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물산(AA-)을 집어삼킨 제일모직(AA+)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위기에 놓였다. 국내 대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가 제일모직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Negative Review) 대상에 등록한데 이어 NICE신용평가도 이르면 이번 주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NICE신평 역시 제일모직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 합병 후 존속법인인 제일모직, 이른바 '통합 삼성물산'의 주력 산업인 건설업 전망이 어두운 점, 최근 신평사들이 건설업을 포함해 전 업종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3대 신평사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해 해당사의 신용등급 검토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두 회사가 7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또 존속법인은 제일모직이며 존속법인의 명칭은 삼성물산으로 변경된다고 밝혔다.

현재의 삼성물산이 소멸됨에 따라 이 회사가 발행했던 회사채는 '통합 삼성물산'으로 이관된다. 따라서 기존 삼성물산 회사채와 제일모직이 발행한 회사채는 '통합 삼성물산'이라는 하나의 회사채로 평가받게 된다.
발표 직후 한기평이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한기평은 "사업경쟁력 강화, 삼성그룹 내 위상 및 자산가치 제고 등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재무구조 약화라는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일모직이 발행한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Negative Review) 대상에 등록한다"고 발표했다.
한기평은 지난해 6월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신용평가기관 평가 결과에서 신뢰도 부분 1위를 차지한 신평사로 업계에서는 ‘총대를 메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앞서 27일 NICE신용평가도 두 기업에 대해 조만간 신용등급을 재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등급의 방향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는 삼성물산을 와치리스트(Watchlist)에 등재하고 방향성은 '상향'이라고 발표했다. 한신평은 제일모직의 신용등급을 갖고 있지 않아 이번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삼성물산 등급이 결국 제일모직, 즉 '통합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이 된다.

한신평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산 기준으로 건설부문이 매출의 45.8%, 영업이익의 70.4%를 차지한다. 한기평은 건설이 매출액의 48.1%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선은 등급이 떨어져야 한다"며 "자산규모를 따져봤을 때,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훨씬 커서 등급을 상쇄할 정도면 모르겠지만 오히려 삼성물산의 자산 규모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을 합병하고 나서 신용등급이 떨어졌던 경우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통합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으로 건설산업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며 "합병을 통해 시너지가 있으면 몰라도 이번 건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합병으로 시너지가 전혀 없는 부분을 통합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용등급이 AA0인 곳조차 하나도 없다. 건설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어 아무리 '통합 삼성물산'이 'SAMSUNG'이라는 명성에 의지한다고 해도 나홀로 AA+ 등급을 누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평업계 한 관계자는 “한기평이 내리겠다고 한 이상 다른 신평사들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통합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이 제일모직과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회사인 삼성전자가 최상위인 ‘AAA’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에버랜드 역시 건설업 포트폴리오가 있었지만 AA+로 평가받았다"며 "또한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대주주적 성격이 있다고 보면, 삼성전자보다 등급 하나 낮은 게 일반적인 평가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한 신평업계 관계자 역시 “현재의 제일모직도 사업성격만 보면 AA+인 것이 말인 안 된다”며 “이보다 훨씬 낮아야 하는데 지주사적 성격 때문에 AA+ 지위를 누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등급하향 와치리스트에 등재된다고 해도 실제 합병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통합 법인의 등급이 반드시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 사이에 특정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의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피경원 NICE신용평가 실장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건설업을 하니까 등급을 하향 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배구조상 위상이 좀 더 공고화된 것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등급 결정으로 고심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여러가지를 검토 중에 있으며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