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선형 기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를 막기 위한 징벌적 배상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겼다. 이번엔 사업자의 배상 규모가 소비자 피해액의 10배로 상향됐다. 재계는 ‘배상 범위가 지나치게 과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소비자가 환경성 질환에 걸린 경우 피해액의 최대 10배 이상을 징벌 배상토록 하는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11년 발생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옥시가 결함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이를 사용한 소비자가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제품결함으로 소비자가 생명·신체에 손해를 입을 경우 제조업자가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에서 사업자 과실 및 소비자 피해 범위를 환경적 요인으로 한정한 것이 특징이다.
환경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자의 과실은 유해 화학제품의 사용, 오염물질 배출 등으로, 소비자 피해도 폐 혹은 호흡기 등 환경성 질환으로 규정했다. 다만, 배상규모는 소비자 피해액의 10배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의 3배보다 크게 상향했다.
환노위 측은 “이번 법안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소비자의 환경성 질환 여부에 집중돼있다”며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소비자 상해는 명확하고 측정이 쉽지만,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질환은 측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제조물법과는 다른 강한 규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자 재계는 ‘과한 처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특히 ‘피해액의 10배 배상이라는 지나친 배상 범위가 사회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고 목소릴 높이고 있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줄 소송을 불러일으키고 기업들의 경영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소송이란 게 승소여부와 관계없이 기업들의 경영에 큰 영향을 준다. 실제 과거 소송에 휘말려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공업용 쇠고기 기름을 수입해 사용했다’는 소문으로 인해 검찰과 소송을 벌인 삼양라면을 예로 들었다. 당시 고기 외 내장이나 사골은 공업용으로 구분하는 미국 기준으로 인해 벌어진 일종의 착오였지만 이로 인해 삼양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40%에서 10%대까지 떨어지는 고통을 맛봤다. 삼양라면은 8년 만에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도 "징벌적 배상은 영미법을 적용하는 국가의 특이한 현상“이라며 ”국내의 경우 징벌적 배상이 아니더라도 법원의 위자료 청구권 현실화, 과징금 확대 등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전했다. 위자료 청구권이란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실제 피해 금액 외에 추가적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경상 대한상의 본부장 또한 “피해액의 3배 정도의 배상도 부담스러운데 10배는 과하다”며 “기업이 죄가 없음을 증명할 책임을 지도록 하는 ‘입증책임전환제도’를 채택하던가, 배상 규모를 피해액의 3배로 하는 것이 법 시행 후의 충격과 부작용을 완화하는 길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