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연말이 연말같지 않다"고들 한다. 2013년은 너무나 지겨웠으니 이제 새로운 물건을 사는 가벼운 느낌으로 새해를 맞고 싶다는 말도 나온다. 지겨움의 가운데엔 사회의 이분(二分)이 자리한다.
2013년은 정확하게 우리 사회가 둘로 나뉘어졌고 서로를 마녀사냥했던 소모적인 한 해였다.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기껏해야 둘로 나뉘는 의견들 가운데 "너는 어느 쪽이냐"란 질문을 들으면 피하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이쪽에 서려면 이쪽의 단점과 한계를 절대 얘기해선 안 되고, 저쪽에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괜히 머뭇거리다가는 공격당한다. 굳이 예를 들자면 철도 파업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밖에는 의견이 없는 것이다. 만약 파업을 찬성했다면 철도 노조의 한계에 대해선 절대 얘기해선 안되는 식이다.
언론도 딱 두 가지 입장밖에 없는 것 같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해진 프레임(frame)을 가지고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자면 한숨부터 나온다.
누구도 제대로 내 편이 아닌 쪽과 얘기도 하지 않으려 하는 건 더 큰 문제다. 민영화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했다고 하지만 서로 논거 자체가 달랐다. 서로 다른 민영화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서는 어차피 논의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청와대는 불통(不通)을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하는 모양이다. 이정현 대통령 홍보수석은 '원칙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수배중이었던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가 조계사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제 믿을 건 종교계밖에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서로 다른 논거로 어차피 평행선을 달릴 주장을 하는데 종교계라고 어떻게 중재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철도노조의 파업은 철회됐지만 아직 갈등의 핵심 내용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대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얘기를 하고 싶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월24일 교황청 홈페이지(www. vatican.va)를 통해 교황의 권고(apostolic exhortation)를 올렸다(다음 링크를 누르면 전문을 볼 수 있다. http://www.vatican.va/holy_father/francesco/apost_exhortations/documents/papa-francesco_esortazione-ap_20131124_evangelii-gaudium_en.html).

잘 알려졌듯 사회, 경제적 불평등, 즉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상황을 통렬히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배제하는 경제는 절대로 안 된다(No to an economy of exclusion)"고 단언했다. 누군가가 배제되고 불평등해지는 경제는 살인을 범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노숙자가 죽었다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주가지수가 2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이 뉴스가 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배제와 불평등, 바로 '둘로 나누는 것'에서 싹이 튼다고 할 수 있다.
이어 그 유명한 '낙수효과 이론(trickle-down theory)'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낙수효과란 대기업 등을 위주로 경제 전체가 성장하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까지 소득이 증대돼 결국 경제가 좋아진다는 신 자유주의, 자유시장 신봉자들이 옹호하는 이론이다. 쉽게 말해 지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쏠림 현상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이 두 기업이 증시나 우리 경제에서나 잘 달려주면 그 효과가 납품업체들에까지 이어지고 전체적인 우리나라 부(富)를 불려줄 수 있다는 긍정론을 펼 수 있게 하는 이론.
교황은 "낙수효과는 사실로 확인된 적이 없다"면서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시장주의자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http://gregmankiw.blogspot.kr/2013/11/the-popes-rhetoric.html)를 통해 이를 강하게 반박해 주목을 끌었다. 맨큐 교수는 자유시장과 자본주의 체계야 말로 역사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동인이었다면서 낙수효과라는 단어를 경멸적으로 사용했다며 교황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비과세 감면 혜택은 왜 말하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성장이냐 분배냐, 딱 이분해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장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낙수효과를 얻지 못하는, 복지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 사각지대에 배제돼 있는 사람을 돌아봐야 한다는 말 자체를 잘못됐다고 지적하긴 어렵다고 본다.

정치적 수사(rhetoric)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우리 시대의 큰 문제라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어쩐지 부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
열심히 일해도 그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 성장과 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있다고도 얘기했다. 건강보험의 혜택을 넓히는 이른바 '오바마케어'도 밀어븥인 그다.
이렇게 분배를 얘기하고 불평등 개선을 얘기하는 교황과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우리 사회의 잣대로 평가하자면 좌파, 종북인사 아닌가 싶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쪽 편에선 저쪽 편의 주장을, 저쪽 편에선 이쪽 편의 주장을 일단 들어야 비로소 논의가 되고 변증법적 합의도 이뤄질 수 있다. 한 쪽의 승리로만 통합을 이루려는 무모한 시도, 새해엔 부디 수그러들길 바라본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