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기준은 '사고발생 가능성 높은 직군' 한정
하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대상이 된 사례 나와
증권사들이 당국의 기준을 과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
[뉴스핌=김은빈 기자] 올해 초부터 증권사에 도입된 명령휴가제의 대상범위를 놓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금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직군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지만, 상당수의 증권사는 명령휴가 대상범위로 전체 임직원을 설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명령휴가를 받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사례도 나와, 금융사들이 대상을 과도하게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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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김학선 사진기자> |
명령휴가란 금융사고 예방 목적이 강한 제도로, 금융사가 임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는 제도다. 그 기간동안 회사는 해당 임직원의 업무수행 적정성 등을 살펴본다. 시중은행에서는 일반화된 제도로,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영업 등 금융사고 가능성이 있는 직군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금융투자회사 표준내부통제기준’은 명령휴가 대상자로 ‘금융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금융사들은 업무 특성과 관계없이 전체 임직원을 명령휴가 대상범위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키움증권은 리서치센터 내 모 연구원에게 명령휴가를 시행했다. 기간은 26일부터 3일 간이었다. 명령휴가 해당자 선정기준에 대해 담당부서인 컴플라이언스팀 측은 “내부규정이라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답변했지만, 사내에선 전직원을 대상으로, 무작위 선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령휴가 대상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 건 키움증권만의 일이 아니다. 상당수의 증권사가 전직원을 대상범위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명령휴가 대상은 직무나 직급 제한 없이 무작위로 선정한다”며 "영업직무가 아니어도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고 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도 최근 소속지부가 있는 금융사 중 전체직원을 대상으로 명령휴가제를 시행하는 금융사들이 다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전직원을 범위로 두더라도 시행은 주로 영업직군을 대상으로 했다. 올해부터 금융투자사에 명령휴가를 도입한 신한금융지주 측도 “원칙적으로는 전직원이 해당될 수는 있지만, 부서 특성에 따라 직접 돈이 오가는 곳과 아는 곳 등 어느 정도 차등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리서치센터 같은 후선(後線)부서에 명령휴가를 내린 실제 사례가 나오자, 업계는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가 명령휴가를 받았다는 건 처음듣는 사례”라며 “돈을 굴리는 부서도 아닌데 굳이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표준내부통제기준을 내놓은 금융감독원 역시 다소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혁신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적용기준은 회사마다 다르다”면서도 “애널리스트를 명령휴가 대상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정보를 다루는 만큼 애널리스트도 대상으로 볼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대상자로 봐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금융사들이 금융위의 규정을 과도해석하고 있다고 판단,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백정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선전홍보국장은 “실제 자금을 집행하거나 중계하는 부서를 대상으로 해야하는데, 금융사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부 노조가 있는 금융사 중 해당사항이 있는 곳엔 이미 공문을 보냈고 앞으로도 관련 규정을 적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