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정부가 디폴트에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17일까지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못해 다우존스 지수가 1000포인트 폭락한다면 매수에 나설 생각이다.”
자산 규모 60억달러의 헤지펀드 매니저의 얘기다. 의회의 줄다리기가 지속되거나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 주가가 급락하면 매수 기회라는 것이 헤지펀드 업계의 의견이다.

미국의 디폴트 시한이 불과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융시장의 패닉은 엿보기 힘들다.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없지 않지만 미국 정부의 디폴트란 있을 수 없다는 논리가 더욱 커다란 지배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일부 투자자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시장의 리스크 경고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워싱턴 정치권이 경각심을 갖도록 자극해야 할 금융시장이 오히려 진흙탕 싸움을 지속할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금융시장에 적신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가 15.95% 상승해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주가 역시 약세 흐름이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회의 막판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미국 국채의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신용부도스왑(CDS)의 프리미엄이 최근 2주 사이 2배 이상 상승했지만 2011년 여름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난항을 겪었던 당시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헤지펀드 업체인 씨브리즈 파트너스 매니지먼트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는 “금융시장이 필요 이상으로 태연한 움직임을 연출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이를 잘못 해석하고 있으며, 다급한 표정을 전혀 읽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도널드 T. 엘렌버거 전략가는 “금융시장이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현 상황보다 크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업체인 블루 마운틴 캐피탈의 제임스 E. 스탤리 매니징 파트너는 “미국 정부가 디폴트를 낼 경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일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이 같은 관측이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회가 팽팽한 대치전을 벌이고 있지만 극약을 삼키는 행위를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기대가 최악의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