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성차업계가 우려하는 악재는 크게 3가지. 일본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TPP 참여시 예상되는 일본차와의 가격경쟁력 감소,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등 환경규제 가중에 따른 국산차 침체 우려 등이다.
우선 엔저로 인한 일본제품의 아시아지역 가격 경쟁력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이슈다. 철강과 석유제품 등에선 이미 수출 하락세가 현실화됐고 일본제품과의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일반기계 등 주요산업이 뭇매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엔저로 늘어난 이익을 무기로 가격인하 공세를 전방위적으로 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시아시장은 물론이고 미국과 EU 등 선진국시장에서도 일본차가 확고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엔저로 사상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 기업들로선 늘어난 이익을 토대로 가격인하 여력이 커져 있다.
전세계 GDP의 38%를 차지하는 글로벌 최대규모의 지역경제통합체인 TPP의 발빠른 행보도 차업계를 바짝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 전세계에 TPP 가입에 대한 '관심표명' 의사를 공식화하고 현재 TPP 참여국들과 사전 개별협상에 나선 상황이다.
사실상 한-일 FTA 효과를 갖는 TPP에 한국이 가입할 경우 현재 8% 수준의 관세가 없어지며 일본산 자동차의 국내시장 잠식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경우 대부분 생산을 일본 내에서 하고 있어 TPP 가입시 관세폐지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는 부담금을 물리고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는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지난 2008년 프랑스가 도입한 보너스 말러스(Bounus-Malus) 제도와 유사하다.
업계 안팎에선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국산차는 가격경쟁력을 크게 잃는 반면 일본과 독일차 중심의 수입차는 보조금 혜택을 크게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에 대한 글로벌 추세는 이해되지만 정부가 시간이나 금액 구간에서 완급조절을 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특히 아직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일본 경차나 소형차까지 들어오기 시작하면 국내 내수시장은 초토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부가 주도하는 이 제도는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이같은 업계 반발로 부담금과 보조금 구간이 아직 확정되진 않은 상태다. 환경부 내부에선 대형차 기준 최대 700만원 수준의 부담금을 검토했지만 관계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반대로 최근 300만원 안팎으로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윤상직 산업부 장관 주재로 열린 30대그룹 간담회에서도 관련 제도시행에 대한 우려는 거듭 제기됐다.
현대차 박광식 부사장은 14일 간담회서 "엔저로 어려운 상황속에 새로운 규제가 신설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팀장은 "국산차는 이산화탄소 배출쪽에서 불리하고 수입차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일본차의 경우 엔저와 TPP 이슈에 이어 환경이슈까지 더해지면 국내외에서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같은 규제로 완성차업계에 부담이 가중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곳은 중소중견기업들인 차부품업계라는 것. 이 팀장은 "제도가 시행되도 완성차들은 규모가 있어 일부를 빼곤 버텨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차부품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이미 연비 규제로 가는 지금 탄소배출권관련 규제에 더해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까지 시행되면 이중, 중복규제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 USTR(미국무역대표부)의 한미FTA 이후 비관세장벽 우려도 결국 이 제도에서 비롯된 것인데 자칫 통상마찰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같은 통상마찰 가능성과 함께 산업별 영향을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게끔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자동차 주요 생산국 가운데 유일하게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와 같은 보너스 말러스제도를 시행중인 프랑스의 경우 실상은 자국 자동차시장 보호를 위해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랑스의 보너스 말러스제도는 당시 푸조와 르노 등 프랑스 완성차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입차 규제를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다만 프랑스 역시 단기효과는 있었지만 이후 내수판매가 부진해졌고, 결국 글로벌시장 흐름과 벌어지며 중형차시장을 놓치는 오류를 범했다. 결국 경쟁력 약화로 귀결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 역시 "대형 승용차와 SUV 중심의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쌍용차의 경우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황인데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이대로 가면 (쌍용차는) 망한다"고 답답해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