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또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자산관리 분야에서 바닥을 다진 미래에셋의 DNA를 글로벌 투자전문회사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중심축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겨갈 공산이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미래에셋증권 수뇌부의 보강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총발행주식 대비 100%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1조2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식시장 반응은 차갑다. 전일(10일) 17% 남짓 급락한 데 이어 11일도 1450원(-4.51%) 하락했다. 이번 증자 시행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불만을 엿볼 수 있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주당예정발행가를 밑돌 가능성도 높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의 대규모 증자 강행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 현실 규제 불확실성 해소하고 새로운 먹거리로 영역 확대
미래에셋이 시장의 많은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대규모 증자에 나서게 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투자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진단이다.
지난 6월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NCR(영업용순자본비율)은 470.2% 수준이다. 레버리지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도 955%에 달해 한도인 1000%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레버리지비율과 신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 실제 미래에셋증권 뿐 아니라 증권업계 곳곳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욱이 퇴직연금 등 연금 시장이 확대되면서 미래에셋의 투자 여력은 늘어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규모는 각각 1조5000억원, 3조7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최상위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시 미래에셋증권의 NCR은 1068.7%, 레버리지비율은 666.7%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본금 2조5000억원 규모인 현재로서는 신규 투자 등에서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며 "매년 퇴직연금 등 시장 확대 속도가 더욱 빨라질텐데 이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현행 규정상 자본 여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이유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통한 영역 확대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자산관리 분야 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미래에셋 역시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641억원 규모로 국내 10대 증권사 중 8위에 그쳐 삼성증권(1742억원)이나 한국투자증권(1590억원), 대우증권(1536억원) 대비 크게 뒤쳐지고 있다.
KDB대우증권 인수에 대한 검토 역시 이러한 성장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자산관리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미래에셋과 브로커리지, IB 분야에 특화된 대우증권이 일으킬 수 있는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규모상으로 독보적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도 미래에셋의 구미를 당기는 부분이다.
동시에 해외 투자에도 보다 공격적으로 임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을 활용한 해외 대체투자를 강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타이틀리스트 인수·합병 참여를 비롯해 상하이 푸둥타워, 시드니 포시즌호텔 매입 등 자기자본의 상당 부분을 대체투자에 활용 중이다. 박현주 회장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한 자산 확보를 위해 대체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온 바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조만간 손에 잡힐 수 있을 정도로 진행 중인 건이 상당 부분 있다"며 "해외 현지법인 진출 등과 더불어 부동산 등 투자를 통한 시장 개척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이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비중 확대시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한 해외 투자를 미래에셋증권으로 본격적으로 확대하게 될 경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직 내부적 변화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투자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들을 수뇌부에 영입하는 등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 박현주, 미래에셋생명 상장 실패에 승부욕 자극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성장에 대한 갈급함 역시 증자 강행 요인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자본을 확충하는 의지를 드러내며 미래에셋생명 상장을 강하게 밀어붙인 바 있다. 이번 상장으로 재무 건정성을 향상시키고 영업조직을 확대하겠다는 포부였던 것.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이 상장 이후 흥행에 실패, 박 회장의 승부욕을 자극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7월 상장 이후 공모가(7500원)의 벽을 넘지 못한 채 2개월째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4일에는 최저치인 5380원을 찍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170만주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방안을 내놓으며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 역시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박 회장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정만 조금 완화된다면 모든 역량을 다 해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밝혔을 만큼 미래에셋생명을 발판으로 한 성장 구도를 그리는 데 의욕을 보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금호산업 매각 이슈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데다가 야심차게 '칼'을 뽑아 들었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의 중도 하차 등이 잇따라 일어난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승부수가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 원은 "박 회장이 매우 공을 들였던 미래에셋생명 상장의 성과가 좋지 않은 것을 포함해 최근 금융시장에서 미래에셋과 관련해 좋은 소식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미래에셋그룹을 아시아 1위 금융투자회사로 육성하고 싶어하는 박 회장 입장에서는 현 시점은 한단계 더 도약을 위한 도전 국면이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