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 IBK기업은행에서 기업보증부대출을 받아 경기도 광주에서 벤처기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 점포를 찾았다가 “불가하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대출만기 5년이 됐을 때는 만기연장이 너무나 쉬웠었다. A 씨는 “그동안 거래해 왔기 때문에 별도의 심사 없이 즉석에서 만기 연장해 줬는데, 최근에 갑자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A 씨의 회사 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만기연장이 쉽지 않았다.
# 기업은행 엔화 대출자인 B씨 역시 만기 8년이 지나자, 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신청 첫날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고 엔화 환율이 싸졌으니 원화로 갈아타라는 권유도 없었다. B 씨는 “만기연장 신청 다음 날 지점에서 1년 연장 통보를 받았지만, 과거처럼 신청 당일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A 씨나 B 씨처럼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고객 중 만기 8년 전후의 장기로 대출한 고객은 앞으로 만기연장이 한층 어려워진다.
6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대출 최장 기간을 넘긴 대출자는 무조건 ‘추가 여신심사’ 절차를 거치도록 여신심사규정을 수정했다. 창구 직원이나 지점장 재량으로 만기 연장할 수 없고 본점 심사시스템에 관련 데이터와 서류를 입력한 뒤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만기연장을 신청하는 대출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검토하는 것이 어려워 특례 규정을 적용해 만기연장을 점포에서 쉽게 해줬지만 이젠 달라졌다”면서 “최장기간이 지난 대출은 본점의 승인심사절차를 추가로 거쳐,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여신심사규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출이 장기로 고착화하는 대출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위험을 가리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고객의 재무상황에 큰 변동이 없다면 대출만기 연장은 어느 은행에서나 쉬웠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통장의 1년 만기를 연장하는데, 콜 센터의 전화에 “동의한다”는 말만 하면 별도의 서류나 영업점 방문 없이 가능하다. 기업대출 만기 연장 역시 이처럼 간단했다. 그러나 이제는 신규대출 못지 않은 대출심사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업은행의 이 같은 정책은 기업대출을 줄이려는 조치도 아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114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1.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었다. 가계대출은 28조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0%, 4.8% 늘었다.

그럼에도 만기연장에 심사절차까지 도입한 이유는, 대출 증가 속에 위험이 한층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까지 내려 한계기업이 제대로 퇴출당하지 못해 고스란히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기 대출 연체율은 2011년 말 1.11%에서 2013년 말 0.88%로 하락했다가 지난 9월 말에 1.14%로 다시 높아졌다. 중소기업의 신규 연체금액도 늘어, 지난 9월 한 달간 새로 발생한 중소기업의 연체액은 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8000억원)보다 3000억원 많았다.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최근 기술금융을 정책적으로 확대하고 저금리에 기업들이 이자상환부담을 덜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