 초콜릿을 줄 것, 피터슨은 제외할 것'을 걸고 그린버그에게 진실을 말할 것을 약속한다. 물론 마이클의 답변을 듣기는 쉽지 않다.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피터슨에 대한 인격모독성 발언, 로렌스 박사와 부적절한 관계였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극 초반, 관객들은 그린버그의 심정으로 마이클을 바라보게 된다. 답답하거나, 짜증나거나.

그러나 작품은 반전의 연속이다. 마이클의 엉뚱한 답변들은 사실 그의 상처를 담고 있었고, 극이 끝날 때는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퍼즐이 맞춰진다. 마이클은 사실 하루살이 사랑으로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일 뿐. 엄마의 이야기, 아빠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들은 이제 마이클에게 안타까움과 동정심, 슬픔을 느끼게 된다. '음정 세 개의 가치보다 못했다'고 아파하는 그와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극중 '코끼리'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마이클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유이자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통로. 마이클은 '앤소니'란 이름의 코끼리 인형을 친구로 여기고, '앨리펀트송'을 부른다. 두 가지는 엄마로부터 유일하게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것들로, 그가 얼마나 사랑에 굶주렸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무대는 별다른 효과 없이 마이클의 트라우마를 얘기할 때만 조명과 음향이 사용된다. 모든 이야기는 로렌스 박사의 사무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장소 이동도 없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열연으로 무대는 꽉 찬다. 특히 마이클을 연기한 배우 곽동연은 무대 등장 이후 극이 끝날 때까지 퇴장하지 않는데, 쏟아지는 대사와 격변하는 감정, 디테일 가득한 행동들까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코끼리는 모계사회에 살고 있죠. 코끼리는 동족의 뼈를 알아봐요. 게다가 가족의 죽음을 슬퍼한대요. 다윈이 말했어요. 코끼리는 눈물흘리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악어를 제외하고요. 코끼리는 포유류 중 임신 기간이 제일 길다고 해요. 22개월간 새끼를 품고 있대요." 마이클이 코끼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극 초반 나왔던 이 대사는 모든 진실을 마주한 관객에게 더욱 가슴 아프게 와닿는다. 연극 '엘리펀트송'은 오는 11월 26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나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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