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김양섭 기자] "성공이 몸에 밴 경영자의 적재적소 중용." "젊고 빠른 현장형 인재를 통한 불확실한 경영환경 대비." "실력으로 승부하며 순혈주의 타파."
삼성그룹의 2014년도 사장단 및 정기 임원 인사 특징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성공DNA를 그룹 전 계열사로 확산시키고 '성과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발로 뛰는 현장형 인재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혁신론'과 '위기론'의 강력한 메시지로도 이어진다. 지속성장을 위한 쉼없는 혁신 노력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한 철저한 위기관리는 이번 인사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삼성에게 내년은 '질'에서 '품격'으로의 대전환을 본격화하는 그 어느해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품격높은 제품과 사업, 사람과 조직을 정착시켜야 미래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는 이런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갈 젊고 빠른 인재의 발탁과 그에 맞는 전진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성과낸 전자맨, 대거 계열사로..컨트롤타워 강화
지난 2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는 부회장 승진자가 없는 등 예년에 비해 소폭으로 이뤄졌지만 '전자맨' 경영자(CEO)의 승진과 이동이 인사의 전부일 정도로 시사점은 강력했다.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한 것이자 삼성전자의 성공DNA를 전 계열사로 전파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날 사장 승진자 8명 중 5명이 삼성전자 소속이다. 나이도 젊어졌다. 사장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54.3세로 지난해 55.3세보다 1살이 더 어려졌다. 이들을 포함한 총 16명의 인사자 중 3~4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전자를 거친 CEO들이다. 5일 현재 삼성 사장단 56명 중 대표이사 31명 가운데 17명이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전체 사장단 평균 연령은 지난해 58.3세에서 57.7세로 젊어졌다.
이처럼 전자 출신의 젊은 사장들이 그룹 사장단의 핵심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삼성전자식 전략 전반의 공감대 형성이나 노하우 공유에는 그만큼 강점이 크다. 전자 소속의 신임 사장이 승진하고 전자 출신 사장이 계열사로 퍼져가면서 혁신 노력과 기술중심, 현장중심의 건설적인 경영방향이 설정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미래전략실장으로 전자 출신의 최지성 부회장이 이동하면서부터 빠르게 변화하는 부분이다. CEO의 무게 중심은 기획이나 재무통이 아닌 젊은 현장형 CEO로 바뀌고 있다는 게 삼성 주변의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사장단의 결집과 역할을 통한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포석이자 젊고 빠른 현장형 인재를 통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삼성 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재편과 신성장동력원 확보 등에서 혁신을 주도할 참신한 인물을 중용한 점도 이런 맥락이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이나 김종호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자 출신 CEO들의 몸에 밴 혁신 노력과 성공 경험을 계열사 전반에 뿌리깊게 심어 각 사업들의 일류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번 인사의 주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임원승진 85명 발탁 인사..전자 '무선' 집중
삼성은 사장단 인사에 이어 5일 부사장 51명과 전무 93명 등 총 475명 규모의 정기 임원 인사도 발표했다. 총 승진 규모는 지난해 485명보다 다소 줄었지만 2006년 이후 최대 규모인 85명을 발탁 승진시켰다. 부사장 발탁이 10명, 전무 26명, 상무 49명이다.
발탁 인사의 경우 2012년 54명에서 올해 74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2014년 85명으로 확대된 것이다.
발탁인사는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인재에게 정해진 연한보다 더 빠른 승진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삼성에서 직급체류연한은 부장 4년, 상무 6년, 전무 3년 이다. 이보다 빨리 승진한 경우 '발탁'이란 표현을 쓴다.
사장단 인사와 마찬가지로 삼성은 '성과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에 따라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 세트 부문에 발탁 인사를 집중시켰다.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에만 발탁 승진이 35명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삼성전자 세트 부문의 발탁인사는 지난 2012년 18명에서 2013년에는 34명으로 늘었고 이번 인사에서도 소폭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무선사업에서는 3년이나 발탁 인사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무선사업에서 소프트웨어개발을 맡고 있는 박현호 상무(전무 승진)는 3년 발탁 승진했다.
하드웨어개발을 맡고 있는 김학상 상무 (전무 승진)도 2년 발탁 승진했다. 이밖에 중국영업 이진중 전무 (부사장 승진), 구주영업 서기용 상무 (전무 승진), 소프트웨어개발 신민철 상무 (전무 승진) 등이 1년씩 발탁 승진했다.
삼성 측은 "특히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을 통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전 대륙 M/S 1위 달성에 기여한 무선 핵심 기여자에 대해 발탁 승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15명 승진..여성 공채 임원시대 본격화
삼성은 이날 여성 임원 승진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15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삼성 내 여성 임원 승진자는 연도별로 2012년 9명, 2013년 12명, 2014년 15명으로 승진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이번 여성 승진자 중 60%(15명 중 9명)는 발탁 승진된 사례다.
또한 신경영 출범 초기(1992~1994년) 대졸 공채 출신으로서 신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회사 발전과 함께 성장한 여성 인력도 다수 신임 임원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여성 공채 임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은 "여성 인력에 대한 사상 최대 승진 인사를 단행해 조직 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여성 승진자 중 눈에 띄는 임원은 삼성카드 이인재 상무(전무 승진)다. 이 전무는 루슨트(Lucent)사 출신의 IT시스템 전문가로 IT 혁신을 통한 카드 IT시스템 선진화를 주도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성 신임 임원 승진자는 성과주의 인사에 따라 삼성전자의 제품, 마케팅, 디자인 분야에서 다수 발탁 승진이 이뤄졌다. 승진자 15명 중 12명이 삼성전자 인력이다.
단적으로 삼성전자 장세영 부장(상무 승진)는 2년 발탁 승진한 케이스다. 장 신임 상무는 무선 하드웨어(H/W) 개발 전문가로 갤럭시S4, 갤럭시노트3 배터리 수명향상 설계를 주도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최윤희 부장(상무 승진)도 2년 발탁 승진이다. 그는 TV 소프트웨어(S/W) 플랫폼 개발 전문가로 차별화된 스마트 TV용 S/W 플렛폼을 개발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12명 외국인 임원 승진..순혈주의 타파
이번 임원 인사 명단에는 12명의 외국인이 이름을 올렸다.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측은 "해외법인 우수인력의 본사임원 승진을 지속 확대하여 현지인들에게 미래성장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국적, 인종에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중용하는 삼성의 '인재제일' 경영철학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3년 미국 팀 백스터 부사장에 이어 두 번 째로 왕통 전무(삼성전자 북경연구소장 겸 중국 휴대폰 영업담당)를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전략시장인 중국의 휴대폰 영업을 책임지는 중책을 부여했다. 왕통 신임 부사장은 중국 신식사업부 출신의 통신 시스템 개발 전문가로 중국 시장에서 휴대폰 22개 모델을 적기에 개발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머지 11명은 상무 승진자다.
외국인 인재 등용과 함께 현지시장을 개척에 공헌한 해외근무 인력도 대규모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근무 인력 임원 승진은 80명으로 작년과 같은 규모다. 삼성측은 "글로벌 경영 최일선에서 브랜드 위상 강화와 현지시장 개척에 공헌해 온 해외근무 인력을 적극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부에서 영입한 핵심 인재들을 중용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경력 입사자 승진 규모는 150명으로 지난해(141명)보다 6% 늘어 역대 최대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