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버블 붕괴로 초토화됐던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된 것은 실수요자의 매수보다 월가의 투자자금에 힘입은 바가 크다.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택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크게 힘을 보탰지만 이들 세력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실수요자들이 설 자리를 잃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액 현금 결제 투자자를 중심으로 뭉칫돈이 몰리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 고용 불안과 임금 정체에 시달리는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24일(현지시간)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지난달 기관 투자자들의 주택 매입이 데이터 집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전액 현금 결제로 이뤄진 주택 매매가 전체 거래의 약 절반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거래가 이뤄진 주택 매매 가운데 기관 투자자의 매입 비중이 1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또 9월 전액 현금 결제 주택 매매 비중은 49%를 기록, 전월 40%에서 가파르게 늘어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이클 핸슨 이코노미스트는 “기관 투자자들이 저가 주택과 압류 물건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매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투자자들의 수요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실수요자들이 주택 시장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블랙스톤과 아메리칸 홈 포 렌트가 연초 이후 미국 전역에 걸쳐 총 6만채의 주택을 사들이는 등 월가의 영향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블랙스톤은 20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 20만채의 주택을 사들인 후 이를 임대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주택 자가율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04년 6월 69.2%로 정점을 찍은 주택 자가율은 올해 상반기 65%로 떨어졌다.
모간 스탠리는 주택 자가율이 63%로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내집을 갖는 대신 임대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모기지 브로커리지 어버체인 HSH닷컴의 키스 검빈저 부대표는 “주택시장이 렌트시장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며 “내집을 마련하고 싶은 실수요자들도 기관 투자자들의 자본에 밀려 주택 매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포인트 홈스의 브로커인 데럴 데니스는 “주택시장을 기관 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취약한 실수요자들이 대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