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0.11 토요일 오후. 테헤란로의 찻집에서
현주
가슴이 저린다. 늘 곁에 있던 사람인데. 너와 헤어져 걷는 성모병원 가로수 길이 왜 이리 타국처럼 보이냐. 보도블럭에 낙엽 뒹굴고 바람이 차다. 너에게 용서만 구하며 살아도 살 날들이 모자랄 것 같다. 너에 대한 이 순간의 순수 연정이 시간이 가면서 바랠 수도 있겠지만, 내 가슴에 눈물의 강이 생겼다.
새벽 비봉에서 내려오다가 잠시 길을 잃었다. 숲 속을 이리저리 헤매며 왜 그리 가슴이 조이고 울먹여지던지.....지금 테이블 위에 핸드폰 켜놓고, 목소리 없는 그대와 얘기한다. 핸드폰을 처음 손에 쥐고 좋아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그대 핸드폰 속에 자주 울리는, 내 알지 못하는 타인의 음성이 내 가슴을 울린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네가 힘겹게 견뎌야 할 고독의 시간이 남아 있구나. 그 추위를 어떻게 가려줄지, 내 언 손으로 막아본다한들 더 추워질뿐인 안타까움과, 너를 향한 못다 핀 그리움, 새삼 타오르는 아픈 애정 속의 번민....펜 끝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대가 내 안에서 울고 있다. 그대 속에 들어가 한바탕 울고 싶다.
작약도
그대가
바닷물에 떨어지는 봄햇살처럼 찰랑이며
반짝이는 언어로 노래하고
작약꽃처럼 흔들릴 때
나는 마냥 행복했다
그대가
청아한 목소리로
갈매기 울음소리 흉내 내고
정감어린 얘기를 건네올 때
나는 그대의 밝음을
메아리로 고스란히 돌려주는
그대 앞에 선 의지의 산이 되고 싶었다
암록색 바위섬에 포개 앉아
바다를 함께 바라보는 우리는
수평선을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석양보다 아름다운 불을
마음의 극지까지 지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