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과의 전쟁 : 성인예능 전성시대tvN `SNL 코리아` 예지원 편 포스터 [사진=CJ E&M]
노출·소통·신동엽…3대 흥행 포인트
[뉴스핌=이현경 기자] 음지로 취급 받던 19금 방송이 대중과 소통에 성공하면서 호감을 얻고 있다. 풍자와 섹시 등 다양한 소재에서 비롯된 웃음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으면서 19금 방송은 양지로 나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눈에 띄는 방송은 JTBC ‘마녀사냥’과 tvN ‘SNL 코리아’, 그리고 KBS 2TV ‘안녕하세요’다. 이들 방송의 19금 특집은 오락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야 방송임에도 꾸준히 시청률 상승 중인 ‘마녀사냥’은 국내 인기에 힘입어 오는 3월13일부터 일본 DATV에 방송된다. 또 지난해 12월16일 방송한 '안녕하세요' 19금 특집은 전국기준 시청률 8%(닐슨코리아)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미국 NBC의 간판예능 ‘SNL(Saturday Night Live)’의 판권을 받아 제작한 ‘SNL 코리아’는 지난해 11월23일 종방한 시즌 4까지 큰 관심을 받았고 여세를 몰아 오는 3월1일 시즌 5로 출격한다.
■19금 예능의 성공비결-노출(드러냄)
이처럼 19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노출, 즉 '드러냄'이다. 철저하게 개인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대중과 공감케 한 아이디어가 주효했다. ‘마녀사냥’과 ‘안녕하세요’는 시청자들의 고민을 반으로 나눴다. ‘SNL 코리아’는 시청자들의 막힌 속을 허를 찌르는 풍자로 뻥 뚫어줬다. 유세윤, 클라라, 김구라와 같이 음주운전, 거짓말, 막말 논란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게스트의 출연이 되레 흥미를 끌었다. 이들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한 콩트를 통해 색다른 웃음을 선사했다. 일각에서는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잘못을 숨기지 않고 공개하는 당당함이 관심을 끌었다. 승리, 박재범, 지나(G.Na)는 아이돌이지만 거침없는 19금 발언과 연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SNL 코리아`에 출연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가수 박재범 [사진=tvN `SNL 코리아` 방송캡처]
■출연자-시청자 구분 없는 양방향 소통
19금 예능 프로그램은 ‘양방향 소통’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시청자 혹은 관객에게 귀를 기울인 것이다. 출연자, 시청자의 경계나 구분 없이 모두가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협력자가 됐다.
고민의 주인공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소개하면 이를 접한 이들이 사연에 대한 생각, 대책 등을 내놓았다. 저마다의 고민은 모두가 공감할 만했고 마침내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더 이상 고민이 아닐 수 있었다. ‘마녀사냥’의 MC들은 사연의 주인공이 이성에게 관심 받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그린 라이트’를 눌러 호감을 표현한다. ‘안녕하세요’는 고민의 주인공에게 방청객이 표를 날려 공감한다. 스탠드 형식인 ‘SNL 코리아’는 관객과 밀접한 현장 반응이 안방에 바로 전달된다. 프로그램과 시청자 사이의 장벽을 허문 것이다.
19금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방송인 신동엽 [사진=JTBC `마녀사냥` 방송캡처, tvN `SNL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섹드립' 지존 신동엽
19금 예능 활성화의 중심에는 신동엽이 있다. 신동엽은 ‘SNL 코리아’ ‘마녀사냥’ ‘안녕하세요’ 등 무려 세 방송에서 고정 MC를 맡고 있다. ‘섹드립의 지존’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는 적절한 수위 조절과 재치 있는 말솜씨로 프로그램의 틀을 잡는 데 일조했다. 일례로 신동엽은 최근 방송한 ‘마녀사냥’에서 “결혼은 사기다”라고 돌발 발언했다. 출연자가 “그럼 신동엽 씨도 사기 당한 겁니까”라고 묻자 그는 “아니, 제가 사기친 거죠”라며 위기를 넘겼다. 또 배우 정경호가 ‘마녀사냥’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당시 “입이 큰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밝히자 신동엽은 “지금 자랑하는 겁니까?”라며 19금 콘셉트의 진수를 보여줬다.
■등급 올리니 호응…시청자 배려한 수위조절 필수
재미있는 것은, ‘마녀사냥’ ‘SNL 코리아’는 애초에 15세 이상 시청 등급이었다는 것. SNL 코리아는 시즌2 양동근 출연 때부터 19세 이상 시청등급을 받았다. 안승휘 CP는 “게스트 양동근과 프로그램 기획에 대해 이야기하다 표현하고 싶은 내용이 15세 이상 등급으론 무리라고 판단했다. 다행히 방송 이후 반응도 좋았고 소재를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마녀사냥’도 같은 경우다. ‘마녀사냥’은 지난해 10월18일 방송한 12회부터 19세 이상 시청등급으로 방영됐다. ‘마녀사냥’ 정효민 PD는 “처음엔 청소년까지 공감할 수 있는 15세 이상 등급으로 맞췄으나 방송심의위원회의 요청으로 전환했다”며 “현재는 미혼 20·30대의 고민을 솔직하게 나누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심의위원회 ‘방송프로그램의 등급분류 및 표시 등에 관한 규칙’(2014.1.16 개정)에 따르면 19세 이상 시청등급은 ▶주제 및 내용이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하며, 시청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 ▶살생묘사 및 유혈장면 등 강도 높은 폭력장면이 현실적이거나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 ▶신체의 부분 노출, 직접적, 암시적인 성적 접촉, 성행위 등 선정적인 표현이 구체적이거나 노골적으로 묘사된 것 ▶모욕적인 언어나 욕설, 저주, 저속한 동작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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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상 시청 가능 프로그램 [사진=CJ E&M, JTBC, KBS 2TV `안녕하세요` 19 특집 방송캡처] |
실제로 지난해 ‘SNL 코리아’ 시즌4는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품위유지(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 제1항), 방송언어(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1조 제3항)에 관해 제재를 받았다. 안승휘 CP는 “SNL 코리아는 풍자와 섹시 코드가 주 소재다. 제작진도 풍자와 섹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시즌의 경우 수위가 높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풍자 요소가 적어 많은 분들이 선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시즌5에서는 여성 비하 표현은 자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녀사냥’ 정효민 PD 또한 “대중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보기에 불편하다면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기를 예고한 19금 예능 프로그램의 고민은 여기 있다. 방송 등급의 눈치를 살피는 한편 시청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을 맞추기 위해 부단하게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 무척 피곤한 일이다. 과감한 노출과 풍자, 해학이 납득할 선을 넘는 순간 시청자들의 애정이 언제 식을 지 모른다. 19금 예능도 얼마든지 안방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막 어필하기 시작한 방송사들은 외설과 웃음 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소재 발굴에 골몰해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