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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기억이 생길 때 즈음부터 피아노를 꾸준히 배웠어요. 제 아주 오랜 기억 속에 피아노가 있는 걸 보면 가야금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합니다. (웃음) 초등학교에 가서는 바이올린도 배웠구요. 확실한 건 아주 어릴 적부터 제 스스로 계속해서 음악을 할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언제나 음악을 사랑했어요. 그게 국악이 될 거란 생각은 사실 못했지만... 중학교때 판소리 하는 친구랑 친해지게 됐는데 그 친구가 참 멋진 소리를 가졌었어요. 우리 소리가 처음으로 제 귀에 매력적이게 들렸거든요. 그 때 그 친구를 따라 국악원에 갔어요. 그 날 처음으로 가야금 소리를 듣게 됐는데, 웃기죠, 판소리로 흥미를 갖고 가야금으로 정착하다니. 그만큼 그 순간 모든 걸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인 선율이었어요.”
전주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전문사까지 수료했다. 가야금을 공연하고 연구하는 김보라는 현재 박사과정 또한 준비 중이다.
“요즘은 공연 활동에 주력하기보다 음악과 다른 분야를 접목해 저만이 할 수 있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생각해요. 여러 방면으로 생각 중에 있는데 제가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요. 흥미 위주의 문화가 대중문화의 중심을 잡고 있지만 사실 그 모든 바탕엔 인문학이 있거든요. 인문학이야 말로 가야금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철학과 역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만들 수 있게 한 모든 이야기를 늘 사랑하고 있어요.”
김보라의 말에는 친절함과 따뜻함이 묻어있다. 방금 채색한 빛의 따뜻함이라고 할 수 없다. 아주 어릴 적부터 칠하고 칠해진 따뜻함이 분명하다고 느껴진다. 그런 그녀는 무대에서 인사에 자신의 이런 성향을 담아낸다. 아마도 현재 활동하는 연주자 중 가장 듣기 편한 목소리와 어투로 무대를 설명하는 국악인이 아닐까 한다.
“연주자라면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야하고, 제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실히 인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제 무대를 보고 잊는 게 아니라 보고 달라지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날의 기분부터, 혹은 내일을 다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공연이요. 사실 무대에서 말을 한다는 게 아직은 많이 어색해요. 하지만 다짐해봐요. 예를 들면 판소리를 할 때 고수는 노래하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게 추임새로서 힘을 실어줘요. 도움을 주는 역할이죠. 가야금이 무대의 중심이라면 관객과 친해지기 위해 제 말이 고수가 돼 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계적인 소리 없이 맑은 목소리로 그리고 자연의 악기로 밝은 느낌을 주고 싶다는 김보라. 인간문화재 제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전수자로서 우리 전통음악을 지키는 일, 그대로 보존하고 전승하는 일에 앞장서며 자신만의 가야금 선율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 김보라는 아마 이 가을 지나 다음 가을이 되면 보다 더 깊은 우리의 역사와 우리 문화를 선율에 쌓을 것이다. 그 선율에 우리들의 추억을 앉힐 자리 한 켠 건네줄 것이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