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추연숙 기자] 최근 퀄컴의 최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10' 발열문제가 전자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AP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급 스마트폰에서 AP로 사용돼왔던 퀄컴의 최신 제품이 발열문제로 '재설계에 들어갔다', '가격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6에서 빠진다' 등의 소식이 외신을 중심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한 쪽에서는 스냅드래곤810의 공급가격을 인하시키기 위한 삼성 측의 작업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퀄컴이 지배하던 AP시장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발열논란이 불거질수록 퀄컴 AP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위권 이하의 스마트폰 업체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의 2강 체제가 공고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현재 64bit 옥타코어를 적용한 최신작으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742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10이 맞서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흘려듣기 어려운 대목이다.
때문에 당장 국내에서부터 LG전자 등 후발 스마트폰 경쟁사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LG전자 “스냅드래곤810, 발열 논란 이해 안 된다”
지난 22일 LG전자는 논란 속에도 퀄컴 스냅드래곤810을 탑재한 G플렉스2를 출시했다. 우람찬 LG전자 MC사업본부 MC상품기획FD 상무는 "3개월간 테스트를 다 해 본 결과, 굉장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고 기존 폰보다 열이 더 안 났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그런데 같은 날(미국 현지시간으로는 21일)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에는 발열 문제 때문에 스냅드래곤810을 사용하지 않고 전량 자사 AP를 사용한다는 외신발 보도가 나왔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가장 최근 보도는 퀄컴이 한발 물러섰다는 소식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퀄컴이 올해 주력 AP 상품인 스냅드래곤810의 발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재설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삼성과 퀄컴 양사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없는 정보다.
삼성과 퀄컴 어느 쪽에서도 810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없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G플렉스2에, 샤오미는 Mi Note Pro에 스냅드래곤810을 탑재했다. 소니, HTC 등도 차기 플래그쉽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810을 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뜨거워서 '못쓸' 스마트폰을 소비자 앞에 내놓는 뻔뻔함을 장착한 것이 아니라면, 스냅드래곤810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에서는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스냅드래곤810의 발열이 '진짜' 문제?
첫 번째 의문은 논란의 본질이 '스냅드래곤810'의 '발열' 그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퀄컴이 언론을 활용한 기싸움 중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채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것은 발열 때문이 아니라 퀄컴칩에 대한 가격 협상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물량을 고려하면 전량 자사 AP만으로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점점 커지고 출처도 불분명한 정보들이 흘러다닌다. 이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어느 곳에서도 퀄컴이 칩을 재설계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최근의 보도는 거의 루머 수준이다"며 "퀄컴 측에서 스냅드래곤810을 재설계한다고 우리 측에 전해온 바도 없다"고 말했다.
'발열'이라는 것 자체가 공론화하기에는 애매한, 그래서 제기하기 만만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스마트폰 관련 산학연구원은 "사실 발열이라는게 추상적인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프로세서를 작동하면 열은 당연히 나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돌리느냐에 따라 다 다를 수 있고, 냉각이나 처리 환경 등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CPU 자체만의 문제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AP의 발열과 관련해 전자업계에 자료를 요청하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발열이라는 것은 기기의 작동환경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는 것"이라며 "발열에 관련한 수치자료는 없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자료를 누가 본 적도 없는데, 스냅드래곤810을 장착한 스마트폰에서 열이 펄펄나는 것처럼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는 얘기다.
▲'스냅드래곤810'은 뜨거우니까 '엑시노스7420'…?
두 번째 의문은 현재 삼성 엑시노스7420과 퀄컴 스냅드래곤810을 '발열'이란 기준만으로 단순비교해도 되냐는 것이다.
둘은 공통적으로 시장에 나온 최신 기술인 64bit 옥타코어 AP다. 그런 점에서 두 AP 제품이 경쟁 대체재인 것은 분명하나 스펙면에서 분명 서로 다른 점이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7420은 14나노 핀펫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는 측면에서는 20나노 공정인 퀄컴칩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노(nm)공정이란 수치가 작을수록 사이즈, 전력소모, 속도 측면에서 우월하다.
하지만 퀄컴 810칩은 원칩(One-chip)솔루션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경쟁작들에 비해 단독 우위에 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7420, 인텔의 Z3580 등 경쟁작 모두 통신용칩인 베이스밴드와 AP를 따로 장착하는 구조인 '투칩(Two-chip)솔루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퀄컴 스냅드래곤810은 '3밴드 LTE'를 자체 칩으로 지원하지만, 아직 다른 경쟁작들은 통신칩을 따로 삽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퀄컴의 원칩솔루션은 따로 넣어야 할 두 칩을 한 곳에 모은 기술이기 때문에 가격, 전력소모, 발열, 사이즈 등에서 우위에 있다.
증권가에서도 스냅드래곤810 논란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퀄컴의 설계 계선과 파운드리 업체 TSMC의 공정 개선으로 810칩의 수율 개선이 상당부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스냅드래곤 810 이슈가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및 판매에 의미있는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고 언급했다.
또 "퀄컴 810칩은 원칩솔루션, 다른 칩 대비 속도,안정성, 영상 등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은 경쟁작보다 퀄컴을 선호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처럼 '스냅드래곤810 발열문제'라는 명제를 뽑아 놓고,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갑론을박하기에는 성능면에서 고려해야 할 다른 변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비교대상인 엑시노스7420은 아직 스마트폰에 적용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 적이 없다.
'스냅드래곤810' 발열문제가 향후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출처 불명의 루머가 확대 재생산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업계의 이목이 당분간 집중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추연숙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