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8년차. 말간 미소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다정다감하고 예의 바른 태도가 친근함을 더한다. 앞서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배우 김현주(38)가 지나온 연예계 발자취를 회상하며 살며시 웃었다.
“생각해보면 (항상)작품 선택을 신중히 했던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있고. 그 동안 몇 번이고 놓아버릴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쯤 하면 됐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순간들. 그 때 잘 일어섰던 게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요?”

“이 작품, 진짜 좋았고 따뜻했어요. 끝나고 나서는 저희 단체대화창에 모두들 우느라 난리였어요. 우는 이모티콘이 계속(웃음). 드라마가 ‘가족’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가? 좀더 가족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동생은 정말 동생같고, 고모는 정말 고모같고. 아버지도 물론 그랬고요.”
김현주는 극 중 차순봉(유동근)의 첫째딸 차강심 역으로 분했다. 드라마는 착한 소재와 전연령층의 공감을 자아내는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시청률 40%를 수차례 돌파하며 국민드라마로 거듭났다.
“‘국민드라마’이기도 했지만, ‘착한드라마’라는 타이틀을 얻은 게 (개인적으로는)더 영광이었어요. 어찌 보면 평범한 소재였는데, 평범하지 않게 그려낸 결과 좋은 평가를 받았잖아요? 소위 말하는 막장 소스 없이 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드라마는 자체최고시청률 43.3%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현주는 성공 요인 1순위로 재미있고 탄탄한 대본을 꼽았다. 여타 드라마의 경우와 달리 촬영 약 2주 전을 기점으로 대본이 나온 것 역시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시간이 촉박하면 대사 외우는 것에 급급할 수 있는데, 시간을 여유롭게 갖다 보니 대사를 곱씹고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죠. 자신의 대사만 외우는 게 아니라 아예 부딪히지 않는 등장인물의 상황도 인지하게 됐고요. 그런 이해도가 극에 잘 묻어난 것 같아요. 대본이 빨리 나와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촬영하느라 밤을 샌 적도 없어요. 마음도 얼굴 표정도 모두들 편했죠. 회식자리도 많이 가진 것 같아요. ‘또 회식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웃음).”

“정말 거짓말 안하고, 김상경씨는 저 멀리서 등장할 때부터 목소리가 들려요(웃음). 정말 수다스러운 분인데, 본인 스스로가 정막을 잘 못 견디는 것 같더라고요. 분위기를 업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드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은 본인도 말 하기 피곤하시대요(웃음). 동생들과는 참 잘 만난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위치에서 자기 할 일을 잘 해줬어요.”
특히 드라마 초반, 극 중 동생들과는 겉으로는 데면데면하지만, 그 속에 유대감이나 뗄레야 뗄 수 없는 끈끈함이 존재함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 만큼 실제로도 빨리 친해지기 위해 극 초반부터 노력했다는 김현주는 “제가 남동생이 있는데, 또 남동생들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김현주는 지난 6개월 간 ‘가족끼리 왜이래’로 주말 안방극장을 책임졌다. 작품을 마친 지금,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그는 “말랑말랑~하고 여자여자~한 작품”을 하고 싶다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애교 있고 혀 짧은 소리 내고(웃음).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욕 나올 정도로 오글오글한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세포들이 깨어날 것 같은 느낌?”

“지금은 일욕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또 아이러니한 게 배우들 경력이 쌓여서 농후한 연기를 보여줄 나이가 되면, 설 자리가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게 많이 안타깝죠. 그래선지 예전엔 또래 배우들이 잘되면 시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누가 됐든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도 좀 묻어가고 싶고(웃음) 예전엔 ‘내 일’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우리의 일’이 되더라고요.”
2015년 한해가 가기 전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하고 싶다는 김현주는 “점점 나이가 들고, 그게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진다는 게 두렵긴 하지만, 제 스스로가 잘 중심을 잡고 잘 넘겨야 할 것”이라며 의연한 태도로 삶과 연기를 바라본다.
“그냥 자연스럽게 저의 삶을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그런 삶을 살면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저의 삶이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지 않을까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에스박스미디어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