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기범 기자] 오후 2시경 원/달러 환율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생상품 부서부터 "어~,어~ 이건 아닌데"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환율이 급격히 튀기 시작했다.
달러를 사려는 쪽에서는 어떻게든 사려고 했다. 하지만 달러를 팔려는 사람들은 조금씩 파는 것을 멈추고 추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환율은 급하게 1095원까지 뜯기듯이 올라갔다.
숏을 쥐고 있는(환율 하락 예상) 딜러들은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혼돈 속에 있는 원/달러 환율은 무섭게 상승 탄력을 받았다. 결국 1100원을 찍고 난 이후 시장의 패닉은 잦아들었고 장이 끝나기 무섭게 딜러들은 기자에게 상황 파악을 부탁했다.
채권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다 1시 55분경 외국인이 대량의 3년 선물 매도 물량을 내놓음과 동시에 채권 가격은 20틱 가량 급격히 떨어졌다. 오퍼 쪽이 없던 것은 채권 쪽도 마찬가지였다.

시장 참가자 및 전문가들은 급등 원인을 크게 6가지로 꼽았다. 일시적 글로벌 달러 강세의 조짐, 미 10년물 금리 2.90% 돌파, 미 고용지표를 앞둔 포지션 청산, 원/달러의 과매도 상태(원화 포지션이 많음), 국채선물 외국인 팔자세, 엔/원 환율 1080원 근접 등이다. 미 10년물 금리 상승이 글로벌 달러 강세, 국채선물에서 외인들의 매도와 연결되지만 인과관계가 아니기에 구분했다.
시중은행, 외국계은행 딜러와 애널리스트들은 크게 3가지로 반응했다. 첫째는 채권을 중심으로 한 자금 유입이다. 미 10년물 금리가 2.90%를 넘고 전 고점에 2.93%에 가까워지자 '혹시나'하는 기대감이 조성, 채권을 중심으로 한 달러로의 자금 유입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채권 비중이 큰 업체 쪽에서 여러 은행으로 나눠 달러를 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자금 유입 출처가 정부의 개입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며 "채권 쪽에서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채 금리가 오르고 국채선물에서도 외인들이 팔아치웠다"며 "자연스럽게 자금이 미국 쪽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관측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 역시 "플로우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최근의 원/달러 환율은 박스권 안에서 제한적 움직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승 재료가 많은 건 사실이었으나 근래 모습과 너무 다른 움직임이었다"며 "이 정도 움직임은 이날 나온 재료만으로 인과관계를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이다. 상승 재료들이 충분히 모여있고 시장의 수요·공급이 공급 쪽으로 과하게 쏠려 있어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딜러는 "IMF 때 환율은 하루에 200원도 넘게 올랐다"며 "10원 정도 오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NH농협선물 이진우 센터장 역시 "1095원을 열린 이후 손절 레벨에 걸렸다"며 "이에 딜러들은 어쩔 수 없이 일일 손실 한도 때문에 팔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관점은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측면이다.
시중은행의 딜러는 "우선 시장은 달러를 많이 파는 과매도 상태였다"며 "이에 숏커버가 나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다만 숏커버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예전 엔/원 환율이 1080원을 앞둔 상황과 비슷한 상황에서 유사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보다 엔/원 환율에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가장 직접 개입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지난 5월 9일 오후 2시 반경 원/달러 환율이 불과 몇 분 사이에 1086원에서 1090원으로 급하게 튀었을 때 역시 엔/원 환율이 낮아져 당국 개입 경계감이 큰 상황이었다.
평소였으면 충분한 재료 속에서 나온 급등으로 넘어갈 수 있었으나 6주간 이어진 박스권에 익숙해진 원/달러 딜러들에게 이날 급등은 공황을 만들기 충분했다.
[뉴스핌 Newspim] 박기범 기자 (authentic@newspim.com)












