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이명훈의 4색 여행기] 사이의 미학 이스탄불2

기사입력 : 2015년07월17일 10:00

최종수정 : 2015년07월14일 15:13

기독교와 이슬람. 두 종교는 많은 차이점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구약에서는 형제로 만나며 사막 종교로서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이슬람에서 기독교 문화의 원류를 일부라도 느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서유럽의 기독교와 달리 그리이스와 터키에서 발전된 그리이스 정교나 비잔틴 시대의 기독교 문화에는 소박하고 둥글둥글한 맛이 있다. 비잔틴의 예수나 성모 마리아의 상은 마치 불상을 보는 듯한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소박하고 부드러운 맛은 코란의 독경이나 이슬람 노래를 들을 때도 느껴진다. 원을 따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듯한 공(空)의 가락. 이런 원형적이며 순환적인 리듬은 인간의 마음이 그것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단순한 사실로 보더라도 마음의 주소라 할 수 있는 모든 종교들의 공통 아닐까. 

그런데 왜 기독교는 직선적인 형식을 띠게 되었을까. 바울과 헬레니즘을 통해 로마 카톨릭이나 프로테스탄트로 화하기 전의 예수님 말씀에는 이러한 소박하면서도 둥글둥글한 사랑의 질감이 풍성히 담겨 있지 않았을까. 예수가 사생애 때 불교 국가인 인도를  외유했다고 적은 기록들을 인정할 수 있다면 이런 가정은 타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특정 종교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종교와 종교의 사이이다. 그리고 시간의 전개에 따라 닫힌 공간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해 경직과 황폐함의 노정을 따르기 마련인 바 모든 종교의 굴절 가능성이다. 단순하게 보면 상이한 종교들이 서로 원으로 만나면 포용과 창조적 탄력의 공간이 될 관계가, 각으로 만나 갈등과 상잔의 비극 공간으로 전락되어 버리는 착잡한 분노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기독교는 자기 고향을 떠나 헬레니즘의 화살을 타고 날아갔다고 말할 수도 있음직하다. 직선적으로 질주하는 화살의 끝에 매달려, 그 속도에 홀려 허공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모양이 현대 서구문명의 한 풍경이기도 하다. 물론 허공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고도로 머리를 쓰고 과학을 발전시켜 이루어낸 놀라운 성과들의 긍정성과 함께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스탄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의 하나인 그랜드 바자르에 들어섰다. 피혁, 도자기, 악세사리, 의류를 파는 숍들이 미로를 형성하며 즐비하게 놓여 있는 대형 전통 시장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사이’가 숨어 있다. 즉 터키 중부를 지나는 육상 실크로드는 이 도시까지 이어진다. 동시에 이 도시는 해양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가 이 도시에서 서로 만나기에 이같은 대형 시장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런 사실에 입각해서 보니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펼쳐지는 그랜드 바자르의 내부 풍경이 진짜 두 개의 실크로드의 사이로 보이는 것이었다. 아득한 옛날부터 육지와 바다를 통해 이곳에 드나들던 숱한 상인들과 상품들의 흐름이 솔솔 와닿는 기분이었다. 

아이 쇼핑과 더불어 몇 개의 기념품을 산 한 후에 바깥으로 나오자 칙칙한 뒷골목이 나타난다. 낡아 지저분한 건물들과 삭아버린 물건, 궤짝, 넝마, 떠들석한 사람들...정이 간다. 나는 왠지 이런 것들에 친밀감이 강하고 마음이 동한다.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긴 언덕길을 따라 보스프러스 해협으로 내려갔다. 일몰이 지고 있었다. 바닷물과 배들을 불태우려는듯 붉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다. 유유히 흐르는 바닷물 위로 갈매기들이 떠돈다. 어시장은 석양빛에 물들어가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물들어간다. 혼자 보기 아까운 광경이었다. 
오리엔탈 하우스라는 유명한 클럽이 부근에 있다고 들었기에 찾아 들어섰다. 유명세를 탄 클럽답게 엄청 넓은 홀에 테이블마다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는 혼자 왔기에 자그마한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있는 남자와 동석이 되었다. 인사를 나눴는데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유학을 온 청년이었다. 전율되는 느낌이었다. 말로만 듣던 비극적인 땅의 사람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이스탄불 대학의 대학생으로 여기까지 공부하러 온 것을 보면 제법 잘 사는 집의 아들인 것 같았다. 부모형제는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는데 안전한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의 눈동자는 반짝이면서도 심하게 흔들리곤 했는데 고국과 가족에 대한 불안이 잔뜩 어려서인 듯 했다. 
무대는 다채롭고 흥미롭게 꾸며져 있었다. 관능적인 밸리 댄스에 이어 수피 댄스가 시작되었다. 일품이었다. 이슬람의 신앙을 표현하는 명상적인 춤으로 한 방향으로 계속 돌고 있었다. 아까 느꼈던 원형적인 공(空)의 가락이 육화된듯한 몸짓이었다. 바라볼수록 몰입되어 갔다. 검은 옷은 죽음을 나타내고 흰 옷은 수의를, 머리에 쓴 하얀 색의 길쭉한 모자는 묘지에 세워두는 비석을 상징한다고 한다. 춤 자체가 하나의 종교의식이기도 한 것이다. 

테이블마다 국기가 꽂혀 있었는데 실로 많은 나라의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시리아, 이집트, 요르단,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라엘, 러시아, 아프리카, 터키, 일본, 미국, 유럽국가 등등. 그들 모두가 수피 댄스를 즐기고 있었다. 저 다채로운 나라들의 사람들의 마음 역시 원형적인 공의 가락을 음미하고 있을 듯 했다. 

수피 댄스가 끝나고 몇 개의 민속 노래들로 흥겨운 축제를 이루어가더니 갑자기 아리랑 노래가 울려퍼진다. 사회자가 밴드에 맞춰 아리랑을 크게 부르며 내게 다가와 마이크를 건넨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을 이미 봐왔기에 나는 일어나 마이크를 받아들고는 뱃심에서 나오는 최고조의 성량으로 아리랑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관광객들이 우렁찬 박수 소리로 환호해주었다. 팔레스타인 청년도 조금 전의 불안한 눈빛이 사라진채 너무도 기쁜 표정으로 일어나더니 나를 껴안는다. 감격스러웠다. 

굳었다가 기뻤다가 뭔가 근본적인 불안을 내재한 듯한 팔레스타인 청년과 작별하고 자정 무렵의 거리에 나섰다. 야경의 조명을 받아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가 저 멀리에 있었다. 다가갈수록 경이롭게 빛나고 있었다. 
이슬람의 신비로움은 밤에 더욱 또렷하다. 청정한 어둠 속에 별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고 블루모스크 첨탑 주위를 검은 새들이 헤엄치듯 느리게 날고 있었다. 문명이 이럴 수가 있구나,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게 해에 뜬 크레타 섬을 비롯한 유서 깊은 섬들, 에페소스, 파묵칼레, 카파도키아...고대 문명들은 적어도 자연미에 있어 고도의 아름다움과 청정, 신비를 지녔을 것이다. 감질 나는 야경 속에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를, 또한 그 사이를 바라보며 이스탄불의 짙은 정서에 나는 잠겨가고 있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35.2% 제자리걸음…'동해 석유' 발표 별무신통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중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3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5.2%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2.2%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6%다. 지난 조사 대비 긍정평가는 0.1%포인트(p) 상승했고 부정평가는 0.6%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7.0%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6.5% '잘 못함' 72.1%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2.3% '잘 못함' 64.4%였다. 40대는 '잘함' 22.5% '잘 못함' 75.3%, 50대는 '잘함' 32.3% '잘 못함' 66.5%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45.5% '잘 못함' 51.4%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5.0%로 '잘 못함'(40.1%)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7.0%,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6.2%, 대전·충청·세종 '잘함' 34.8% '잘 못함' 63.6%, 부산·울산·경남 '잘함' 35.7% '잘 못함' 59.9%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1.9% '잘 못함' 45.6%, 전남·광주·전북 '잘함' 21.9% '잘 못함' 75.1%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8.0% '잘 못함' 54.6%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2.4% '잘 못함' 65.7%, 여성은 '잘함' 38.0% '잘 못함' 58.8%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결과에 대해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석유,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 국정브리핑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의 이슈를 거치면서 지지율 반등을 노릴 수 있었다"며 "그러나 액트지오사에 탐사 분석을 맡긴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고, 육군 훈련병 영결식에 참석하는 대신 여당 워크숍에 가는 모습 등 때문에 민심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앞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지율은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않을 것 같다"며 "많은 국민이 기대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예 버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올라가려면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6-13 06:00
사진
공매도 금지 내년 3월까지 연장...기관 상환기간 제한키로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당정이 기관 공매도의 대차 상환기간을 90일 단위로 최대 4번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불법 공매도 벌금이 현행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되는 등 제재도 강화된다. 공매도 금지조치는 '불법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이 구축되는 내년 3월까지 연장된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13 leehs@newspim.com 당정은 우선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정 정책위의장은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기관투자자에게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사전 차단하는 자체적인 기관내 잔고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의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에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추가 구축해 기관투자자의 불법 공매도를 3일 내 전수점검하고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 유효성도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정책위의장은 또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모든 법인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를 예방하기 위한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면서 "증권사도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전산시스템과 모든 기관, 법인투자자의 내부통제기준을 확인해야 하고, 확인된 투자자만 공매도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은 또 공매도를 위한 대차의 상환기간을 제한하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를 목적으로 빌린 주식은 90일 단위로 연장하되, 12개월 이내 상환하도록 제한하고 개인 대주의 현금 담보비율을 대차 수준인 10%로 인하, 코스피200 주식의 경우 기관보다 낮은 120%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13 leehs@newspim.com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제재는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벌금을 현행 부당이득액 3~5배에서 4~6배로 상향하고, 부당이득액 규모에 따라 징역을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임원선임 제한, 계좌 지급정지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 정책위의장은 "오늘 민당정협의는 공매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민당정은 협력체계를 지속해나가면서 오는 2025년 3월말까지 철저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도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산시스템이 완비되는 내년 3월 말까지 현재의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정점식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oneway@newspim.com 2024-06-13 12:0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