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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00년 전통 서울酒 ‘삼해소주’ 장인의 35년 ‘술장이’ 인생

기사입력 : 2016년12월07일 14:46

최종수정 : 2016년12월07일 14:46

세차례 덧술로 100일간 빚는 45도주 명주, 북촌전통공방 삼해소주家 김택상 선생

[뉴스핌=전지현 기자] 고려시대부터 1000년 넘게 내려오며 서울을 대표하는 우리 술 '삼해주(三亥酒)'. 삼해주는 12간지 중 마지막인 해일(亥日, 돼지 날)에 세 번에 걸쳐 담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삼해주는 18도 약주(삼해주)와 45도 소주(삼해소주)로 나뉘어 현재까지 맥이 이어지고 있다. 

1993년 삼해소주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이동복 여사의 뒤를 이은 아들 김택상 장인. 그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명주를 알리기 위해 35년째 ‘술장이’ 외길을 걷고 있다. 그를 만나, 삼해소주에 빠져 사는 '술 인생' 역정을 들어봤다.

◆‘돼지=술’ ‘장=말’, 동물 피 농도 따라 만드는 날도 분류

"돼지는 느리죠. 우리 조상은 술도 음식의 하나로, 속전속결로 빚는 것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느리게 만들어 충분히 숙성시킨 뒤 조금씩 마신다는 의미로 ‘돼지 날’에 담갔죠."

김 장인은 해일(亥日)에만 제조하는 삼해소주를 ‘느림’과 ‘맑음’ 두 단어로 정의하면서, '느림'의 의미를 이같이 말했다. 삼해소주는 맵쌀과 찹쌀, 누룩을 주재료로 음력 정월 첫 해일(1월)에 담기 시작해 그 다음 해일(2월)에 재밑술하고, 3월 첫 해일에 덧술한다. 마지막 덧술을 1개월 이상 숙성시키면 삼해소주가 된다.

김택상 삼해소주 장인.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술이 완성되기까지 100일 이상 걸리기에 ‘백일주’, 정월 첫 해일에 담가 버들개지가 날릴 때쯤 마신다고 해서 ‘유서주’ ‘춘주’라고도 한다. 하지만 문헌에 많이 나오는 이름은 삼해주다.

왜 하필 돼지 날에만 술을 담글까. 여기에는 ‘맑음의 의미’가 담겨 있다. 김 장인은 “돼지 피는 선홍색으로 맑고 고우며, 말의 피는 탁하고 잘 엉긴다”면서 “선조들은 간장·된장·고추장은 탁하고 술맛은 맑아야 한다는 이유로 술은 돼지 날에, 장은 말 날에 담갔다”고 설명했다.

김 장인의 삼해소주 입문은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 이동복 여사와 부친이 양조장을 운영할 당시, 그는 삼해소주를 눈동냥으로 배우고 코로 향을 느끼며 온몸으로 익혔다. 하지만 이렇듯 귀한 명주가 1990년대 초,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 여사 자녀들이 삼해소주 후계자가 되는 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가족 중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당시 대기업에 다니던 20대 초반의 김 장인이 떠안게 됐다.

결심을 굳힌 그때, 희소식이 들려왔다. 삼해소주가 1993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 이후 김 장인은 어머니를 도와 행정업무 등을 진행했고, 1995년 직장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술 인생’을 시작했다.

김 장인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삼해소주 명맥이 일제 강점, 양곡 관리, 밀주 단속 등 어려운 시기에도 견뎌왔는데 후계자가 없어 끊기는 것을 손놓고 볼 수 없었다”며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싶었지만, 술도 음식이어서 감각이 있어야 맛있게 만든다는 점이 내가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전통주,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하는 것”

김 장인의 35년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해소주가 서울 술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 장인 개인수업 참가자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입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김 장인은 지난 10여 년간 100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정식 후계자 수업을 받는 7명의 제자를 제외하고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당 한두 차례씩 1~3시간에 걸쳐 삼해소주 제조법을 전수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참여도도 높다. 

김택상 삼해소주 장인.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김 장인은 “삼해소주에 관심 있고 맛과 제조법을 궁금해하는 이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며 “최근 젊은 층의 전통주 사랑에 일조하려는 것일 뿐, 앞으로도 소수 정예로만 운영해 진정한 술의 맛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주'.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서 이 단어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는 국순당, 배상면주가 등 전통주 기업이 많다. 그가 거듭해 말하는 전통주와의 차이가 무엇일까.

김 장인은 “이들 기업의 술은 누룩 없이 만드는 술로 모방일 뿐 진정한 전통주가 아니다”라며 “전통주는 조상이 만들던 방식을 최대한 재현해 그 당시 맛을 복원하는 것이다. 전통주라는 이름을 사용하려면 수입 쌀, 첨가제 등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장인의 ‘전통주 철학’은 생활고를 동반했다. 삼해소주는 늦가을에 빚어 봄부터 1년 내내 마시는 탓에 생산량이 고작 월 400병(400㎖ 기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적 문제로 가족으로부터 비난받았을 때 힘들었다”며 “좋은 환경에서 술을 빚고 싶었지만, 월세가 밀려 3년 전 330.58㎡(100여 평) 규모 작업장에서 쫓기듯 이사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단순 기능인 정도로 여기는 것도 그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김 장인은 “정부 당국자들까지 삼해소주를 쉽게 만들고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길 때가 많다”며 “정부에서 매월 120만~130만원을 지원하는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있지만 이런 취급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삼해소주를 조상이 만들던 때의 맛처럼 100% 복원해도 현대인들의 입맛과는 다를 수 있다”면서도 “무형문화재로 등록됐으니 명주 단계까진 온 것 같다. 최대한 복원해 국주를 넘어 세계 품평회에서 인정받는 술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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