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보다는 평가에 '급급'…'을' 입장 항의도 못 해
[뉴스핌=박민선 우수연 기자] 채용전제형 인턴제란 게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다. 선택받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하는 피고용인 입장에선 더 그렇다.
인턴제가 채용 과정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이 문턱을 넘지 않고 내가 원하는 회사의 '사원증'을 목에 걸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단기간 마무리되던 취업 전형이 이제 6개월 이상 길어지면서 수개월간 벌인 경쟁 끝 현실로 다가온 패배를 인정하기란 좌절스럽고 버겁기 그지없다.
인턴 과정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기업 혹은 선배들의 크고 작은 배려에 아쉬움도 느끼지만 감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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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명확한 채용 기준…'나는 몇명을 더 이겨야 할까'
채용을 위해 회사에 발을 들인 이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과연 이 회사가 몇명을 채용할 것이냐다. 그 좁은 내부에서도 수없는 '카더라'가 반복되며 인턴들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이번에 어느 부서에 몇명이 필요하다더라 하는 식의 소문이 매일 돌아요. '근거 없겠지' 하면서도 흔들리고 위축되는 게 인턴들 마음이죠. 때문에 회사에서 조금만 더 명확하게 공지해준다면 이런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겠죠."
작년 국내 한 증권사에서 채용전제형 인턴 과정을 수료한 A씨는 최종 임원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탈락 자체보다도 인턴 기간동안 수시로 바뀌는 채용 기준, 장기간 경쟁을 통한 압박감 등이었다.
"100명 정도의 인턴 중 60명 정도만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요. 채용 전에도 최종 합격자 수나 부서이동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자주 바뀌고, 각종 프리젠테이션이다 영업평가다 해서 기준을 따르려고 했는데 최종 결과를 보면 뭔가 불투명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물어볼 순 없죠."
같이 일하던 인턴이 건강상 문제가 있어 결근했다는 이유로 바로 탈락되거나 최종 합격 통보 후 정식 출근 전에 근무가 시작돼 타사 시험 응시 기회를 놓친 점 등은 지원자인 '을'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또다른 증권사의 신입사원 C씨도 "외국계 회사의 인턴은 작은 프로젝트라도 하나 맡기고 실무를 통해 평가하는 반면 국내 증권사는 실무보다 교육 위주로 이뤄져 있어 이런 교육을 받는데 수개월을 투자하고 최종 탈락하게 된다면 하루가 아쉬운 취준생 입장에서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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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옥석가리기', 선택받는 '을' 입장도 고려해야
일부 취준생들은 날로 높아지는 청년 실업률, 증권사 인력감축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기도 했다. 정부 발표에 따른 청년 실업률은 현재 12% 수준. 하지만 실제 체감 실업률은 35%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기될 만큼 고용시장 불안은 심각하다.
국내 증권사에서 인턴을 경험했던 D씨는 "언제든 내가 내쳐질 수 있다는 '을'이라는 입장을 가장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이 인턴인 데다 회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주지 않는 채용 기준은 불안감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턴의 본래 취지는 경험을 통한 적성 점검이지만, 현실적으로 바로 취직해야 하는 인력이 너무 많다보니 결과적으로 힘들어하는 청년이 더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더욱 높아지는 기업 벽을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또 실제 수요 대비 많은 인원을 인턴으로 선발한 뒤 경쟁시켜 소수만 채용함으로써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언급한 C씨는 "지점 통폐합 등 업황을 봤을 때 증권사들이 신규 사원을 고용할만한 인센티브가 많지 않아 보인다"며 "금융권이 고용 시장 확대에 기여하는 듯 보여주기 위해 인턴을 많이 뽑지만 실제 전환율은 절반을 밑돌았던 해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제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대학 3학년 E씨도 최근 한 증권사에서 일반 인턴을 시작했지만 암울하긴 마찬가지. E씨는 현재 진행중인 인턴은 채용 전제는 아니지만 취업 전 이력을 쌓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고 했다.
"경기가 워낙 안좋아서 금융권에서도 적극적인 채용이 줄고 있다보니, 3학년 이전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어요. 다들 스펙은 좋은데 서로 비교하는 눈높이도 높아져서 일부 대기업에만 지원하는 쏠림 현상도 있구요. 모두들 바라보는 목표에 크게 차이가 없다보니 친구 관계도 갈수록 삭막해지는 것 같아 힘드네요..."
[뉴스핌 Newspim] 박민선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