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메가톤급 기업 인수합병(M&A) 소식에도 뉴욕증시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10% 이상 뛰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기업 분기 이익이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팔자’에 불을 당겼다. 미국 실물경기의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이날 주가 하락에 힘을 실었다.
25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전날보다 291.34포인트(1.62%) 하락한 1만7719.94에 거래를 마쳤고, S&P500 지수는 30.35포인트(1.45%) 떨어진 2061.14를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 역시 전날보다 118.21포인트(2.37%) 폭락한 4876.52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의 낙폭은 지난 1월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전날 발표된 신규주택 판매에 이어 내구재 주문이 감소하면서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꺾이고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졌다.
지난 2울 내구재 주문은 1.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내구재 주문은 최근 4개월 사이 3개월에 걸쳐 줄어들었다. 1월 증가폭 역시 하향 조정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항공기와 군수 용품을 제외한 이른바 핵심 내구재 주문 역시 1.4%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핵심 내구재 주문이 6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내구재 주문이 줄어드는 것은 기업의 투자가 그만큼 부진하다는 의미로 풀이되며,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성장률의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여기에 1분기 기업 이익 부진에 대한 우려도 이날 뉴욕증시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1분기 S&P500 기업의 이익이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기업의 이익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드는 셈이 된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출 기업의 실적 부진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관련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전반적인 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린지 그룹의 피터 부크바 전략가는 “경제 지표 부진과 강달러에 따른 기업 이익 타격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변수”라고 강조했다.
T3라이브닷컴의 스콧 레들러 파트너는 “앞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지수가 단기 바닥을 형성하는지 여부가 당분간 증시 향방의 핵심 변수”라며 “운송 섹터의 주가가 고점에서 쉬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선제적 가이드를 종료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실물경기 동향에 집중된 상황에 주요 지표의 부진과 이익 감소 우려는 주가를 끌어내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케첩으로 널리 알려진 식품업체 하인즈와 치즈 및 마카로니로 유명한 크래프트 푸즈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기업의 사명은 크래프트 하인즈로 결정됐고, 연 매출 규모가 28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매출액 기준으로 전세계 식품시장의 5위, 북미 지역에서는 3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메가톤급 M&A 소식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주가 급락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기술주와 버블 주요인으로 지목된 생명공학 섹터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아이셰어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상장지수펀드(ETF)가 4% 이상 내리 꽂혔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4% 이상 떨어졌다.
반면 크래프트는 M&A를 호재로 장중 42% 폭등한 뒤 상승폭을 35%로 소폭 낮췄다. 트랜스오션과 할리버튼이 각각 3% 이상 뛴 가운데 에너지 섹터가 2% 가까이 올랐다. 국제 유가가 3.6%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