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 10월부터 잇따라 신흥국들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양국 통화로 직접 무역결제를 할 수 있어 역내 통화 활용도가 높아지면 실질적인 금융안전망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고 자국 화폐를 서로 교환하는 통화스왑에 불과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한 안전망 기능은 전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자국 통화간 무역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달러화 대신 신흥국 통화가 우리나라에 무리하게 유입될 경우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에 '독(毒)'이 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총 806억달러 상당의 자국통화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對신흥국 수출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로 적지 않다.
문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신흥국 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굳이 피해야 할 신흥국 리스크를 떠안고 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선진국들을 보면 자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랑은 통화스왑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왜냐하면 통화스왑을 맺은 국가 중 하나에 위기가 오면 자국이 일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넘쳐나는 원화, 정작 필요한건 '달러'
자국통화간 통화스왑은 말 그대로 자국통화를 담보로 서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10조7000억원/115조루피아(100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왑을 맺었다면, 해당 금액 내에서 상대방 통화를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UAE 등의 국가들과 총 806억달러 상당의 자국통화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상당히 큰 액수다.
만약 상대방 국가가 최근 도입된 무역결제 시스템을 최대한 가용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시장에는 총 806억달러의 달러화 대신 같은 금액의 원화가 들어오게 된다.

위기 상황에서 자국 통화를 외환시장에 내놔 달러를 확보하려고 할 경우 자국 통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신흥국은 달러 대신 통화스왑 자금인 원화을 통해 결제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시차는 있지만 결국 우리나라 시중에 풀리는 원화 자금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늘어난 시중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한은은 통안채를 발행해야 되고, 발행 물량이 증가하면 통안채 금리가 상승, 전체 채권시장 금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신흥국과 교역을 하는 국내 수출업체 중 상당수는 수입 업체다. 자금 여력이 풍부하지 못한 영세 국내 수출업체들은 받은 원화를 또 다시 원/달러 시장에 내놓고 수입 결제 대금을 위해 달러를 사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최악의 경우 시중에 넘쳐나는 원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앞선 한은의 관계자는 "자국통화 기반의 통화스왑 이후 한쪽 국가 금융시장에 위기가 올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부분 상대방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의 국제화 차원, 무역결제 차원에서의 통화스왑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고 체결 국가 수가 많아지면 위험에 노출되는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맞추는 것이 필요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축통화의 성격이 있는 통화와 스왑을 해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선진국 입장에서는 굳이 신흥국과 통화스왑을 할 이유는 없지만, 외교·정치적인 이유를 고려해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유관 부서에서는 자국통화간 무역 결제로 시중 원화의 통화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으나, 이는 달러화 결제 시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오히려 기축통화(달러화) 의존도를 줄이는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준서 한은 국제금융선진화팀 팀장은 "무역 흑자가 나면 결제 통화가 달러화냐 원화냐에 관계없이 전체적인 우리나라 통화량은 늘어나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처럼 현재 체결된 모든 무역결제 통화스왑 한도를 다 사용해 원화 유입이 늘어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떨어뜨려 대외충격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