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프로젝트 계약변경 2450억 반환..시설투자로 현금순유출 ↑ 재무안정성 저하
1년만에 A+→A0로 복귀 가능성
[뉴스핌=허정인 기자] 나이스신용평가가 한미약품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Sanofi)와 체결했던 퀀텀 프로젝트의 계약 내용이 변경되고, 자체 시설투자를 늘리는 등 재무부담이 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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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사옥 /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7일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평가)에 따르면 나이스평가는 신용등급 정기평가일인 오는 5월에 한미약품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의 현 신용등급은 A+다.
지난해 5월 나이스평가는 ▲라이선스 계약에 따른 수익 창출력 향상 ▲계약금 유입에 따른 재무안정성 개선 ▲연구개발 성과 등 중장기적 수익성 개선 등을 근거로 한미약품의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만 1년만에 신용등급이 제자리로 돌아갈 처지다.
나이스평가는 중단기적으로 한미약품의 재무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29일 한미약품 공시에 따르면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퀀텀프로젝트(지속형 당뇨신약 과제)의 계약조건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2016년에 수령한 계약금 4억유로 중 1억9600만유로(약 2450억원)에 대해 반환의무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마일스톤 금액(단계별 기술료)도 감소했다. 마일스톤이란 신약개발의 성공을 전제로 체결하는 계약을 일컫는데, 임상개발이 진행될 때마다 단계별 성과에 따라 수익을 받는 개념이다. 진행 도중 여건이 나빠지면 언제든 해지될 수 있다.
기존 계약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최대 수취가능한 마일스톤 금액은 총 35억유로였으나 계약변경으로 총 마일스톤 금액이 27억2000만유로로 축소됐다. 회사가 현재까지 마일스톤 몫으로 수령한 금액은 없다. 다만 기술수출과 관련해 실적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은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나이스평가는 평가했다.
한미약품의 시설투자도 늘었다. 지난달 19일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평택바이오2공장에 총14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1133억원의 생산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1000억원 이상 CAPEX(설비투자) 부담도 늘어난다.
송미경 나이스평가 기업평가2실장은 “계약금 반환과 CAPEX 추가분으로 인한 현금 순유출은 2016년부터 3년간 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영업현금흐름인 560억원의 6배를 넘는 금액”이라며 “한미약품의 재무안정성이 상당 폭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실장은 “2016년 정기평가 당시 유입이 확정된 계약금 수령만을 전망에 반영했을 때 총차입금/EBITDA 지표가 2.5배를 초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으나, 이번 계약조건 변경에 따른 계약금 반환과 CAPEX 계획을 수정해서 반영할 경우 해당 지표가 2.5배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변화된 수익과 재무부담을 검토해 정기평가 시 등급결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