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국내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창업 이후 무려 12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IPO가 창업 이후 5년~6년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취약한 국내 엑시트(EXIT, IPO나 M&A를 통해 창업자가 현금을 확보하는 것) 시장이 스타트업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22일 구글 캠퍼스서울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임성민 구글캠퍼스 총괄과 안창용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융합기획과장, 김유진 스파크랩스 상무, 김주완 맥킨지 컨설팅 파트너 등 국내 벤처 생태계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주완 파트너는 "지난 3월 맥킨지 컨설팅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들의 IPO와 인수합병(M&A)등이 미국 등에 비해 현저히 더디며 창업 이후 12년이 지나야 IPO가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중국의 IPO 기간(3.9년), 미국의 M&A 기간(5년)에 비해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악순환 韓스타트업 "엑시트가 어렵다"
오랜기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사해온 김주완 맥킨지 컨설팅 파트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90년대 후반 벤처 붐 이후 급속도로 성장해왔지만, 더딘 엑시트로 인해 현재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고 주장했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중심으로 치고 나가는 중국에 비해 상당부분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의 스타트업의 경우 성장과 함께 기업 인수나 지분투자, IPO와 같은 자연스러운 엑시트 시점이 다가온다. 실제 BAT가 이들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의 크기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웠다. 어느덧 중국 자체의 실리콘벨리가 구축된 셈이다. 이보다 앞서 미국의 경우에는 애플이 음성인식프로그램 '시리'를 제작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시리는 오늘날 아이폰을 상징하는 SW(소프트웨어)가 됐다.

안 과장과 마찬가지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 대부분이 국내 스타트업 IPO 시장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삼성과 LG 등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에는 적극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기업 인수에는 인색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에는 스마트싱크(IoT 플랫폼)와 루프페이(간편결제) 등 해외 스타트업 인수에는 적극적으로 나선 반면,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 토론 참석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허진호 트랜스링크 대표는 "미국의 M&A 사례를 보면 전량 인수지만 우리는 경영권만 인수하고 나머지 엔젤투자자 등과 같은 소액주주들은 버려진다"며 "회수되는 규모도 적고 창업자와 주요 주주만 인수돼 대박을 내지만 소액주주들은 IPO 전까지 M&A로 이득을 볼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 다시 뛰는 韓 스타트업 생태계…결국 차별화가 관건
이날 토론회가 참여한 전문가들은 엑시트 시장이 침체되는 이유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생력 부족을 꼽았다. 특히 엔젤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스타트업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의견이다.
엔젤투자는 창업초기단계에 '천사'처럼 나타나 초기성장단계의 벤처 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 주고 경영에 관한 자문을 수행하는 개인 투자가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대기업 중심의 벤처캐피털보다 상대적으로 구체화된 개념이다.
김 파트너는 "우리 벤처의 가장 큰 문제는 유사 서비스의 난립"이라며 "제살깎아먹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내 모바일 및 인터넷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차별화 시장에 플레이어가 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엔젤투자자들의 부족이 스타트업의 자금난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멘토링 부족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엔젤 투자자들의 부족으로 인해 멘토링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게임이나 커머스 시장 등 과잉 시장으로 몰리게 된다"라며 "결국 과포화 시장에서 많은 경쟁자들로 인해 엑시트가 어려워지고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인재가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파트너는 "국내에는 게임이나 커머스 등 유사한 서비스들이 난립하는 쪽으로 플레이저들이 몰리고 있다"라며 "정부의 규제나 대기업과의 경쟁도 스타트업을 어렵게하는 요인이지만 결과적으로 본인이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국에는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탈이 다 들어가 있고, 우리나라보다 무려 5년이나 앞서있다는 주장도 나온다"라며 "스타트업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가 싱가포르처럼 해외 홍보를 강화하면 오는 2020년 벤처업계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은 11%, 85만개의 신규 고용이 창출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정부 측 대표로 안창용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융합기획과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정민 구글캠퍼스 서울 총괄, 노정석 전 5ROCKS 공동창업자, 김유진 스파크랩스 상무, 허진호 트랜스링크 코리아 등 IT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한 의견을 교류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