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 인생의 가을, 중년은 아름다워라
- 인생과 계절 2
사람이 나이가 들면 봄을 더 좋아하게 된다. 이는 더 이상 인생의 봄을 향유할 수가 없기에 그만큼 더 봄이 아쉽게 느껴지고, 동경의 대상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봄은 세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다시 찾아들지만, 인생의 봄은 한번 지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기에 인생의 봄은 더욱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이리라...
여름은 뜨거우면서 눈부시다. 작렬하는 태양의 계절이다. 낭만이 있는 시기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기간에 휴가를 떠난다. 서구 사람들은 마치 이 휴가를 잘 보내기 위해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휴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 충전이 가능하도록 후회 없이 한껏 후련하게 활용되어야한다.
인생의 여름은 불타오르는 열정 속에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땀 흘리며 노력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여름은 성숙의 시기이고 열매를 맺는 기간이다. 내리쬐는 햇볕만큼이나 뜨거운 시련과 단련이 있기에 우리의 내면은 그만큼 더 알차게 익어가는 것이다. 이 시기를 이솝 우화의 베짱이처럼 허송한 사람은 그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 삭막하고 쓸쓸해질 것이다.
가을은 풍성하고 찬란한 계절이다. 계절의 황금기라고들 한다. 인생의 가을도 자연의 그것처럼 풍성하다. 중년이 되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비교적 많은 것을 갖추어 안정된 삶을 해 나갈 수가 있게 된다. 많은 청춘기의 젊은이들은 이를 부러워하거나 동경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가을은 쓸쓸함과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계절이다. 지난봄과 여름 동안 좀 더 많이 노력하고 투자함으로써 커다란 수확과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만했고, 또 더 많은 추억거리도 만들었어야만 했는데...
가을은 너무 짧다. 그래도 자연의 가을은 또 다른 가을을 다시 맞이하기에 짧음이 더욱 매력적일 수가 있다. 그러나 인생의 가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또 다른 가을을 맞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사람들에게는 가을이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을을 맞이하기보다 더욱 싫은 것은 가을을 보내고 차가운 겨울을 맞이하는 일일 것 같다. 그때는 정말 모든 것이 끝장나는 기분일 것 같다. 더 이상 여유가 없다.
겨울은 깨끗한 계절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더욱이 하얀 눈이라도 내리면 온통 세상은 깨끗함 그 자체로 변한다. 당신은 흰 눈을 맞아 보았는가? 흰 눈을 맞으며 정처 없이 발길 닫는 대로 헤매어 보았는가, 혹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경험하기 위해 새벽눈길을 걸어가 보았는가? 아니면 흰 눈 속을 미친 듯이 뒹굴어 보았는가? 첫눈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는가, 찻집에 앉아서 그 누군가에게 엽서를 써보았는가? 눈 덮인 산사에서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어도 보았는가? 흰 눈 내리는 겨울은 너무나 낭만적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겨울이 점차 싫어진다. 또 한해가 지나면서 나이를 더 먹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싫어진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나이와 함께 추위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매사가 귀찮아지고 사람이 게을러지게 된다. 밖으로 나가기에는 계절이 너무 차갑게 다가온다. 창을 통하여 바깥세상을 내다본다.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너무나 좁다. 넓고 깨끗한 세상을 느끼기 위하여 오늘도 상상의 나래를 편다. 벽난로를 지피고 음악을 들으며...
겨울에는 몸만 움츠려 드는 게 아니라 마음마저도 점차 나약해 지는 기분이다. 감기만 걸려도 혹시 큰 병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생긴다. 지난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까지 자신만만하게 살아왔었다. 그 후유증이 이제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한시바삐 차가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가는 세월 탓하지 말고, 오는 세월 두려워 말라”고 말했다. 시간이란 흘러가기 마련이고 그 세월 속에 우리의 삶도 익어가고 있다.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계절은 때가 되면 다시 바뀌지만, 우리의 인생은 단 한번 주어졌을 따름이다. 그러기에 옛 현인들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고, 즐거이 보람 있게 활용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는가!
이제 중년들은 인생의 반환점에 와 있거나, 이미 이를 넘어선 상태에 놓여있다. 더 이상 흘러간 과거에 집착하거나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는 미래에 매달려 지금의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금 이 시간을, 또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만끽하고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