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지난달 27일 반대매매로 장중 한 때 하한가를 기록했던 한국타이어가 증권가 트레이더들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대부분 '재밌는 게임을 구경했다'는 수준이었지만, 일부는 실제로 하한가 부근에 매수를 해 단 몇 분 만에 10%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는 얘기도 들린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정오를 지나자마자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대량 매물이 쏟아졌다. 보합권 수준에서 잔잔한 거래가 이뤄지던 종목에 갑자기 매물 폭탄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대량 매물이 투하되면서 변동성완화장치(Volatility InterruptionㆍVI)가 발동됐다. VI가 발동되면 2분간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호가를 접수한다. 동시호가 체결 방식과 같다.
한국타이어는 2분여간 하한가에 머문 뒤에도 4분까지 하한가 근처에서 거래가 됐다. 이후부터는 빠르게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0여분 만에 마이너스 5~6%대로 회복된 뒤 결국 점심시간이 끝날 때 쯤에는 제자리를 찾았다. 점심시간에 자리를 지킨 일부 투자자들만 갑작스럽게 나온 '언더슈팅(undershooting)' 매물을 받아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다만 이 현상을 직접 눈으로 지켜본 트레이더들은 많지 않았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그 시간에 자리 지키고 모니터 보는 사람은 점심 약속 없는 한가한 사람이거나 도시락 먹으면서 초단타로 대응해야 하는 사람들밖에 없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A씨는 "눈으로 직접 봤는데, 구경만 하다가 놓쳤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는 "코스피 관심종목 중에 갑자기 하한가 알람이 켜지는 종목이 있어서 보게 됐다"면서,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혹시' 하는 생각에 못 들어갔다"고 했다.
A씨는 이어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월드가 같이 매물이 쏟아져서 혹시 한국타이어 계열에서 횡령이나 분식회계 또는 해외에서 대형 악재가 나온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구경만 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한국타이어 주가가 거의 회복될 때쯤 한국타이어월드가 마이너스 6%정도였는데, '그 때라도 들어갈 걸' 하는 후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타이어가 하한가에 머물 때 과감하게 매수세가 유입된 창구는 골드만삭스다. 5만여주 이상이 한 번에 체결됐다. 하한가 근처에서도 추가로 계속 매수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매수 유입도 이상 거래가 발생했을때 거래가 발생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타이어가 하한가를 기록한 직후 증권가엔 '주문실수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소문이 돌았지만, 이후 시세 급변 원인은 주문실수는 아닌 담보물량이 반대매매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타이어 계열인 FWS투자자문이 한국투자증권에 담보로 잡혔던 한국타이어 주식 약 160억원어치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식 40억원어치가 반대매매 당한 것이다.
FWS투자자문은 두 회사 주식을 담보로 내놓고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냈고, 신용을 제공한 한국투자증권이 추가 증거금 납부(마진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담보로 잡았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더인 B씨는 "원인이 반대매매인지는 경험이 있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12시에 물량이 나온 점, 매도 계좌 창구에서 매수 커버를 안 하는 점, 동일 계열 두 회사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한 점 등을 미뤄 선물옵션 마진콜에 의한 반대매매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때 자리에 없어서 어차피 (매매에는) 해당사항이 없긴 하지만, 그런 직관이 있는 선수면 풀베팅해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물옵션에서 마진콜이 발생하면 다음 날 12시까지 추가 증가금을 납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기관 매니저인 C씨는 "그냥 좋은 구경거리 정도였다"면서 "어차피 기관투자자는 기대 수익보다는 리스크 헷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매매는 절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 돈으로 투자하거나 부티크, 제도권에서는 공격적인 성향의 프랍 정도가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씨는 또 "주문실수나 반대매매로 물량이 나온 것이라고 해서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 "스몰캡에서 주로 발생하긴 하지만 하한가에 물량이 쌓이면 추가로 현물에서 담보 걸린 반매매매 물량이 나올 수도 있어서 이런 현상이 며칠만 가더라도 계좌가 회복 불능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손실규모와 투자상품, 반대매매 당한 주식의 소유자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FWS투자자문측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만 전했다.공도현 한국거래소 주식파생운영팀장도 "특별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반대매매 당한 주식이 누구 소유인지 등에 관한 정보는 접근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는 '통정매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한가를 잠시 찍었다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물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C씨는 "하한가 근처 호가에 매수 물량을 미리 쌓아둔건 아닌거 같아서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적어도 (반대매매 당한) 본인은 이런 현상이 발생할 걸 아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만약 의도가 있었으면 충분히 가능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반대매매와 관련해 특별한 불공정거래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거래 여부 가능성에 대해 방주영 거래소 팀장은 "매매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